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을 바꿨더니 행복이 오더라
어느 날 문득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는 불안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몹시 당황스러워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는 그런 때 말이다. 어디까지든 계속 이어져 있을 거라 믿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속았다는 느낌마저 들 것이다. 뒤로 돌아갈 수도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 어떤 결정도 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게 된다. 마치 10대의 사춘기처럼 40대 이후 중년기가 되면 찾아오는 이 불안한 정체기를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야 한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이 지금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시기를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이건 당신이 달려야 할 새로운 길이 펼쳐져 있다는 뜻이니까. 다만 우리는 그 새로운 길로 들어서는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를 못 찾고 있을 뿐이다. 그 입구를 찾기 위해선 지금까지와는 다른 지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당신을 안내해준 지도에는 여기까지의 길만 있을 뿐 새로운 길은 없다. 다른 지도를 펼쳐야 새로운 길이 보이는 법이다. 다른 지도를 본다는 건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준을 세운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당신은 무언가를 기준으로 노력해왔을 것이다. 막다른 길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그 기준으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그것을 찾으면 새로운 길은 자연스럽게 보인다. 우리가 막막하다고 느끼는 건 과거의 기준으로 과거의 길을 연장하는 데만 골몰해 있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짐 로빈 역시 심한 정체기를 겪었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건설 경기가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짐의 회사에도 경기침체의 냉기가 몰아닥쳤다. 지어놓은 건물이 팔리지 않고, 대형 건설사의 함께 추진하던 프로젝트도 무산돼버렸다. 자금 운용에 차질이 생기면서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연명해야 했다. “그때는 정말 죽고만 싶었죠. 사업이라는 게 원래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데, 그때는 허리케인이 닥친 기분이었어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라는 게 더 두려웠죠. 세상이 온통 암흑처럼 느껴졌어요. 위기에서 벗어날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죠. 그런데 그 탈출구를 공원 주차장에서 찾아낸 거예요. 기가 막히지 않아요?”
그날 짐은 은행의 대출 거부 통보를 받고 매우 낙심해 있었다. 파멸의 위기감에 목이 조여드는 것 같았다. 그는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유리창 밖의 세상은 평화로워 보였다. 푸른 하늘, 햇빛에 반짝이는 나뭇잎들, 바람에 날리는 빨래들……. 빨래들? 처음에 짐은 자기 눈을 의심했다. ‘공원에 왜 빨래가 널려 있지? 그것도 아이들 옷과 여자 원피스가?’ 호기심이 생긴 짐은 빨래가 널려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거기서 그는 버너와 코펠로 스파게티를 만들고 있는 열두 살짜리 여자아이와 아홉 살짜리 남자아이를 만났다. 아이들은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늦은 점심을 해 먹는 중이었다.
짐은 큰 충격을 받았다. 신문에서 홈리스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은 있지만 상황이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집이 없어서 아이들까지 거리를 헤매야 하다니. ‘아직 저렇게 어린데…….’ 이 불쌍한 아이들을 돕고 싶었지만 지금 그로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회사는 파산 직전이고 은행 대출조차 막혀버렸으니 당장 내 코가 석 자였다. 결국 씁쓸한 마음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아이들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던 시청의 주택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이 본 상황을 말해주고, 시청에선 홈리스를 위해 뭔가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를 물어봤다. 주택 담당자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골치라고 했다. 홈리스를 이대로 내버려두면 사회문제가 되기 때문에 대책을 고민하고는 있는데 진행이 쉽지 않다고 했다. 시청에서 마련한 대책은 홈리스들에게 아주 싼 값에 주택을 임대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나서는 건설사가 없다는 것이다.
짐은 이 말을 듣고 귀가 번쩍 뜨였다. 그는 당장 시청으로 달려가서 홈리스 전담부서 담당자를 만났다. 어느 정도는 양보를 해야 했지만 짐에겐 꽤 괜찮은 프로젝트였다. 매매 가능성이 희박해진 건물 두 채를 사용할 길이 생겼기 때문이다. 자금 회전이 가능해졌다고 생각하니 비로소 숨통이 좀 트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짐과 시청 담당자는 힘을 모아 홈리스 구제 프로젝트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그 아이들이 집으로 들어가던 날을 지금도 잊지 못해요. 마치 내가 새집을 얻은 기분이었죠. 우리가 그 건물을 관리하기로 되어 있어서 가끔 찾아가는데 내가 가면 사람들이 막 찾아와요. 내가 도와줘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다들 고마워해요. 뭐랄까……, 마치 영웅이 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태어나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어요. 남을 돕는다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인지 몰랐거든요. 그전엔 사실 돈만 중요했어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했죠. 부끄럽지만 한 번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사업을 한 적은 없어요. 누군가를 돕는 일이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그러니까 사실 이 프로젝트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건 나라고 생각해요.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났고 사업도 전보다 더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었죠.”
그 후로 짐은 가난한 사람들의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점점 새로운 시장이 보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짐이 자신의 일에서 큰 의미를 찾았다는 사실이다. 예전의 그는 비싼 집을 지어서 더 비싸게 파는 것만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집을 지어서 가난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짐은 행운아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기준을 찾게 되었으니 말이다. 만약 그날 빨래를 보고도 그냥 지나쳐버렸다면 그는 여전히 과거의 지도만 들여다보며 길이 없다고 절망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행운의 여신이 보내온 신호에 충실하게 따라갔다. 비록 수익은 예전의 70퍼센트밖에 안 되지만 자신의 일이 누군가를 돕는다는 사실에 짐은 행복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성공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성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겐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높은 지위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고급 주택과 비싼 차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성공과 행복은 다르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원하는 성공을 이룬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세상에 수많은 부자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불행한 뒷모습이 이를 증명해준다. 시각을 바꿔서 성공의 기준을 행복에 맞춘다면 다른 길이 보인다. 중년이 되면 그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나이와 행복을 함께 초대하라”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데이비드 니븐 지음, 역자 임은경님, 명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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