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해야 할 일’보다 ‘하는 일’이 낫다: 정리정돈을 잘하는 사람들은 대개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잘 활용한다. 하지만 일부 어수선한 사람들은 이를 잘 다루지 못한다. 그들에게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쥐어주는 것은 마치 네안데르탈인에게 컴퓨터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목록을 만들어도 그저 의무감에 의해 움직이기에, 그 목록을 적은 종이는 잡동사니에 파묻혀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된다. 어쨌든 ‘해야 할 일’이라는 말에는 ‘의무’의 뜻이 강하게 담겨 있어, 이 말을 들으면 본능적인 반항심이 끓어오른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해야 할 일’의 목록을 ‘하는 일’의 목록으로 바꿔 부르자. 이런 작은 어휘 상의 차이가 행동을 변화시킨다.
행동 없는 말은 소용이 없다 / 실무자 또는 매니저의 목록: 어휘를 바꾼다 해도 목록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하는 일 목록’은 자신이 하려는 일을 분명하게 밝힌다는 의미인데, 목록은 중요도 순으로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하는 일’을 하느라 시간을 모두 써버린다면 ‘배울 일’과 ‘하고 싶은 일’은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따라서 시간 분배를 적절히 해서 다른 일을 위해 충분히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즉 ‘하는 일’부터 순서대로 해내려고 애쓰기보다 2~3가지 일을 하고 ‘배울 일’로 넘어가서 그중 하나를 하고 다시 ‘하는 일’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또 만약 어느 지점에서 방해를 받아 일을 제대로 끝맺지 못했다면 잠시 휴식을 취하고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면 된다. 참고로 실무자 또는 매니저의 목록을 소개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결정의 시간: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명확히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면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다. 그런데 잡동사니 중독자는 결정을 내리기 싫어한다. 뭔가 결정했다가 그것이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까 두려워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우려하는 탓이다.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은 없다. 완벽한 결정도 없다. 자신이 내린 결정이 훗날 실수로 밝혀지면 세상이 무너질 듯 힘들 거라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틀린 결정보다 옳은 결정을 내릴 확률이 훨씬 높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그런 적이 많을 것이다. 단지 부정적이고 자기 제한적인 성격 때문에 잘못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뿐이다.
결정하기
결정에 대한 일반적 길라잡이: 결정을 내리는 데 5가지 이상의 방법이 있는데,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지금까지 단 하나의 결정 패러다임에 얽매여 있었다면, 아마도 그게 실패의 원인이었을지 모른다.
① 최적화_ 많은 정보와 시간이 소요되는 방법이다. 중대한 결정, 예를 들어 집이나 자동차를 구입하거나 직장을 옮기는 일을 정할 때 유효하다. 특히 선호하는 취향의 폭이 넓고, 다양한 정보에 영향을 받을 때는 최대한 정보를 취합해야 결론에 이를 수 있다. 그런데 뭔가를 버리는 등 아주 사소한 결정을 내릴 때 이 방법이 무의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버리는 일이 어려워진다. 청소와 정리정돈은 어렵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② 한계 최적화_ 잡동사니 중독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과정에 한계를 부여하는 식이다. ‘1시간 안에 결정해야 해.’ ‘모든 서류를 정리해야 해.’ 이런 생각이 결정에 작용하는 한계다. ③ 만족화_ 정보가 확실하지 않지만 원하는 게 분명하다면 이 방법이 적합하다. 이때는 많은 정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처음 발견하는 만족스러운 옵션을 선택하면 된다.
④ 조건부 선택_ 결론에 이르기 가장 쉬운 방법이다. 또한 가장 한계 사항이 많기도 하다. 미리 조건을 정하고 그에 부합하지 않으면 즉시 제거하면 된다. 예로 인생의 최대 목표가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면 출장을 가지 않아도 되는 직장을 찾으면 된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그에 적합한 곳이 많지 않기에 고민 없이 결정에 이를 수 있다. 만약 기준에 들어맞는 선택이 다수일 경우에는 최적화 방법을 이용한다. 만약 한계 사항을 많이 첨가하면 선택할 수 있는 곳이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⑤ 무작위화_ 사용 가능성이 희박한 방법이다. 감정이 개입할 일이 없는 경우, 그래서 모든 선택을 공평하게 느낄 수 있는 사항을 결정할 때 사용한다.
결정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잡동사니 중독자는 업무보다 화장지를 고르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곤 한다. 20개가 넘는 화장지의 사이즈, 브랜드, 색상 등을 놓고 오랫동안 고민한다. 하지만 무얼 살지 정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그 결정에 대해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 참고로 나는 오래전부터 흰색 화장지를 사기로 정해 두었다. 예전 색깔 있는 화장지를 샀을 때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던 여자친구의 눈빛을 생생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유난히 환경에 예민해 흰색 화장지만 썼다. 왜 나는 이처럼 사소한 일은 기억하고, 보다 중요한 일은 잊어버린 걸까? 대부분 잡동사니 중독자는 추상적인 일보다 시각적이고 감정적인 일을 잘 기억한다.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면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계속 그 일에 얽매이게 된다. 앞의 예를 통해서 배울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선택의 범위를 좁히면 고민하는 과정이 줄어든다. 둘째,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건 해결법이 아니다. 그리고 심한 잡동사니 중독자라 해도 다음 두 가지 질문에는 고민 없이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그 일이 정말로, 정말로 중요할까? 둘째,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어째서 그토록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걸까?
