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으로 보여주어야 진정 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과 의를 실행할 때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에 옮겨야 하며, 이것이 기본적인 품성이자 인격이라고 묵자는 말했다.
초나라 왕이 공수반(公輸班)에게 구름사다리(雲梯)라는 공격용 무기를 만들게 해 송나라를 칠 준비를 한다는 말을 들은 묵자는 제나라를 떠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걸어 초나라 수도에 도착했다. 그는 초왕과 공수반을 설득하여 송나라를 치는 것을 제지했고, 초나라 왕은 묵자를 설득하지 못하자 억지를 썼다. “당신은 이치를 잘 따지는 것 같은데, 공수반이 이미 구름사다리를 만들어 전쟁준비를 끝냈으니 아마도 송나라를 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소.” 묵자는 초나라 왕에게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공수반과 초나라 왕의 면전에서 가상전투를 벌일 것을 청했다.
묵자는 허리띠를 풀어 성벽으로 삼고 나뭇가지를 무기로 삼았다. 공수반이 성을 공략하는 무기 아홉 가지를 설계하여 대항했지만 번번이 묵자에게 지고 말았다. 공수반은 내기에서 지자 “나는 당신을 어떻게 정복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소. 하지만 나는 말하지 않을 것이오.”라고 말했다. 묵자가 말했다. “나는 당신이 나를 어떻게 정복하려고 하는지를 알고 있소. 하지만 나도 말하지 않을 것이오.” 초나라 왕이 물었다. “그게 무엇이오?”
묵자는 큰 소리로 말했다. “공수반의 의도는 나를 죽이는 것입니다. 나를 죽이면 송나라의 성을 지켜줄 사람이 없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이미 300명의 군사를 집결시켰소. 내 제자인 금골희가 그들을 이끌고 내가 제조한 무기를 지니고 송나라 성을 지킬 것이며, 진공하는 초나라 군대에게 타격을 가할 것이오. 설사 나를 죽인다 하더라도 성은 공략해내지 못할 것이오.” 초나라 왕은 송나라에 대한 진공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초나라 왕은 송나라를 치려는 생각을 버렸고, 묵자의 품성과 재능에 탄복하고 말았다.
말은 신중하게! 행동은 민첩하고 지혜롭게!
묵자는 호언장담하면서 행동이 느리다면 말주변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들이 들으려 하지 않으며, 많은 수고를 하였으나 자신의 공로를 지나치게 칭찬하면,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고 했다. 영리한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분명히 알고 있으나 큰소리치지 않으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도 자기 스스로 공로를 칭찬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할 때는 말을 줄이고 요점만 말하며, 화려함을 추구하지 말고 명철함을 추구해야 한다.
유수(劉秀)는 한조 종실의 후예였다. 비록 조상이 남양(南陽)의 호족이었다지만 그의 대에 이르러서는 가문이 이미 몰락한 상태였다. 왕망(王莽)이 황제가 되었을 때 유수는 소년이었다. 왕망이 스무 살 되던 해 유수는 태학에서 공부하였다. 그러나 여비가 떨어져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유수는 큰형 유빈(劉繽)의 아랫사람들의 노략질에 억울하게 연루돼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유수는 출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형 유적(劉績)의 지지를 받아 사람들을 모아 군사를 일으켰다. 그런 다음 그들은 주변 지역을 기반으로 하여 일어난 장수 왕봉(王鳳)과 진목(陳牧) 등을 찾아 두 세력 간의 연합을 이루었다. 이어서 유수는 곤양(昆陽)대전을 지휘하여 적은 병력으로 다수의 왕망 군대를 격파하였다. 이치대로라면 곤양대전을 승리로 이끌어 왕망의 주력군을 섬멸해 전투의 양상을 유리하게 바꾼 유수 형제가 마땅히 중용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유현(劉玄)과 몇몇 농민 지도자는 유수의 형 유적을 살해하였다.
갑자기 닥친 비보에도 유수는 냉정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운명이 다른 사람의 손에 놓여 있음을 알았다. 그러므로 아직 복수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유수는 완성(宛城)에 돌아온 후 유현 앞에서 자신이 형을 잘 권고하지 않은 탓에 형이 죽을죄를 짓게 했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신시와 평림의 장수들은 본래 유수가 복수하러 오면 기회를 엿보아 그를 죽이려 했으나 일이 이렇게 되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유수를 위로하러 왔을 때도 그는 자신에게 죄가 있다고 말하며 곤양대전에서 세운 공로는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유수는 유적의 장례를 간소하게 치른 후 웃고 떠들며 평소와 다름없는 언행으로 일관하였다. 하지만 밤이 되면 남몰래 흐느껴 울며 눈물로 베개를 적셨다. 그의 수하인 풍이(馮異)는 이런 비밀을 알아내고 그에게 슬픔을 자제하라고 권고했으나 그는 ‘헛소리하지 마라!’라며 꾸짖었다. 하지만 풍이는 집요했다. 그는 일편단심으로 유수에게 충고하였다. 즉, 유현의 정권은 이미 인심을 잃었으니 만일 다른 세력을 키운다면 반드시 대업을 이룰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유현은 능력 있는 장군을 하북(河北)으로 보내 세력을 확장하려 했다. 종친인 유사(劉賜)는 유수를 보낼 것을 건의하였다. 유현은 유사의 설득으로 유수를 하북으로 보내는 데 동의하였다. 유수는 하북 일대에 이르러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가는 곳마다 한나라를 재건하는 자의 신분으로 사람들에게 인심을 사고 대소 관리들을 광범위하게 규합하였으며 죄수들을 석방하였다. 이때부터 유수는 한나라 왕실의 재건이라는 대업을 전개해나갔다. 그는 대부분의 정력을 군사력 보강에 집중하였고 적극적으로 행동하여 마침내 뜻을 이루었다. 이처럼 진정으로 영리한 사람은 큰소리를 치지 않으며 행동으로 보여준다. 행동만이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마흔셋, 묵자를 만나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친위 지음, 역자 이영화, 송철규박사, 예문>
▣ 저자 친위
상해복단대를 졸업했으며, 전통문화연구에 조예가 깊은 학자이다. 북경대학에서 고대문헌연구과정을 수료하고, 중국 고대 역사인물들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면서 역사관련 저서들을 출간했다. 현재 출판사 편집자로 있으며, 방송활동을 통해 전공과 관련한 강의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공자학원』, 『맹자학원』, 『중국문화성격』, 『풍속민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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