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부딪혀 놓쳐버린 꿈이 문득 떠올랐을 때
“말씀은 감사하지만 받지 않겠습니다. 그건 제 자리가 아닙니다.” 이 책의 저자 찰스 핸디는 세인트조지 하우스의 새 자리를 사양했다. 그리고 계약기간이 아직 1년이나 남은 학장 자리도 그만두고 후임자에게 일을 맡기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것은 100% 결심이 섰다기보다는 시험 삼아 해본 가장된 겸손에서 나온 말이었다. 듣는 사람이 당연히 자신을 붙잡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그는 내심 이런 대답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보내드리기에는 우리한테 당신은 너무나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웬걸, 주임사제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마치 떼버리게 되어 기쁜 것처럼 보였다. 그는 모욕감을 느꼈고 화도 났다. 결국 그는 갑자기 메인 데 없는 자유계약 선수로서의 삶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프리랜서의 길로 내몰리게 되었다. 당시 그는 매달 갚아야 할 주택 할부금이 있었고 부양해야 할 아내와 두 명의 십대 자녀가 있었지만 이렇다 할 저축도 없는 상태였다.
그가 아내에게 물었다. “어떻게 돈을 벌지?” “당신은 글쓰기를 좋아하잖아요. 당신의 첫 번째 책도 반응이 괜찮았어요. 그러니 작가가 되어보는 게 어때요?” “책을 써서는 부자가 될 수 없어.” “왜 부자가 되려고 해요?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어요. 당신도 일하고 나도 일하니까요. 또 필요하다면 당신은 경영학 과정에 다시 나가서 임시 강사를 할 수도 있어요.” “그건 리스크가 많아.”
그는 충동적으로 사표를 낸 행동이 대군단인 코끼리의 세계를 훌쩍 떠나 외로운 전사 집단인 벼룩의 세계로 뛰어든 무모한 짓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프리랜서) 인생, 즉 벼룩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가 할 줄 아는 것은 글을 쓰고 강연하는 것뿐이어서 그야말로 앞날이 막막하고 불확실했다. 회의도 없고, 마감일도 없는 인생. 마감일이 없는 인생은 우선순위가 없는 인생이다. 프리랜서 인생을 시작한 초기 7년은 모든 것이 만만치 않았다. 그에게는 삶의 목적과 우선순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했다. ‘내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는 청년시절, 학업을 마치고 처음 입사했던 대기업 석유회사 ‘셸’이 그리웠다. 회사는 감옥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일을 줌으로써 임무와 기회를 제공했다. 거기서는 모든 것을 상사들이 대신 결정해주기도 했다. 또한 그전까지는 동료가 없는 삶이 얼마나 외로운 것인지 상상하지 못했다. 동료와는 관심사를 함께 나누고, 함께 일을 해나가고 세상사를 불평하며 인생의 여정을 함께 걸어갔었다. 그러나 함께 토론할 사람이 없으면 프로젝트도 신이 나지 않는다. 함께 축하해줄 사람이 없으면 성공도 공허하게 느껴지고, 위로해줄 사람이 없으면 실패도 몇 배나 무겁고 힘들게 느껴지는 법이다. 외로웠던 그의 프리랜서 생활은 10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코끼리와 벼룩』의 저자 찰스 핸디는 20세기 고용문화의 큰 기둥이었던 대기업을 코끼리에 비유했고, 그 코끼리들의 세계에서 벗어나 혼자서 일하거나, 자그마한 자기 회사를 차리는 사람들을 벼룩에 비유했다. 그는 앞으로 벼룩 생활자(포트폴리오 생활자, 프리랜서)가 많아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앞으로 회사든 혹은 일반 단체든 조직들은 그 활동범위와 영역은 늘리는 한편 핵심 사업은 축소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 간격을 계약직 용역과 전문가들로 채울 것이다. 이런 핵심 일에는 24시간 글로벌 사업 운영에 부응하여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젊은 사람이 투입될 것이다. 많은 회사 조직이 군대 같은 연령 프로필을 갖게 될 것이다. 젊고 의욕적인 젊은이들이 기반을 이루지만 위로 갈수록 몇 명의 현명한 사람들만 남아 있는 피라미드 꼴이 될 것이다. 그리고 군대와 마찬가지로, 회사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거쳐 가는 첫 번째 이력, 혹은 벼룩 생활로 가는 전주곡이 될 것이다.’
찰스 핸디는 이미 1980년대 초에 2000년이 되면 전일제 직장에 근무하는 영국 노동자가 전체 노동력의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나머지 절반의 노동력은 자영업자, 파트타임 근무자, 임시직 노동자, 실업자 등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따라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다른 고객이나 거래처의 일감을 받아 일하는 포트폴리오 인생의 도래가 불가피하다고 보았다.
