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수집하라
그 많던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이제 다시 오늘로 돌아와 현재를 이야기할 때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여러 가지 고정관념에 얽매여 산다. 그중에는 ‘이 일을 하려면 이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라는 시간에 관한 고정관념도 있다. 이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비법이다.
나는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3초 20초 규칙’을 철저히 지키게 한다. 내가 질문하면 3초 안에 대답을 하고 20초 안에 그 대답을 끝내는 규칙이다. 그리고 한 학생의 발표가 끝나면 계속해서 다른 학생이 3초 안에 다른 의견을 말하면 된다. 처음에 이 규칙을 설명했을 때 학생들은 다들 울상을 하며 3초 안에 대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은 고정관념이었다. 내 요구가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음은 현재 학생들이 이 ‘3초 20초 규칙’을 잘 지키고 있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또 대학 교수회의도 두세 시간은 걸린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학과장이 바뀌면서 짧아졌고 가끔은 한 시간 만에 끝나기도 한다. 그 회의에 참가한 교수들은 다들 “우와, 한 시간 만에도 끝날 수가 있네.”, “이게 가능한 거였군요. 눈이 번쩍 뜨이는데요.”라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관성에 빠져서 시간을 길게 설정해놓는 경우가 많다. 당신이 지금 한 시간은 걸린다고 생각하는 것도 정말로 집중하면 10분 안에 끝날지도 모른다. 회의나 미팅 시간을 단축하고자 할 때 나는 하나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바로 미국 텔레비전 드라마 <24>의 회의 장면이다. 드라마의 주인공 잭 바우어가 소속된 정부조직 ‘CTU’의 회의는 놀랄 만큼 빠르게 진행된다. 스태프들이 모이면 각자 파악한 상황에 대해 공유하고 누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논의한 후 문제가 없으면 모두들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그 시간은 고작 몇 분. 일사불란하게 모이고 흩어지는 속도를 보면 닌자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닌자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일한다. 정보교환이나 연락을 위해 모이기도 하지만, 세월아 네월아 늘어지게 이야기하는 경우는 없다. 순식간에 모여서 재빨리 결정하고 또 빠른 속도로 흩어진다. 닌자 영화에는 핫토리 한조(服部半藏)가 손을 들고 딱 한 마디 “해산!”이라고 하면 수하들이 일제히 흩어지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나는 그런 세상을 상상한다.
그에 비하면 오늘날 회사에서 진행되는 회의는 너무나도 느긋하고 느리다. 느긋한 속도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24>를 재미있게 보면서도 ‘뭘 저렇게 서두르나,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하면서 각박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저렇게 빡빡하게 사는 건 너무 힘들어. 드라마니까 저렇지, 현실에서 저렇게 짧은 시간 안에 될 리가 있나. 시간을 충분히 들이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모두 고정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일단 해보면 달라진다. 드라마 <24>에 등장하는 회의대로 실제로 해보면 마치 미션을 해결해나가는 게임을 하는 것처럼 재미있다. 처음에는 ‘3초 20초 규칙’에 난색을 표했던 학생들도 자신을 긴장 속에 몰아넣고 답을 짜내는 동안 목표를 달성했다는 기쁨과 뇌가 100% 회전하는 쾌감을 맛보게 된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 자신감도 더불어 쌓인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100% 사용했을 때의 쾌감을 경험할 기회를 놓쳐버리는 셈이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마라. 당신의 능력은 당신 생각보다 훨씬 크고, 20초도 활용하기에 따라 엄청나게 긴 시간이 될 수 있다.
‘시간 도둑’으로부터 시간을 지켜내라
“시간의 주도권을 양보하지 마라”: 언젠가 취재 의뢰를 받았을 때다. 어느 잡지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갑자기 한 시간 반 정도 시간을 내달라고 했다. 내가 “원고의 글자 수는 어느 정도인가요?”라고 묻자 “250자 정도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저는 거의 바로 문장으로 쓸 수 있게 말하는 데다 이야기하는 속도가 빠르니까 그 정도 글자 수면 5분 정도면 충분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도 상대방은 “혹시나 해서 그러니 부탁드립니다”라며 양보를 하지 않았다. 물론 아무리 내가 시간을 절약하는 데 민감하다고 한들, 진짜로 취재를 3분, 5분 만에 끝내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일부러 찾아온 사람에게 실례가 되니 30분 정도는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한 시간 반은 너무하다 싶었다.
