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치의 지배
기업정치(corporatocracy)란 사회를 지배하는 기업이 정부와 연합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직접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민중이 직접 통치하고, 공화국에서는 민중이 그들을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대리인들을 통해 권력을 행사한다. 기업정치 사회의 경우 선거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과 부유한 엘리트들이 통치하면서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챙긴다. 기업정치 사회의 선거에서 지배계층은 민중이 발언권을 가지는 것처럼 보이도록 복수의 후보자를 출마시킨다. 또한 지배계층의 입장에서는 그들에게 신세진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 모두에게 선거 자금을 지원한다. 경쟁력 있는 정당이 2개밖에 없다는 사실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비용 절감 요인이다.
기업정치에서는 기업과 부유한 엘리트가 직·간접적으로 선거 자금을 지원해서 후보들을 채무자 신세로 만든다. 이렇게 빚을 지고 당선된 정부 관료들이 핵심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친기업 인사나 기업 임원을 임명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또한 고위 관료들이 은퇴 후에 고액의 연봉을 받는 로비스트가 되어 현 정부와의 인맥을 이용해 기업의 이해관계를 수호하는 것 역시 일상적인 일이다. 이러한 회전문 인사는 이른바 산업 복합체(industrial complex)의 관행이다. 산업 복합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군산 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 외에도 미국에는 ‘에너지산업 복합체’와 ‘농산업 복합체’, 그리고 최근에 그 존재를 널리 알린 ‘금융 산업 복합체’ 등이 있다. 금융 산업 복합체의 회전문 인사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골드만삭스의 CEO로 있다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마지막 재무장관으로 임명되었던 헨리 폴슨이다. 로렌스 서머스는 2008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되기 직전에 헤지펀드 디아쇼에서 520만 달러를 받았다. 오바마 행정부의 재무부 차관 닐 울린 역시 하트포드 금융서비스 그룹의 이사 출신이다. 이들 외에도 금융 산업 엘리트 사회의 일원이었다가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각료로 임명된 사람이 9명이나 더 있었다.
파편화된 사람들
미국인의 대다수는 사실상 민중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민중주의자란 기업과 정부의 연합체보다 민중의 판단을 더 신뢰하는 반엘리트주의자를 뜻한다. 나는 민중주의자들이 분열을 극복하고 엘리트 지배에 맞서 함께 싸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민중주의자들의 연합을 실현하는 방법도 함께 제시하려 한다.
대기업이 지배하는 미디어는 흔히 미국인들을 ‘자유주의자’(민주당 성향), ‘보수주의자’(공화당 성향), ‘중도파’로 구분하는데, 이것은 다분히 기업정치에 유리한 구분이다. 어떤 집단이 선거에서 승리하든 간에 기업정치의 권력은 변함없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기업정치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엘리트주의’와 ‘반엘리트주의’라는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리고 엘리트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단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들 사이의 심리적 차이를 잘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 대다수 미국인들은 기업정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현실을 이해하고 그런 현실에 대해 절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절망과 분노를 건설적인 행동의 에너지로 전환할 줄 안다. 하지만 엘리트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장기간의 개인적 실패와 정치적 패배,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비인간적인 환경과의 일상적인 접촉으로 인해 너무 지쳐버려 어떠한 행동의 욕구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은 엘리트 통치의 진실을 알게 되어도 쉽사리 저항하지 못한다. 고통이 심해질수록 정치 활동의 공간으로부터 점점 멀어질 뿐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분투하는 활동가들은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는 이유가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르기 때문이거나,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서 한목소리를 내도록 결집시켜야 하는 단체들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나 역시 세상의 진실이 널리 알려지고 사람들을 조직하는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발전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나는 흔히 훈계하듯 이야기되는 이런 식의 해결책에는 가장 중요한 퍼즐 조각이 누락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조각은 다름 아닌 ‘무기력’이다. 이 책의 목표는 무기력이라는 문제의 해결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모든 사람이 성공에 한 발짝 더 다가가도록 하는 데 있다. <“Get up Stand Up(깨어나라 일어나라)”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브루스 E. 레빈 지음, 역자 안진이님, 베이직북스>
'독서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 경제 (0) | 2011.12.16 |
---|---|
일과 인생 (0) | 2011.12.16 |
무엇이 생각을 지배하나 (0) | 2011.12.16 |
허클베리 핀의 모험! (0) | 2011.12.16 |
조셉 앤드류스(Joseph Andrews) (0) | 2011.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