이제 기업들은 아주 날씬해졌다. 그리고 다양한 벼룩들, 소규모 독립 공급업체, 하청업체, 자문가, 컨설턴트, 신규업체 등이 기업을 둘러싸고 있다. 개인들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책임지고, 자신의 특별한 재능을 개발하도록 요청받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유연한 세계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이런 식으로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고 저자는 시사한다. 변화는 패기 있고 유능한 젊은 사람들에게는 신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분명 불편하고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제 대기업에서의 근무 기간은 우리 부모 세대에게 주어졌던 기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짧아지고 있다. 그로 인해 은퇴를 하고 나서 그 후 약 30년의 생활은 어디에서도 보장받을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직장에서의 생활이 끝난 뒤에도 일을 계속해야 하는데 그 일은 정규 직장의 연속이 아니라 프리랜서 일이 될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로 소속감의 상실을 극복하는 법, 열정을 되살리는 새로운 목적의식, 남보다 더 잘하려 하지 말고 남들과 다르게 하라는 차별화에 대해 조언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열정을 강조한다. 열정은 사람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다. “그런 열정은 어디서 찾지요?” “꿈속에서.” 찰스 핸디는 대답한다. “우리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꾸지.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낮에도 꿈을 꿔. 이런 사람들은 아주 위험하지. 자신의 꿈을 반드시 이뤄내고 마니까.”
과거와 미래에 사로잡혀 현재가 행복하지 않을 때 - 소년과 노인이 있었다. 그들은 함께 얘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노인은 평온함을 가지고 있었고, 여느 젊은이 못지않은 활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노인은 검소했으나 가장 행복하고 성공한 사람이었다. 소년 역시 늘 행복해했고, 무엇이든지 자신이 하는 일에 홀딱 빠져들었다. 노인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년이 물었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선물이란 게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마술지팡이 같은 건가요? 아니면 어디든지 제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타임머신 같은 건가요?” “그게 아니란다. 마술이나 소원, 타임머신과는 관계없지. 하지만 네가 그 선물을 받을 때쯤이면, 더 이상 어딘가로 가고 싶은 꿈 따위는 필요 없을 거야.”
소년은 자라 십대 청소년이 되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불만은 점점 커져갔다. 나이가 들수록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오히려 갖고 싶은 것만 늘어났다. 그리고 좀 더 재미있는 것만을 원하고 있었다. 게다가 급한 마음에 더 넓은 세상에 나가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했다. 그가 물었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그 선물이란 것이 저를 부자로 만들어주는 그런 건가요?”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게 너를 얼마든지 부자로 만들 수 있어. 하지만 그 가치를 금이나 돈으로는 따질 수가 없단다.” 소년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소년은 더 자라 청년이 되었다. 주위 사람들은 그가 일을 잘한다며 칭찬했지만 그 자신은 늘 마음 한 구석에 무언가 빠진 듯한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겹기까지 했다. 꿈과 목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피곤하고 절망감만 커졌다. 자신의 일에 좀처럼 만족할 수도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판단할 수 없었다. 그는 삶이 더 단순했던 어린 시절과 ‘소중한 선물’을 떠올리고 노인을 찾아갔다.
“정말 그 선물을 찾고 싶다면, 자네가 가장 행복했고 가장 성공적이었던 때를 생각해보게. 자넨 이미 어디서 그걸 찾아야 할지 알고 있네. 다만 그걸 깨닫지 못할 뿐이지.” 덧붙여 노인은 제안했다. “잠시 시간을 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조용히 해답을 찾아보는 게 어떻겠나?” 청년은 호젓한 산 속에서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이는 전혀 다른 삶의 모습을 경험하며 하나하나 깨달음을 얻는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지금이다.’ 그는 깨달음을 실생활에 적용시켰다. 많은 것이 좋아졌다. 그러나 어김없이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그것은 과거를 돌아보고 배움을 얻지 않고 그냥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현재보다는 대개 과거의 실수나, 미래에 저지를 수 있는 실수만을 걱정한다. 반면 좋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한다. 그들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실수를 했지만 그것에서 배움을 얻고 앞으로 나아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거를 돌아보려 하지 않는 것은 예전의 실수 때문에 다시 마음을 다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잘못을 돌아보고 배움을 얻었다면 지금의 내 모습이 어떻게 되었을까’를 스스로 묻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의 즐거움을 앗아가는 건 두 가지 뿐이다. 과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다. 좌절감을 느끼거나, 과거에 대한 생각 때문에 현재가 방해받고 있을 때, 그때 우리는 시간을 갖고 과거를 돌아보면서 바꿔야 한다.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나는 그것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이제 나는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과거처럼 똑같은 식으로 행동하면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으나 과거에서 더 많이 배울수록 후회를 덜 하고, 현재의 시간은 더 많아지게 된다.
노인의 가르침을 적절히 응용하자 효율적인 업무 처리가 이루어지고, 유대관계도 훨씬 더 좋아졌다. 원하던 승진까지 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래를 생각하면 길을 잃고 헤매는 기분이 들어 불안했다.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선물’의 세 번째 측면이었다. 누구도 미래를 통제하거나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 원하는 것에 더 많은 계획을 세울수록 현재의 걱정과 불안이 줄어든다. 그리고 미래를 더 잘 알 수 있다. ‘현재 속에서 살기, 과거에서 배우기, 미래를 계획하기’는 카메라의 삼각대처럼 삶과 일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게 만든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삶에 소명의식이 있을 때만 그 모든 것이 의미를 갖는다. 소명의식을 가진 삶이란 단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까지 아는 것이다. 소명의식을 가진 삶이란 거창한 청사진이나 계획이 아니다. 그것은 일상을 살아가는 현실적인 자세다. 성공이란 우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고귀한 목표들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몰두할 때 과거보다 나은 현재,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완전히 몰입하자. 그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다._ 『코끼리와 벼룩』 · 찰스 핸디 지음_ 『선물』 · 스펜서 존슨 지음&
-“서른의 독서”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박자숙 지음 , 라이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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