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RB, 중앙은행인가 아니면 재앙은행인가: 그린스펀과 버냉키는 무슨 근거로 경제가 하강하는 국면에 통화량 증가를 결정했던 것일까? 그들의 이론적 무기는 화폐의 ‘승수효과乘數效果’이다. ‘승수효과’란 최초 투자의 증가가 일련의 연쇄 반응을 일으켜 국민소득을 몇 배로 증가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금융기관은 기업을 위해 신용대출을 늘리고, 이는 기업의 임금·이윤·이자 등의 형식으로 생산자·은행·고객의 손으로 들어간다. 이처럼 신용대출 자금의 순환 이용과 함께 승수효과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기업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이다.
크게 보면 새로 늘어난 자금은 세 종류의 기업에 흘러들어간다. 첫째, 만약 신규 투자자금이 주로 실물기업과 소비시장에 들어간다면 이 업계의 전후방 기업이 발전한다. 신규 생산과 소비가 원활하게 순환하기 시작하면 사회에 새로운 가치가 증가하며, 이는 새로운 신용대출 수요를 창출하고 새로운 성장의 출발점이 된다. 이처럼 시장의 유동성에 활력을 지속적으로 불어넣으면서 승수효과가 실현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새로운 과학기술과 새로운 제품, 새로운 소비 그리고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이와 같은 윈윈게임은 승수효과의 이상적인 모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치열한 자원쟁탈전이 벌어지는 현대사회에서 실물에 투자되는 돈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둘째, 만약 새로 늘어난 자금이 자원분야로 흘러간다면 자원 가격과 자원금융 제품의 버블이 커지고 실물분야의 생산원가 및 소비 가격이 오른다. 결국 새로운 가치창출도 저해되며 가치창출과 경제회복을 더디게 만든다. 이와 같이 ‘제로섬’ 게임은 승수효과를 전혀 실현하지 못하며, 이것이 바로 탈선한 화폐의 모습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불행하게도 이런 분야로 흘러들어가는 돈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셋째, 만약 새로 늘어난 자금이 주로 금융기업과 자본시장에 유입된다면 결국 따분한 ‘체내 순환’만을 반복하게 되며 왼손의 것을 오른손에 옮기는 놀이의 반복일 뿐이다. 돈을 버는 사람과 잃는 사람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제로섬 게임이다. 이 모델에서는 어떤 사람이 이익을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사람의 손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 전체의 부 역시 증가하지 않고 승수효과도 실현되지 않는다. 이는 ‘핫머니hot money’와 어느 정도 닮았다. 한 국가 내에서 발생한 핫머니는 ‘내열內熱’로서 국제 핫머니와는 전혀 다르다.
이 세 가지 유형에 근거하여 미국의 상황을 분석해보면, 2000년 이후 그린스펀이 풀어놓은 신규 자금은 주로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었다. 토지의 버블은 결코 승수효과를 실현할 수 없었고 오히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이는 명실상부한 화폐의 탈선이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미국 FRB의 통화정책이 오랫동안 ‘세 가지 허상’에 치우쳐 있었다는 사실이다. ① FRB의 주요 업무는 화폐발행 및 관리지만 화폐 자체는 ‘허상’이다. ② FRB는 ‘내일 쓸 돈으로 오늘의 꿈을 이룬다’는 모토 아래 소비대출을 장려하고 있지만 내일의 돈 자체는 ‘허상이다. ③ 소비대출과 파생상품, 기타 늘어난 화폐의 표적물은 토지·석유·광산물 등 자연자원이며, 이들 자연자원 자체는 ‘허상’이다.
이처럼 FRB는 세 가지 허상을 신봉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FRB의 세 가지 허상 정책은 자원금융을 크게 성장시키는데, 그러한 자원금융은 실물금융을 밀어내고 위축시킨다. 실물금융이 위축되면 실물산업이 위축되고 여기에 의지해 살아가는 대다수 미국인은 임금이 줄거나 일자리를 잃고 만다. 나아가 사회 전체의 구매력과 소비능력이 하락한다. 소비는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원동력이며, 이 원동력이 약화되거나 사라지면 미국 경제는 마비되고 결국 위기로 이어지고 만다. 이것이 바로 자원금융과 실물금융 사이의 금융내전이다.
