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금융내전이 진행 중인 미국
지폐의 탈선과 금융내전, 어디에서 시작되었나?
석유를 장악하면 세계를 장악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천연자원이 풍부한 일부 민족국가가 독립하기 시작했다. 1960년 한 해에만 아프리카 17개국이 독립을 선언했기 때문에 이 해를 ‘아프리카 독립의 해’라고 부른다. 이는 인류에게 진정한 해방을 가져다주었고, 식민통치 시스템을 와해시켰다. 식민통치 시스템이 붕괴한 결과, 과거에는 침략자들이 모든 것을 결정했지만 이제는 국민 스스로 자국의 일을 결정하게 되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민족의 역량으로 국내의 천연자원을 통제하고 또 상호 연합해나갔다는 점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출범이 대표적인 예이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이 터졌을 때 OPEC은 석유를 무기화하여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국가에 제재를 가했다. 그 결과 발행한 제1차 오일쇼크는 서양 경제를 심각한 혼란에 빠뜨렸다. 이와 같은 자원의 민족화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고, 종전 이후 기존 국제관계 구도를 크게 흔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산업화를 통한 세계진출 모델에서, 국가 간 대규모 부의 이동은 거래가 아닌 무력에 의해 이루어졌다. 자원의 희소 정도와 국제관계의 긴장 정도는 비례하여 발전하며, 이는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철칙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자원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대외 침략전쟁이 발생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족국가가 차례로 독립하면서 기존의 국제화 모델은 완전히 개편되었다. 그리고 곧이어 발생한 제1차 오일쇼크는 세계경제, 특히 자원문제에 대한 서방세계의 인식과 행동을 결정적으로 변화시켰다. 군사력을 통한 점령은 금융을 통한 점령으로 바뀌었고, 자원금융이 금융의 핵심 분야로 발전했다.
석유를 예로 들어보자. 제1차 오일쇼크는 서양세계에 ‘석유를 장악하면 세계를 장악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다양한 역량이 작용하는 가운데 서양의 대기업은 앞다투어 석유무역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초기에는 현물을 대량 구매했지만 나중에 원유 선물거래를 발전시켰다. 20여 년 전 모건 스탠리, 골드만 삭스 등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사들은 끊임없이 ‘오일머니’를 외쳐댔다. 이는 석유가 무역이 아닌 거대한 비즈니스와 금융투기를 통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부추기는 검은 그림자는 다름 아닌 서양의 대형 금융사와 정부이다.
역사는 거울과 같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세계 역사의 주인공은 영국, 프랑스, 독일이었고 미국은 이들의 ‘막내 동생’에 불과했다. 영국인이 보기에 북아메리카는 겨우 생존할 뿐 발전에는 적합하지 않은 땅, 결코 강대국이 출현할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미국인은 조지 워싱턴의 지휘 하에 영국의 식민통치에 용감하고 처절하게 대항했다. 그 결과 미합중국을 탄생시켰고 이어서 링컨의 주도하에 남북통일을 실현했다. 통일된 미국은 국내에 자기만의 산업기반, 심지어 독일보다도 견고한 기반을 구축했다. 오늘날까지 미국이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이유를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경제발전의 핵심은 바로 세계시장의 자원을 장악하는 것이다. 미국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영토점령은 수단에 불과하며 자원약탈이 진짜 목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는 근대사 전체를 통해 증명되며, 다만 ‘후발국가’들이 더욱 고차원적인 수단을 이용했다는 차이점밖에 없다. 가령 미국은 ‘전쟁을 통한 발전’ 전략을 ‘준(準)전쟁을 통한 발전’으로 격상시켰다. 초반에 미국은 주로 유럽 열강의 뒤꽁무니를 쫓으며 그들에게서 정복된 국가의 일부 이권을 챙겼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점차 쇠퇴하자 후발 주자인 미국은 준전쟁을 통한 발전 전략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미군이 세계 각지에 주둔했고 달러화는 세계경제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미군과 달러’가 바로 미국이 사용한 당근과 채찍으로, 국제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은 이미 1960년에 전 세계 GDP의 25.9%를 차지했다. 이후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면서 경제규모는 줄곧 전 세계 GDP의 25% 정도를 유지했다. 지난 50년간의 미국 경제를 분석해보면, 다음 세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세계 최대의 전통적 산업국가가 되었고 농업과 공업은 오랫동안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둘째, 세계 최대의 자원소비국이며 특히 석유의존도에서 장기간 1위를 차지했다. 셋째, 세계 최대의 과학기술 혁신 국가로 고등교육과 신과학기술, 신산업이 가장 크게 발달한 나라이다. 이 세 가지 특징으로 미국에서 매우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전통산업은 자원을 과도하게 소비해 점차 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 결과 자원이 희소해져 가격이 상승하고 버블이 발생해 위기를 초래했으며, 자원이 전통산업을 제어하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두 번째로 전통산업이 신과학기술·신산업의 발전을 방해했고, 기존의 에너지 자원과 결합하면서 과학기술의 혁신을 가로막았다. 가령 신에너지 기술은 석탄기업과 석유기업, 관련 설비 제조업체의 저항에 직면했다.
오늘날의 미국은 산업과 자원, 과학기술 세 분야가 각축을 벌이는 국가이다. 이는 미국의 금융내전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설명할 수 있는 역사적 대전제이다. 과학기술 최강대국인 미국은 기술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따라서 금융위기가 미국인의 인식을 뒤바꾸고 오바마의 ‘뉴딜정책’이 성과를 거둔다면, 미국은 아마도 기존의 경제발전 방식에서 낙후된 요소를 제거하고 경제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미국이 경제내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금융내전”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리차이위안 지음, 역자 권수철님, 시그마북스>
▣ 저자 리차이위안
화폐철학자이자 금융위기 연구 전문가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금융위기를 연구한 결과, 고전 금융위기는 실물금융의 위기이며 현대 금융위기는 자원금융의 위기라고 주장한다. 현대 금융위기의 ‘원흉’은 자원과 에너지 버블이고, 금융과 지폐의 투기가 위기를 ‘조장’했으며, 실물과 실물무역은 ‘피해자’라고 강조한다. 지은 책으로는 『WTO와 중국경제』, 『이슈-21세기 중국이 직면한 10대 과제(공저)』, 『성인경제학』, 『탈선한 지폐』 등이 있다.
<기장군 월내항>
'독서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융내전 중인 유럽! (0) | 2012.02.02 |
---|---|
구글의 진짜 장점은 (0) | 2012.02.02 |
야만인을 기다리며! (0) | 2012.01.27 |
자기만의 방! (0) | 2012.01.27 |
댈러웨이 부인! (0) | 2012.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