위 이야기는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이렇게 ‘혹시나 싶은 일을 막으려는 시간’을 요구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라. ‘혹시 모를 시간’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말이다. 이 시간은 시간을 요청하는 사람이 안심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이다. 그 보험에 내 시간을 뺏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이런 시간 도둑에 대항하려면 내 쪽에서 시간을 끊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녹화할 때, 제작진 측에서는 녹화 한 시간 전에는 방송국에 와 있으라고 한다. 사전에 미팅도 필요하고 지각 같은 변수가 있을 수도 있으니 어느 정도 일찍 가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시간이 여유롭다고 미팅을 질질 끈다면 그건 분명히 피해다. 그렇기에 미팅의 주도권을 상대방에게 맡기지 말고 내가 쥐어야 한다. 정말로 긴박하게 진행한다면 미팅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내가 해본 바로는 대부분의 미팅은 길어도 10분이면 끝난다. 주도권을 가지려면 앞서 말한 ‘원터치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군더더기 없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부터 이야기함으로써 시간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나는 미팅 때마다 확인해야 할 사항의 우선순위를 정해둔다. 가령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관련해 미팅을 할 때는 맨 처음 “이 프로그램에서 절대 말해선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 이런 이야기는 대놓고 물어보지 않으면 미팅을 한 시간 해도 들을 수가 없다. 직접 물어보면 “프로그램 스폰서가 A사니까 지금 이 이야기는 자제해주세요”, “아직 사실이 확실하게 확인되지 않았으니까, 이 사건에 관해서는 깊이 파고들지 마세요” 등 프로그램 스태프가 먼저 말하기는 어렵지만 출연자들이 꼭 알고 있어야 하는 ‘NG항목’이 나온다. “그걸 빨리 이야기해줘”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NG항목부터 이야기를 꺼내는 스태프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프로그램의 흐름이나 차례에 대해 길게 설명을 한 후에야 내가 할 이야기에 대해 전달해준다. NG항목이 나오는 것은 가장 마지막 순간이다.
이런 식은 시간의 효율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나는 프로그램의 흐름에 대해 상대방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대충 이렇게 되고 다음은 이렇게 가는 거지요?” 하고 먼저 요약을 해버린다. 그 후 바로 “그러면 말하면 안 되는 사항은 뭐가 있나요?”라며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확인한다. 그다음 단계에는 반드시 이야기해야 할 포인트에 대해 묻는다. 말하면 안 되는 것과 말해야 할 것, 이 두 가지만 확인되면 미팅은 성공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특별히 서두르지 않아도, 다 해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한 시간 전에 도착해도 이렇게 5분 만에 미팅이 끝나면 남은 시간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나는 남의 시간을 빼앗는 데 둔감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온 탓인지, 쓸데없이 사설이 긴 사람만 봐도 시간 도둑처럼 느껴진다. 일분일초를 다투는 긴박한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대방의 불안감을 줄이는 보험을 위해 혹은 상대의 업무 효율이 나쁜 탓에 내 시간이 낭비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자신의 시간이 소중하다면 남의 시간도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 혹시나 내가 무심결에 아무런 의식 없이 남의 시간을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민감하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당신은 시간 도둑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내 시간도 지키고 남의 시간도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시간의 리듬감각을 찾아라
많은 사람들이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실제로는 시간을 아무렇게나 흘려보낸다. 그중에서도 가장 버려지기 쉬운 것이 집중, 즉 몰입 영역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시간이다. 할 일이 쌓여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는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까지 미적거리며 보내는 시간이 꽤 많다. 급히 연락 올 것이 없는데도 메일함을 들락거리고 흥밋거리를 따라 인터넷을 뒤적거린다. 본인에게는 워밍업 시간일지 몰라도, 하루 또는 인생 전체를 놓고 볼 때는 대단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시간을 절약하려면 가급적 거꾸로 그려보고 계산하는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좋다. 이 일이 언제까지 완료되어야 하는지 시간에 대한 확실한 목표를 설정한 다음 움직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낭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렇다고 종일 어떻게 시간을 단축할 것인지, 어떻게 시간을 사용해야 효율적일지를 생각하면서 타임테이블을 짜라는 말은 아니다. 일일이 그렇게 하다가는 지치기 십상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이렇게 할 필요는 없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리듬이다.