달러, 가장 ‘느슨한’ 미국 제품
미국 금융내전의 ‘원흉’은 자원과 자원금융 버블이며 이를 더욱 부추긴 것은 화폐, 즉 달러이다. 따라서 금융내전에서 승리하려면 자원을 감시하고 통제하되 특히 화폐를 잘 관리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FRB의 통화관리가 총기류의 관리보다 훨씬 더 느슨하다. 달러는 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가? 그 이유는 달러가 미국의 실물분야와 유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실물분야와 달러는 모두 세계 최고의 지위를 자랑하지만, 이 둘을 비교할 경우 달러의 양이 실물분야에 비해 과도하게 많다. 통계를 보면 미국의 실물산업은 전 세계의 약 25%를 차지하는 반면, 달러가 각국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70%나 된다. 미국의 실물분야는 넘쳐나는 달러를 통제하지 못한다. ‘탈선한 달러’가 세계를 집어삼키고 나아가 미국 자신의 경제구조마저 뒤흔들어 결국 금융내전을 초래하고 미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렸으며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다.
지폐의 탈선본능_ 지폐 가정의 방탕아
지폐의 탈선논리: 혈액과 인체의 관계처럼 화폐는 경제의 혈액이라고 할 수 있다. 혈액은 어디에서 생기는가? 혈액은 체내 조혈기관에서만 만들어지며 성인이 되면 골격과 골수에서도 만들어진다. 심장과 혈관은 피를 내보내고 옮기는 역할을 하며, 피부와 기타 기관은 피를 사용하는 곳이다. 이처럼 피를 만들고, 전하고, 사용하는 과정은 인체의 혈액논리를 구성한다. 인체는 하나의 통일된 전체로서 인체의 완벽한 혈액논리와 불가분의 관계이다. 성인 육체의 혈액논리는 모든 경제활동을 연구하는 가장 큰 모델이다.
뚱뚱한 사람의 경우 신체의 혈액 중 상당 부분이 거추장스러운 육체를 위해 존재하며 고혈압을 유발하기도 한다. 만약 갑자기 상처를 입어 피를 많이 흘리게 된다면 이때가 바로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된다. 금융내전은 바로 다음과 같은 하나의 전쟁이다. 경제구조에서 실물분야는 피를 만들어내는 골격이며, 자원은 피를 흡수하는 피부 및 육체와 같다. 이 둘은 합리적인 비율을 유지하는데, 만약 이 비율이 무너지면 건강을 잃고 병이 들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실물분야가 자원금융 버블에 밀려나고 있다. 이는 전 세계경제가 마치 ‘비만 + 고혈압’에 걸린 환자처럼 죽음을 앞두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세계경제라는 허약한 육체를 찔러 많은 피를 흘리게 했다. 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지혈을 한 다음, 피를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자원 버블을 억제하고 금융투기를 제한하며 실물 및 과학기술의 혁신을 지원해야 한다. 즉, 화폐를 잘 컨트롤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탈선한 학자, 잘 했지만 또 잘못한 학자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종말
글로벌 금융위기, 서양경제학에 종말을 선언하다: 대형 금융위기는 항상 ‘거물’을 물러나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 무대에서 사라지게 된 금융계의 거물은 프리드먼과 그린스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린스펀이 고집스럽게 실시했던 통화정책이 이번 위기를 초래한 중요 원인이라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프리드먼은 금융위기 직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남은 그린스펀이 세인의 비난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위기 발생 이후 그는 위기를 오판하여 더 많은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불거진 이후 그린스펀 등 서양의 일부 경제학자들은 처음에는 낙관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2007년 12월 서브프라임의 충격파가 점차 약해지고, 2008년 1분기가 되면 거의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의 영향을 받은 또 한 명의 미국 금융계의 거물,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 역시 2008년 2월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서브프라임의 영향력이 2분기에 바닥을 치고, 3분기에는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9월 이전, 서양의 주요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그린스펀과 마찬가지로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위기는 빠르고 깊게 확산되었고 그린스펀은 자신의 말을 번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린스펀은 미국이 100년 만에 최악의 금융위기를 맞았으며 이번 위기로 인해 경제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의 공직생활 중 최악의 금융위기를 맞이했으며, 더 많은 금융기관이 쓰러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금융계의 거물이 쓰러졌다. 그리고 서양경제학도 죽었다. 우리는 금화와 지폐를 엄격히 구분하고 이 기반 위에 새로운 경제학을 정립해야 한다.
