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없는 시장은 무질서에 빠지는가
노벨상 수상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민주자본주의 경제에서 법의 목적은 통행규칙을 명문화하는 데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길을 다닐 때는 일정한 관습을 따라야 한다. 규칙과 규제는 사람들로 하여금 관습에 맞는 길을 걷도록 해야 한다. 이때 언제 어디로 다녀야 하는지까지 지정해서는 안 된다. 시장을 너무 철저히 관리해서는 안 된다는 맥락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하이에크가 말한 기본적인 지도와 보호기능을 넘어 과도한 규제가 난무하는 것이 문제다. 이런 규제가 때로는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왜곡한다. 규제가 없으면 자유시장이 무질서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불필요한 걱정이다. 자유시장의 자율규제 능력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2008년의 경제위기에서 경험했듯이 자유시장에서는 부정한 사람들의 부정한 행위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민주자본주의 현실경제에서 버나드 매도프 같은 인간들은 예외로 보야 한다. 자유시장주의 경제학자인 윌리엄 앤더슨이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자유시장은 스스로를 철저히 규제한다. 애덤 스미스의 견해처럼, 자유시장은 자기 이익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자기 이익을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할 때 비로소 고객들이 당신과의 거래를 선택할 수도 있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싸구려 물건과 서비스로 어떻게 성공을 기대하겠는가?” 자유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는 이런 바탕 위에서 최선의 상호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진행된다. 이런 식으로 자유시장에서는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여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달성한다.
그런데 자유시장의 행태가 항상 ‘전문가들’의 예측대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시장의 구성원들이 기존의 규제가 만들어 낸 가격 및 공급의 불균형에 비정상적으로 대응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는 역시 2008년의 주택 및 금융시장의 붕괴를 들 수 있다. 이런 사건들은 ‘고삐 풀린 시장’의 결과가 절대 아니다. 근본적인 책임은 정부에서 엉성한 정책을 기획한 사람들이며, 엉성한 규제가 결국 시장을 엉망으로 만든 것이다.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와 규칙은 시장의 행태를 그저 왜곡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를 질식시킬 수도 있다.
물론 민주자본주의 경제라고 해서 규제가 전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좋은 뜻에서 만들어진 규칙은 적어도 어느 순간까지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비용과 견주었을 때도 그 효과가 과연 의미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1960~70년대에 환경과 건강 문제가 불거지며 살충제인 DDT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대신에 말라리아 같은 질병에 대처하기 위해 모기장 같은 대안이 만들어졌지만 살충제만큼 효과적이지는 못했다. 그 후로 말라리아가 유행하며 해마다 100만 명 이상씩, 25년여 사이에 5천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 많은 생명과 바꿀 정도로 DDT 금지법이 가치 있었을까? 몇 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DDT 사용을 허용했다. 현명한 결단이었다. 주민들의 거주지에서의 살포량을 소량으로 제한하자 건강과 관련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에 말라리아 발병률은 무려 90퍼센트나 감소했다.
2008년 한 해 동안 의회에서 통과시켜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 수만 285건에 달한다. 그리고 연방기관에서 최종 승인한 새로운 규칙과 규제 건수도 3,800건 이상이었다. 사람들은 새로 생긴 규칙이 자신들의 행복과 건강, 안전을 보호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도대체 얼마나 많은 규제가 필요할까?<“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를 구할 것인가, 스티브 포브스, 엘리자베스 아메스 지음, 역자 김광수님, 아라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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