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소통의 힘
언젠가 한 대학생이 자신의 학교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했던 잘못된 언행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최고의 지성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대학캠퍼스에서, 그 환경미화원은 여학생으로부터 참기 어려운 모욕을 당했다. 화장실을 청소하던 그녀가 학생이 먹다 남긴 음료를 치우지 않고 그냥 둔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청소하는 입장에서는 그것을 치워야 할지 어떨지 몰라 잠시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머뭇거렸다. 그때 곁에 있던 학생은 자신이 먹던 음료 팩도 치우라고 말했다. 그녀는 아직 많이 남은 것 같아서 그랬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학생은 “재수 없다”고 내뱉으며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녀는 학생의 태도에 모욕감을 느꼈다. 학생으로서 어머니뻘의 상대에게 행한 거친 언사는 결코 이해받기 어려운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환경미화원이라는 이유로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꼈으며 어른으로서 바른 소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생에게 “그런 식으로 함부로 말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으나 그럴수록 여학생은 더욱 거칠게 대꾸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는 각자의 주장만 있었을 뿐 소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없었다. 학생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상대를 대한 태도의 바탕에는 직업에 대한 차별의식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상대가 대학교수였어도 그랬을까.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저마다 하는 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좀 더 깔끔하고 근사한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허드렛일을 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상대를 무시하고 소통을 거부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자신이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할수록 그 이면에는 내가 하지 않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대신 해주는 이들이 더 많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폭언을 한 여학생 역시 자신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자신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이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는 없었을까. 만약 평소에 조금이라도 그런 부분에 대하여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분명 대처방법이 달랐을 것이다. “아주머니, 죄송하지만 이것도 좀 치워주시겠어요? 배가 불러서 더 못 먹을 것 같네요.”
이렇게 나왔더라면 환경미화원과 말싸움을 하고 뭇사람들의 도마 위에서 칼질을 당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학생은 타인에 대한, 혹은 적어도 자기보다 약자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했다. 부족한 인성은 타인과의 원만한 소통을 어렵게 한다. 누가 보아도 화를 내거나 말다툼을 벌일 일이 아니었음에도 그 학생은 환경미화원과는 길게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나중에 잘못을 사과했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인식이란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기에 형식적이고 위선적인 제스처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이렇듯 소통불능의 상태인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대학에서는 그 학교 환경미화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전체 학생의 70%가 넘는 인원이 서명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 학교의 환경미화원들은 벼룩시장의 신규채용 공고를 보고서야 자신들이 해고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학생들은 그 투쟁을 시작한 환경미화원들의 농성에 지지를 보내는 한편, 적극적으로 대학 측에 압력을 가하며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학생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10~20년씩 학교를 위해 묵묵히 일해 온 이들을 아무 말 없이 쫓아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여 적극적으로 서명에 참여했다. 이러한 학생들의 지지에 감동을 받은 환경미화원들은 고마운 마음을 편지로 적어 캠퍼스 곳곳에 붙여놓기도 했다. “학생들이 많은 응원의 글을 보내줘서 힘이 납니다. 예쁜 학생들 매우 고맙습니다.”
이들의 마음이 오고가는 모습이 바로 진정한 소통의 아름다움이 아닌가. 결론은 어떻게 되었을까. 해고통보를 받고 투쟁을 시작한 지 14일 만에 마침내 노사합의를 이끌어내고 해고자 전원 복직되었다. 이러한 결과에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그 학교 학생들의 뜨거운 지지와 응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학생들과 환경미화원들의 가슴 뜨거운 소통의 힘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동행의 모습이다. 직업의 차이, 빈부의 차이는 진정한 마음의 움직임 앞에서는 결코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없는 것이다.<“노크 없이 문을 열고 예의 바르게 인사하라”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유재화 지음, 책이있는마을>
'독서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뜨거운 난로 법칙과 손목시계 효과 (0) | 2011.12.01 |
---|---|
심리적 방어기제 (0) | 2011.12.01 |
브레인 푸드 (0) | 2011.12.01 |
정년 후의 아내는 적인가, 동지인가 (0) | 2011.12.01 |
도망치고 싶을 때일수록 당당하게 맞서라 (0) | 2011.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