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인간인 철학자 혹은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그리스 철학자들 중에서 플라톤과 나란히 가장 위대한 철학자이다. 저 유명한 문헌학자 빌라모비츠가 말한 대로 “학자들은 존경하지만, 학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메마른 개론서를 보고 그의 체계를 외우면서 저주하는 사람”인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원전 384년 혹은 383년에 스타기로스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스타기로스 사람’이라고 부르곤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스타기로스 출신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의미가 없는 것만도 아니다. 이 도시는 이 철학자 말고는 특별히 이렇다할 만한 것을 세상에 내놓지는 못했다. 그러니까 아리스토텔레스가 위대한 스승인 플라톤과는 달리 당시 그리스의 정신적 수도였던 아테네 시민이 아니라 시골 사람이었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세계의 방랑자: 이 남자는 스타기로스에서 아테네로 오면서 철학에 자신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당시 이것은 별 볼일 없는 학문을 하고 기묘한 생각에 잠기는 사람이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 철학은 상당히 폭넓은 분야였다. 근본적으로 모든 지식과 학문이 여기에 속했다. 정치가나 장군이나 교육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우선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쓸모가 있었다. 당시 아테네가 철학을 위해 제공한 큰 기회는 플라톤이었다. 이 사람은 성스러운 아카데모스 숲에 있는 자신의 아카데미에서 학생들 무리에 둘러싸여 그들과 더불어 철학을 했다. 당시 열일곱 살이던 아리스토텔레스도 이 모임에 들어가서 스무 해 동안이나 그곳에 머물면서 배우고 토론하고 무엇보다도 열렬히 책을 읽었다고 한다. 플라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은 ‘책 읽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재능이 많은 두뇌가 자기 자신의 철학적 사유에 도달하고, 늙어 가는 플라톤이 가르치는 모든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플라톤은 조용한 체념으로 이것을 바라보았다. 이런 갈등은 플라톤이 죽은 다음에야 비로소 공공연하게 드러났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덜 중요한 다른 사람이 아카데미의 새로운 대표로 임명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화가 나서 아테네를 떠나 소아시아의 왕에게서 새로운 피난처를 얻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페르시아의 공격을 받아 이 왕은 십자가 처형을 받게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이 왕의 궁전을 떠나 자기 생애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만남에 이르게 된다. 아테네에서 당시 가장 위대한 철학자와 만났다면 이번에는 마케도니아에서 자기 시대 가장 위대한 군사적·정치적 천재인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만나는 것이다. 물론 당시만 해도 그는 아직 대왕이 아니라 그냥 열세 살의 소년이었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고문이 아니라 교육자였다. 이 철학자의 교육 기술이 장차 정치가이며 장군이 될 소년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우리는 거의 아무 것도 모른다. 그래도 인류의 최고 경지에 이르는 권력과 정신이 몇 해 동안 함께 살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상한 느낌이 든다. 미래의 세계 정복자와 우주적 의미에서 정신적 우주를 정복한 사람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서양 학문의 토대를 놓은 사람: 이것이 위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애다. 수없이 장소를 바꾸었던 것, 여러 왕궁에서 활동한 일, 수많은 장소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일, 수많은 위험을 겪고 적대감을 얻었던 것 등 평생 그가 겪은 일들을 생각해보면 그가 그렇게 태연하게 철학적인 문제들에 몰두했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고대의 철학자 가운데 그는 다른 누구보다도 지속적으로 평온하게 작업했다는 인상을 남긴다. 자기 주변의 일과 개인적인 운명에 무심한 태도로 그는 탐구에 몰두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탐구의 결과로 엄청난 분량의 저술을 남겼다. 구대의 어떤 증인은 그것이 400권에 이른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1,000권이라고도 하고, 진짜 학자인 또 다른 사람은 수고스럽게도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행수를 헤아려서 모두 445,270행에 이른다고 전하고 있다. 이 어마어마한 저술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의 학문의 토대를 만든 사람이 된다. 그가 자연과학 저술에 적어놓은 결과들이 반드시 학문의 토대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 자연과학 분야에서 대부분의 내용은 낡아서 시효가 없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과 힘을 합쳐서 아주 꼼꼼하게 많은 것을 기록하여 남겼다. 또한 인간에게 관심을 돌려 해부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탐색하면서도 몇 가지 기묘한 말을 남기고 있다. “생명체는 단순히 부분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 혹은 단순히 기계적 장치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서 각 부분들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하나의 전체”라는 것이다. <“철학의 에스프레소”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빌헬름 바이셰델 지음, 역자 안인희박사,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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