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하지 않는 관리자 되기
대기업도 처음에는 조그마한 기업에서 출발한다. 작은 기업은 일하는 사람도 적기 때문에 관리니 의사소통이니 하는 문제들이 아예 없다. 그러나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작을 때는 가능하던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진다. 언제든지 만나 대화할 수 있었던 사장이나 임원이 이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존재로 멀어져간다. 직원들은 자기 아이디어가 즉시 받아들여지고 곧바로 고객에게 제공된다는 자부심을 더는 가질 수 없게 되고 그로 인해 열정도 사라진다. 급기야 어떤 이는 숨 막히는 조직이 되었다며 회사를 나가고 그렇지 않으면 현재 상태를 대충 인정하며 이른바 ‘대기업병’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이 증세가 점점 심해져 심각한 동맥경화증에 걸린 채 서서히 죽어가는 회사도 생긴다.
창의력을 발하는 구글의 ‘카오스’ 리더십: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아예 관리하기를 포기하면 된다. 창업 10년이 넘었고 직원 수가 자그마치 2만 명이 넘는 거대기업이지만 작은 기업의 장점을 유지하는 회사가 있다. 바로 구글이다. 구글의 경쟁력은 ‘관리하지 않는’ 시스템에 있다. 관리하지 않으려면 조직 내의 계층을 어떡하든지 줄여야 한다. 플랫한 조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성공한 벤처가 그러하듯 구글도 몇 사람이 밤을 새우는 열정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창의성으로 똘똘 뭉친 회사다. 구글은 지금도 현장에서 자율성을 가진 사람들이 바로 이런 일을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가능하면 이들은 건드리지 않는다.
이런 신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구글은 아무리 직원이 늘어나도 이른바 ‘적정한 관리 범위’ 법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사람들을 관리하기 좋은 적정 인원으로 묶어두면서 그 위에 별도 계층을 두는 일 따위를 하지 않는다. 이렇게 적정한 관리 범위를 무시하면 한 명의 매니저가 관리해야 하는 부하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데, 구글은 그렇게 되더라도 내버려둔다. 결국 매니저가 부하에 대해 최소한의 관리밖에 할 수 없는 일종의 ‘카오스’상태가 된다. 하지만 그럴수록 부하들은 오히려 각자 자율성을 갖고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다해 몰두하게 된다. 구글에서는 직무기술서에 명기된 명확한 업무가 거의 없다. 이를테면 검색엔진 품질관리팀에 소속된 사람이 다른 팀이나 프로젝트에 소속되어 일하기도 한다. 당연히 업무가 겹치거나 복잡하게 얽히면서 사람들 사이에 긴장과 갈등, 지적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화학적 변화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효과를 거둔다. 이러한 자율적 아이디어와 경계 없이 일하는 환경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혁신 상품이 바로 구글뉴스, 에드센스, G메일 등이다.
‘관리 아닌 관리’ 시스템이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두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 그럼 관리자는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가? 둘째, 이른바 “농땡이” 치는 직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답은 관리자가 지시하고 부하직원이 그에 따라 움직이는 전통적 관리자 역할을 버리는 데 있다. 그렇다고 해서 관리자가 자기 책임 아래 있는 부서의 목표나 성과를 무시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회사에서든 관리자라면 자기부서 목표를 달성할 책임이 있다. 이런 점에서 부서의 목표와 달성 전략을 세우는 것은 전통적인 관리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관리자가 사사건건 간섭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달성 목표를 함께 설정한 뒤에는, 그에 맞춰 부하들 스스로가 업무를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관리 아닌 관리’를 하는 것이다. 이때 관리자는 다만 분기별로 목표에 대한 평가면담을 하고, 부하가 새롭게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구글의 인재가 페이스북으로 간 이유: 이렇게 관리하지 않는 조직을 만들어 늘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문화를 형성한 구글도 고민은 있다. 최근 몇 년간 구글의 핵심인재들이 경쟁업체인 페이스북으로 대거 이동한 탓이다. 구글의 온라인 광고 담당 임원을 비롯해 핵심기술을 개발하던 상당수 인재가 페이스북으로 이직했다. 구글은 핵심인재들이 가진 기술, 노하우, 혁신 아이디어를 경쟁업체에 빼앗길 위험에 직면했다. 인재 지키기에 비상이 걸린 구글은 대규모의 연봉 인상과 보너스 지급을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구글을 떠난 사람들에게 이직 이유를 들어보니 놀라웠다. “더딘 일처리 속도, 창의성을 억누르는 프로세스 때문에 실망하고 있다”, “중요한 결정은 모두 임원이 하고, 직원들은 업무와 관련해 아주 사소한 것까지 관리당하고 있다”, “구글은 현재 엄청 거대해지고 있으며 느리게 움직이는 회사가 되어버렸다”, “구글은 이제 핫Hot한 직장이라기보다는 안전한 직장으로 바뀌고 있다”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애초 구글이 추구했던 기업문화와는 매우 상반된 내용이다. 구글의 혁신적 문화가 죽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현재 상태에 안주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지식의 내용이 급속히 변하고 더 치열하게 창의적 제품과 서비스로 경쟁해야 하는 지금의 산업 환경에서 한 자리에만 머무르는 것은 곧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 지금은 페이스북이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면서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지만 언제 제2, 제3의 페이스북이 나올지, 그 역시 알 수 없다. 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신생기업의 장점을 유지하기 위해 늘 초심을 지키는 노력을 거듭하는 수밖에 없다.<“마음으로 리드하라”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류지성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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