이번 금융위기에 앞서 성형했던 ‘워싱턴 컨센서스’에 바탕을 둔 신자유주의는 통화주의를 핵심 내용으로 하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학술적 근거이자 슈퍼 바이러스였다. 금융위기 발생 후 오바마 정부는 적극적 개입정책을 통해 신자유주의와 워싱턴 컨센서스의 종말을 전 세계에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신자유주의의 반대편에 서 있던 신케인스주의자 스티글리츠는 ‘시장원리주의에 입각한 신자유주의는 자유방임정책의 부활’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오늘날 신자유주의를 다시 추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금융위기는 서양경제학계를 큰 혼란에 빠뜨렸고 나름 똑똑하다고 자부하던 금융전문가와 경제학자 모두 도대체 어떤 일이 발생한 건지 어리둥절해 했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 통화주의라는 슈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는 혼란에 빠졌고 세계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신자유주의 메커니즘에 대한 믿음을 버렸다.
금융내전의 방어편 - 금융내전을 피하기 위해 노력 중인 중국
금융내전을 방지하기 위한 중국의 ‘312 전략’
‘하나의 중심, 두 개의 기본점’은 중국의 기본 전략이다. 즉, 경제건설을 중심으로 네 가지 기본 원칙(사회주의 노선, 인민민주독재, 공산당의 지도, 마르크스-레닌주의 및 마오쩌둥 사상을 각각 견지하는 것)과 개혁개방을 견지하는 것이다. 이는 정치분야의 전략이면서 동시에 금융내전을 방지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아울러 경제차원의 하나의 중심, 두 개의 기본점과 실물차원의 하나의 중심, 두 개의 기본점을 견지함으로써 금융내전을 방지하기 위한 ‘312 전략’을 탄생시켰다.
경제차원의 ‘하나의 중심, 두 개의 기본점’: 실물경제와 금융경제라는 이분법(금융+경제)은 삼분법으로 발전한다. 즉 경제(실물경제)를 가치법칙에 따라 실물과 자원으로 구분하고, 가치를 창조하는 실물과 가치를 공유하는 자원으로 나눔으로써 ‘경제=금융+실물+자원’이 된다. 삼분법은 경제차원의 하나의 중심, 두 개의 기본점을 탄생시키며 이는 ‘실물 중심, 금융규제와 자원모델과 안정적인 자원 가격에 대한 규제의 견지’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경제는 세 가지 측면에서 크게 전환되어야 한다. 첫째, 외수보다 내수를 중요시하고 둘째, 금융경제 대신 실물경제를 더 중요시하고 셋째, 도시보다 지방을 더 중요시함으로써 새로운 생활, 새로운 금융, 새로운 실물, 새로운 자원,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즉, 금융은 과학기술금융을 크게 발전시켜 과학기술의 혁신을 지원해야 한다. 자원은 자원 가격을 안정시켜야 하며, 특히 토지자원을 주요 구성요소 및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한 실물분야와 과학기술의 발전은 요원하기만 하다. 주거가 안정되어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실물을 발전시키려면 먼저 전략적 신흥산업을 키워야 한다.
2009년 12월 17일 중국 재정부, 국토지원부, 인민은행, 감찰부는 ‘토지임대 수지관리의 강화에 관한 통지’를 발표했다. 이는 토지의 과도한 매입을 단속하고 개발업체의 지속적인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는 금융내전 가운데 가장 문제가 심각한 부동산 자원금융에 대해 정부의 각 관련 부서가 발표한 강력한 대응조치이다. 이는 토지금융의 버블화를 막기 위한 조치이며, 토지금융의 버블화는 토지자원금융 버블을 발생시키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자원금융 버블이 가장 심각한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해 여러 차례 노력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정부의 개입과는 반대로 계속해서 상승했다.
전략적 신흥 산업을 선점하라: 실물차원에서 과학기술의 혁신을 중심으로 전략적 신흥산업을 선점하고, 동시에 소비요소와 생산요소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중국의 금융내전과의 전쟁은 실물분야와 국내시장에 기반을 두어야 하며, 그 첫 번째 단계가 제조업 기반의 전통적 실물분야를 차근차근 발전시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총액 4조 위안, 총 10개 중점사업에 관련된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이 바로 실물 진흥계획이다.
2009년 1월 중순부터 2월 하순까지 중국 국무원은 10개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및 진흥계획을 발표했으며, 이처럼 짧은 기간 안에 산업구조 조정안을 제시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제시된 산업은 자동차, 철강, 섬유, 장비제조, 선박, IT, 경공업, 석유화학, 비철금속, 물류이다. 이들 업종은 관련 분야가 광범위하고 연관성이 높으며 고용창출 효과가 크고 소비진작에도 기여한다. 즉, 국민경제에 대한 전략성·기반성·선도성이 높은 주력산업들이다. 중국 정부는 이들 10개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과 업계의 활력과 경쟁력을 제고하고 경제발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들 산업이 안정을 찾으면 중국의 재정·세수·고용·3농 문제, 나아가 중국 경제 전체가 안정을 찾게 될 것이다.