업무에의 적용: 통계에 의하면 일반 사무원은 하루 평균 45건의 서류를 받는다고 한다. 각 서류를 보관할지 버릴지 결정하는 데 1분을 투자한다고 가정해 보자. 서류가 하나 늘어나면 하루에 1분을 더 소요하게 된다. 그런데 결정하지 않고 쌓아두면 다음 날도 1분을 소요해야 한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면 그 서류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 데 20분을 소요하게 된다. 서류 한 장에 한 시간이나 투자하는 셈이다. 이를 주당 40시간인 근무시간에 대입해서 계산해 보자. 40분의 1은 2.5퍼센트다.
자동차와 달리 서류 한 장의 결과가 지속되는 시간은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근무시간과의 비례를 계산하는 것으로 넘어가자. 그렇다면 서류 한 장이 자동차나 집을 구입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금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서류 한 장을 집어 들고 거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았는지 계산해 보자. 여러 사람에게 이걸 해 보라고 권하는데, 그들은 그 결과에 무척 놀란다. 이는 상대적으로 하찮은 일을 매우 중요한 일처럼 처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유부단함의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종이 더미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종이 잡동사니를 정리하기 전에, 그에 얽힌 불안감을 인식하고 그것부터 치워야 한다. 문제는 종이 더미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맨 위에 놓인 종이부터 차례대로 정리하자. 하나씩 없애고 체계를 만들면 더는 쌓이지 않는다.” 이는 정리정돈을 잘하는 사람에게나 먹혀들 만한 조언이다. 잡동사니 중독자는 이것도 벅차다. 간단한 일을 해내는 데도 극복해야 할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는 정리 체계를 만들고 이를 활용하면 모든 게 해결되리라는 걸 안다. 매년 혹은 매달 한 번 서류를 정리하고 필요 없는 것을 깨끗이 버리면 된다. 얼마나 간단한가! 정리하지 않는 습관, 버리지 않는 습관은 제자리에 놓는 습관으로 바꿀 수도 있다. 말로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습관을 바꾸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처음 몇 달은 정리하는 데 재미를 붙여 이것저것 버리는 데 집중할지 모른다. 하지만 몇 개월 지속될 뿐이며 다시 옛 습관으로 돌아가게 된다. 완벽한 사무 공간, 완벽한 육체, 완벽한 관계를 회복하는 데 정확히 며칠이 걸린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사람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며칠이 걸렸는지 상관할 필요가 없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보관해야 할 문서와 이메일: 정리법은 다음과 같다. ① 이미 유효기간이 지났나? 문서를 대충 보자. 작성 날짜가 있나? 이제 답변 기한을 보자. 이미 지났나? 그렇다면 당장 버리자. 읽어볼 필요도 없다. 이미 날짜가 지났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쓰레기통에 넣자. 아직 기한이 지나지 않았다면 마감일을 형광펜으로 표시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② 현재 진행 중인 일과 관련 있나? 제목이나 첫 줄 내용을 살펴보고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계가 있는지 확인하자.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던지자. 자질구레한 메모 또한 버리면 된다. 문서의 경우 현재 업무와 관련한 단어가 나오면 형광펜으로 표시하자. 한편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은 의문사나 감탄사 혹은 욕설 등으로 끝나는 문장이다. 그 자체로 중요하지 않지만, 마무리를 해야 할 필요를 발견할 수도 있다.
③ 요약할 수 있나? 문서의 경우 형광펜으로 표시된 부분만 읽고, 문서에 적힌 날짜를 제목으로 주요 내용을 간략히 적어 컴퓨터에 입력하고, 원본은 버린다. 단 안전을 위해 반드시 보관해야 하는 파일은 예외다. 이메일의 경우 필요한 부분만 복사해서 저장하는데, 저장 날짜가 아니라 메일이 온 날짜를 기준으로 저장한다. 그리고 원본 이메일은 삭제한다.
안전그물을 만들어라: 지금 당장 뭔가 버리기가 어려워도 기죽을 필요는 없다. 문서의 경우 ‘만일’을 위한 파일을 따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 박스 하나를 따로 마련해서 ‘만일 파일’이라고 이름 붙이고, 그 안에 매달 한 번씩 만일 파일로 분류된 문서를 넣어두면 되는데, 문서의 오른쪽 맨 위에는 연월일을 표기해 놓는 것이 좋다. 이메일의 경우 ‘만일 파일’이라는 폴더를 생성하고, 그 안에 한 달 단위의 하위 폴더를 여러 개 만들어, 보관해야 할 메일을 골라서 내용을 요약하고, 그 달의 폴더에 넣어 놓으면 된다. 그 후 자신에게 적합한 정리정돈법을 찾게 되고 그 방식에 충분히 자신감이 생긴다면 그때 ‘만일 파일’을 정리하면 된다. 가장 오래된 문서부터 꺼내 내용을 확인하고, 그것을 버려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으리라 확신한다면 곧바로 처리하면 된다.<“잡동사니 증후군”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마이크 넬슨 지음, 역자 최지현님, 큰나무>
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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