“강약을 조절하며 리듬을 타라”: 시간을 절약하려면 시간의 리듬을 타야 한다. 쉽게 말해 강약을 조절하라는 말이다. 무슨 일이든 ‘강’으로만 하려다 보면 처음에는 의욕에 차서 잘될지도 모르지만, 쉽게 지치고 금방 집중력이 소진될 수 있다. 하루 24시간, 1년 열두 달을 ‘강’의 연속 모드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강약을 조절하고 시간의 리듬을 타기 위해서는 일단 스스로의 생활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다음에는 일분일초를 다투는 상황과 느긋하게 지내도 되는 상황을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시간은 효율을 높여보자. 대신 그다음 일은 조금 여유를 가지고 해도 되겠어’ 하고 리드미컬하게 시간을 사용하라는 이야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 사용의 기어’가 적어도 두 개 이상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의식적으로 ‘기어 변환’을 해야 한다. 매우 중요한 사항이므로 꼭 명심하기 바란다. ‘시간 사용의 기어’라는 말이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서양 사람들은 원래부터 기어 변환을 잘하는데 우리는 그렇지가 못하다. 서양인들은 평소 바쁘게 짜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촌각을 다투며 일한다. 하지만 주말이 되면 교외 별장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바캉스를 떠난다. 한 달을 통째로 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른바 강약이 확실하고 리듬이 살아 있다.
휴가철에 파리에 간 적이 있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전부 다른 곳으로 휴가를 떠나고 파리 거리에는 관광객만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여유롭게 바캉스를 즐기기 위해 평소에는 힘껏 일한다. 그 반대의 말도 마찬가지로 성립한다. 재충전의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오기 때문에 평소에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지런하지만 강약조절에는 약하다. 즉 리듬감이 부족한 근면성을 지니고 있다. 사람이란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계속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종일 바쁘게 종종거리며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리듬이 결여된 근면에는 분명 낭비되는 시간이 끼어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사라져버린 시간, 중요한 일이 아니라 급하게 치고 들어온 사소한 일을 처리하느라 빼앗긴 시간, 다른 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다시 워밍업 하느라 허비한 시간, 실속 없이 형식에만 치중하느라 잃어버린 시간 등등. 찾아보면 버려진 시간은 무수히 많다.
단적인 예로 회의를 할 때마다 지난번 회의의 기록을 멋지게 작성해서 나누어 주는 건 어떤가? 그게 꼭 필요한 일일까? 국회도 아닌데 너무 멋을 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열심히 작성한 사람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회의록을 필요 이상으로 멋지게 꾸미는 것은 시간 낭비다. 특히 최근에는 이러한 문서 작성에 들이는 시간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먼저 정말로 그 문서가 필요한지부터 생각해볼 일이다. 간소화할 수 있는 부분은 가급적 간단히 처리하고, 정말로 공들여야 할 부분에 시간을 써야 한다. 시간을 리듬감 있게 사용할 때 여유시간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양질전환을 이루어내라
젊었을 때는 우선 속도를 자신의 무기로 만들어야 한다. 그 여부에 따라 평생 쓸 수 있는 시간이 크게 달라진다. ‘신 4단계’의 제1단계에서 속도를 높여놓으면 여유시간이 생기고, 그 후에는 평생 동안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애니메이터이자 크리에이터로서 세계적으로 명망이 높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예로 들어보자. 오늘날의 그를 있게 한 것은 그가 젊었을 때 익힌 속도와 기술이었다. 얼마 전 미야자키 감독이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쭉 따라가며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의 원형은 대부분 젊은 시절 <루팡 3세(ルパン三世)>,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アルプスの少女ハイジ)> 등의 스태프로 활동하던 기간에 이미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가 스태프로 활동하던 시절은 상당히 바쁜 시기였다.