중국의 ‘새로운 발전노선’: 글로벌 금융위기는 왜 발생했을까? 전통적 기계로 대변되는 생산력이 한계에 도달하여 금융수단을 이용해 자원을 점유하고 서로 공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과학기술과 신 실물분야는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부상했으며 어디에서나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중국의 금융내전 방지의 최종 목적은 새로운 경제모델을 구축하고 평화로운 ‘새로운 발전노선’을 걷는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라는 외재적 영향도 있지만 중국이 과학기술 혁신의 시기에 돌입한 것은 내재적인 필연적 이유가 있다. 그것은 빠르게 부상하는 중국에게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발전 전략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독립과 급부상은 하나의 훌륭한 교과서이며, 그 안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각기 다른 발전 전략이다. 미국의 ‘독립 전략’은 정치적 독립, 경제적 독립, 과학기술의 독립 순이었다. 20세기 초반 미국은 수많은 독립적인 실험실을 만들었으며 이는 과학 독립의 상징이었다. 미국의 ‘발전 전략’은 선 과학기술 발전 후 경제발전, 마지막으로 정치적 발전이었다. 미국의 진정한 정치적 발전, 즉 국가 전체의 발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이며 ‘유일한 초강대국’은 냉전이 종식된 이후에 실현되었다. 그리고 정치적 발전 이전에는 미국 역시 내실 향상에 주력했다.
미국의 경험을 통해 중국을 바라보자. 중국은 ‘4대 발명’의 시기에 오랫동안 세계 과학기술의 중심지였다. 과학이론면에서 중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선진국이었다. 전문가들은 1700년경 중국의 GDP는 세계 GDP의 23.1%를 차지하여 유럽 전체의 23.3%에 육박했다고 추산한다. 그 후 중국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1820년경 32.4%까지 증가했고, 이는 같은 기간 유럽의 1.2배 수준이었다. 이는 인류의 경제역사에서 농경시대에 달성한 최후의 빛나는 업적으로, 마치 해가 지기 직전의 밝은 광채와 같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1840년, 육체 노동력 위주의 중국은 기계 노동력으로 무장한 영국군에게 패했다. 즉, 농경문명이 산업문명에게 패한 것이다. 그 후 중국은 가장 먼저 정치적 독립을 달성했고 이어 경제적 독립을 실현했으며 마지막에 과학기술의 독립을 완성시켰다.
지난 60년간, 특히 개혁개방 이후 30년 동안의 고도성장에 힘입어 중국은 미국, 유럽, 일본에 뒤이은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다. 어떤 사람은 중국 경제가 이미 급부상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오판이다. 현재 중국은 정치적 독립과 경제적 독립을 달성한 이후 여전히 독립 노선과 급부상 노선의 사이를 달리고 있을 뿐 경제적 급부상까지는 여전히 멀고 험한 여정이 남아 있다. 모든 강대국의 부상은 먼저 과학기술의 급부상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중국의 경우 아직 과학기술의 급부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자 및 통신설비 제조업의 주요 업무는 1999년부터 9년 연속 각 업계 순위에서 1위 자리를 고수해왔고 휴대폰, 원격교환기, 마이크로컴퓨터, 디스플레이어, 컬러TV, 레이저 디스플레이 등 주요 제품의 생산량 역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 밖에 바이오, BT 산업 등 첨단제조업 역시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항공우주산업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이미 세계 2위의 첨단 과학기술 산업 중심지로 부상했다는 결론은 결코 얻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중국의 첨단 제조업 규모는 세계 2위지만 대부분 위탁가공 형태이며, 자체 혁신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중국 첨단 과학기술에 내실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으며 이는 중국 과학 기술의 현실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60년 동안 중국은 정치적 독립, 경제적 독립과 일부 과학기술의 독립을 달성했다. 이제 남은 길은 과학기술의 완전한 독립을 하루 빨리 실현하고 과학기술을 통해 최종적으로 급부상을 달성하는 것, 이를 통해 경제와 정치의 평화로운 부상을 위한 튼튼한 과학기술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 길은 힘겹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
2008년 자원금융 위기는 영국 이후의 산업화모델을 부정했고 과학기술은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문명(또는 과학기술 문명, 또는 생태계 문명)이 산업문명을 퇴출시키는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 이 새로운 역사적 기로에서 중국은 화려했던 역사를 재현할 수 있을까? 그 책임과 과제는 바로 중국 자신에게 있다.<“금융내전”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리차이위안 지음, 역자 권수철님, 시그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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