사명
우리의 사명은 늙는 것이다. 다른 사명은 없다. 그것이 우리의 필생의 과제다. 당신은 50세, 60세가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 사회의 구성이 변화될 것이므로, 앞으로 생일은 전혀 다른 비중을 갖게 될 것이다. 당신은 70, 80 혹은 90세가 되어도 침묵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 무엇보다 당신은 살아야한다. 지금은 이런 호소가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어쨌든 살아야 한다.
적들은 끝없는 선전宣戰으로 당신이 자신의 사명을 믿지 않도록 만들려 애쓸 것이다. 적들은 사방에 널려 있다. 정년을 정할 수 있다고 믿는 노인, 젊은이, 광고, 언론, 관료주의자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사람들은 당신의 자의식을 정복하고, 식민지화하려 애쓸 것이다. 공격은 당신의 자화상으로 시작해 당신의 두뇌로 끝이 난다. 두 번의 공격이 있을 것이다. 둘 다 엄청나기에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 첫 번째 공격명은 ‘늙고 추하다(자화상)’이며, 두 번째는 ‘늙고 쇠약하다’이다. 설득당하지 마라. 현재의 감정, 지적 자원을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낭비하는 오류를 저지르지 마라. 당신에겐 아직 그 자원이 필요하다.
노인들의 충고
경험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노인은 각종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존재한다. 암컷이 생산 능력을 상실하고 난 후에도 몇 년 더 생존하는 이유도 오로지 그것이다. 그 시간을 이용해 새끼들에게 생존의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두려움이나 위협을 느낄 경우 왜, 우리는 맹수가 뒤에서 쫒아오고 있는 것처럼 행동할까? 스포츠 의학은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석기시대의 조건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현대인들이 할 수 있는 건 매일 아침 맥박 수를 조절하면서 60분 동안 한 자리에서 달리는 것뿐이지만 말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야기를 통한 부양자였다. 그리고 그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였던 건 그들이 미리미리 대비를 해 얼마 안 되지만, 남은 돈을 손자들에게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식의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몰래 버린 간식 빵을 비롯해 다들 비슷한 이야기 한 토막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 불쌍한 할머니가 얼마나 신경에 거슬렸던지!”라는 어느 사내의 지친 고백에서부터 “슬픈 진실은 할머니의 말씀이 옳았다는 것이다.”라는 고백에 이르러 절정에 도달한다. 오늘날의 상황이 유례없는 특수 상황인 것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드물어지긴 했지만 심지어 현재까지도) 모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진정으로 생존 투쟁의 투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삶은 전쟁이었고, 늘 생존의 연속이었다. 노인들은 항상 특권을 누렸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같은 세대의 다른 동지들처럼 일찍 죽지 않았다는 특권 말이다. 그로 인해 깊은 만족감이 자라났고, 그 만족감은 아직 우리 세대의 아기 방까지는 환하게 비춰주었다. 그 부드러운 승리감과 장엄한 위안은 이제 곧 죽어야 할 테지만, 그래도 훨씬 더 일찍 죽을 수 있었는데 아직 살아 있다는 데에서 나온 것이었다. 고령에 죽었던 사람들은 세상을 사귀었을 뿐 아니라 세상과 인생에 대해 알아야 할 건 다 알고 있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기에, 죽을 때 놓치고 가는 것이 없다는 느낌, 거꾸로 말해 운이 좋으면 세상을 완전히 다 내 안에 받아들일 정도로 오래 살 수 있다는 느낌, 그것이 바래지기 시작한 건 지난 세기에 이르러서였다.
그러나 다, 지나갔다. 많은 노인들이 소수의 젊은이들이 벌어놓은 것으로 먹고살기 때문에, 따라서 젊은이들이 노인을 식인종으로 느끼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코드화된 ‘예방책’의 메시지는 조롱처럼 들린다. 늙는다는 건 그저 아주 오랜 평균 수명의 정상적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통계학이 우리를 이끈다고 해서 서둘러 우리 자신을 미래의 짐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제, 미래로 진입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승리를 얻게 될 것이다. 머리와 환상으로 얻게 되는 승리다. 매일 우리를 위협하는 멸망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 앞의 세대와 달리 우리는 노인이 되어 우리가 하지 않았던 일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령 사회 2018”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프랑크 쉬르마허 지음, 나무생각, 역자 장혜경님, 나무생각>
'독서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자기 정의 (0) | 2011.11.11 |
---|---|
뭐, 내가 걱정한다고 (0) | 2011.11.11 |
적응성 혼합경제 (0) | 2011.11.11 |
정신적 노화 (0) | 2011.11.11 |
깡통따개가 없으면 (0) | 2011.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