매주 방송되는 애니메이션을 최소한의 인력으로 만들다 보니 늘 많은 양의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른 일반적인 애니메이터가 하루에 다섯 장, 기껏해야 열 장을 그릴 때 그는 50장 또는 100장 단위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야말로 초인적인 스피드가 아닐 수 없다. 그가 지금도 이 정도의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때 길러둔 속도 덕분이다. 일정 이상의 나이가 되었을 때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일의 속도가 빠르다. 그리고 그 속도는 젊었을 때 익힌 것이다.
또 한 사람 예를 들어보자. 지금은 세상을 떠난 만화계의 거장 데쓰카 오사무(手塚 治蟲)도 그랬다. ‘만화의 아버지’ 또는 ‘신(神)’으로까지 일컬어지는 그는 <우주소년 아톰(鐵腕アトム)>을 발표하고 잇달아 히트작을 발표해 세계적인 만화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다양한 소재로 만화를 개발하여 왕성한 활동을 하였고, 만화 캐릭터 산업을 개척하여 일본 만화를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그가 이렇게 대단한 업적을 이룬 것도 모두 일을 빠른 속도로 처리한 덕분이었다.
때로 시간과 공을 들여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다. 그것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빠른 속도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단순히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외에도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속도가 빠르면 많은 양의 일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양을 소화하면 경험치가 높아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상을 판단하는 힘이 엄청난 속도로 향상된다. ‘신의 손을 가진 의사’라는 평가를 받는 세계적인 뇌 외과의 후쿠시마 다카노리(福島 孝德)가 그 예다.
그의 수술솜씨가 어찌나 훌륭한지 세계 각지의 의사들이 견학을 와서 보고는 “세계 최고다. 예술이라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고 입을 모아 칭찬을 한다. 그는 어떻게 누구나 칭송할 만한 기술을 갖게 되었을까? 그 비밀은 지금까지 해온 무수한 수술에 있다. 그는 많을 때는 연간 900건에 달하는 수술을 했다고 한다. 방대한 경험치가 그의 재산이 된 것이다. 외과의사는 수술 건수가 많을수록 경험이 쌓이고 그 경험치가 실력을 결정한다. 경험치가 높으면 문제를 예상할 수 있기에 빠르게 판단할 수 있고 쓸데없는 경로를 바로 제외할 수 있다. 마치 능숙한 택시 기사가 ‘이 시간대에 이곳은 많이 막히니까 저쪽 길을 선택하는 것이 빠르다’고 루트를 선택하는 것과도 같다.
그런데 일정 수준 이상의 경험치를 만들어내려면 역시 속도가 필요하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역시 속도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양질전환’이라는 말이 있듯, 양이 축적되고 쌓여야 질적 전환이 이루어진다. 남들보다 많은 경험치를 쌓아서, 그 양을 질로 전환하려면 무엇보다도 속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속도를 너무 중시한 나머지 심각한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되겠지만, 결과가 비슷한 수준이라면 빠른 사람이 일을 많이 맡게 되는 건 당연지사다. 그러니 속도를 마음에 새기고 경험치를 쌓아나가야 한다.
제1단계에서 쌓은 경험치가 제2의 인생을 여유롭게 해준다는 것을 기억하자. 젊을 때 속도를 높여 열심히 일하고, 나이 들어 그 경험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행복한 인생을 완성할 수 있다.
<"타임 콜렉터"에서 극히 일부 요약발췌, 사이토 다카시 지음, 역자 황미숙님, 명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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