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마음을 여는 화법
상처를 보듬고 먼저 위로하라
상진 씨는 대학교 1학년 때 우연히 피라미드 업체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는 동아리 선배의 “내 손으로 학비를 마련할 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현혹되었던 것이다. 그는 그저 ‘학비만이라도 내 손으로 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으나, 그로부터 그는 헤어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져들고 말았다. 강제로 집단합숙소에 감금되는 것을 시작으로 아는 사람을 총동원하여 한 세트에 수백만 원씩 하는 건강식품, 자석 요 따위를 팔아오도록 강요받았다. 그는 혼란스러웠지만 피라미드는 견고하고 치밀했으며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처럼 아득했다. 탈퇴를 위한 하소연이나 애원은 공염불에 불과했고 누구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곳은 진정한 대화나 소통이 부재하는 억압된 공간이었다. 누군가 지시하고 명령하면 그것을 따르는 일만 가능했다. 24시간 내내 계속되는 교육과 감시의 눈길을 피해 겨우 부모님께 연락을 취하고 탈출하기까지 무려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경찰과 함께 들이닥친 아버지의 손을 잡고서야 그는 돌아올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모든 것이 예전처럼 순조로울 것만 같았다. 다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졸업하여 부모님께 효도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헛된 바람에 불과했다. 지난 시간 동안 그에게 새겨진 것은 신용불량자의 낙인이었고 가족들의 고통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죄책감과 절망감으로 방황하기 시작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빚이며, 자신 때문에 고초를 겪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천근만근의 무게로 다가왔다.
예전에는 누구보다 밝고 건강한 젊은이였던 그는 점점 말문을 닫고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가버렸다. 세상사람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었고 거리에 나가는 것조차 두렵고 불안하기만 했다. 자신을 감금했던 피라미드 업체 사람들이 여전히 자신을 잡으러 돌아다니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밤이면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의 공포에 시달렸다. 학교에 다시 다니는 것도,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그에겐 꿈같은 일이었다. 현실과의 괴리감에 좌절할수록 그는 방안에 처박힌 채 몇 달씩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날이 우울과 절망과 공포심만이 그의 가슴속에서 하늘을 찌를 듯 불타올랐다. 삶에 지친 가족들 역시 그의 내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무심했고 아무런 기대도 대화도 원치 않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후, 홀로 방안에 처박혀 있던 그에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무시했다. 그냥 돌아가겠지, 하는 그의 기대와 달리 벨소리는 더욱 집요하게 울려댔다. 귀를 틀어막고 이불을 뒤집어써도 그 소리는 점점 더 크게 파고들었다. 머리가 터질 듯한 고통을 더 이상 참지 못한 그가 순식간에 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그리고 시골 할머니가 보낸 택배 물품을 들고 왔다가 막 돌아서던 남자의 등에 칼을 꽂고 말았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견디기 힘든 경험 이후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이처럼 자기만의 세계에 안주하기 시작한 뒤에는 더욱 현실로의 복귀란, 건널 수 없는 강 너머의 일이 되어버린다. 현실로부터 멀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도망쳐온 관계와 세상에 대한 그리움이 남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변질되고 왜곡되기 시작한다. 그렇다 한들 평범한 청년이 이유 없이 타인을 해코지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원인이 오로지 ‘피라미드에 관한 나쁜 추억’때문이었을까? 물론 그것이 직접적인 원인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바로, ‘소통의 부재’이다. 상처 입은 그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주위의 관심과 소통의 노력이었다.
그렇게까지 곪아터지기 전에 먼저 손을 내밀고 세상에 대하여 마음의 문을 닫아걸지 않도록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던 것이다. 상처를 극복하는 일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들도 도움이 될 수 없었다. 그들 역시 오랫동안 고통을 당해왔으므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고 마찬가지로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다.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의 가족들, 혹은 친구들, 그의 상처를 아는 그 누구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었더라면 그런 결과까지 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주변을 돌아보라, 혹 내가 무심하게 지나친 가까운 이들 중에 상처와 두려움으로 자기만의 방으로 숨어들기 시작한 사람은 없는가. ‘난 누구에게 도움을 줄 수 없어.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해?’ 라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말고 먼저 그의 마음에 노크하라. 그 노력을 그가 알아차릴 때까지. 어쩌면 번번이 외면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심을 가지고 다가간다면 머지않아 빗장 푸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잔잔한 햇볕이 옷깃을 열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소통하기 원한다면 먼저 위로하고 보듬어라.<“노크 없이 문을 열고 예의 바르게 인사하라”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유재화 지음, 책이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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