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불가피하지만 한계가 없기도 하다. 여기에서 한계가 없다는 말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도구의 도움 없이 하늘을 날 수 없고, 물 이를 걸을 수 없으며, 자기 발꿈치에 혀를 댈 수도 없다. 한계가 없다는 말은 우리가 자유로울 책무, 어떤 상황에 처하든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책무가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심지어 장애 탓에 걷지 못하는 사람 또한 그 자유에 한계가 없다. 물론 마음대로 걸을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는지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는 자유롭다. 그러므로 그 사람 또한 자신의 장애를 대하는 태도에 책임을 져야 한다. ‘존재와 무’에서 사르트르는 “내가 절름발이로서 나를 선택하지 않는 한, 나는 절름발이가 될 수 없다. 이 말은 곧 내 장애를 구성하는 방식(‘견딜 수 없는 것’ ‘굴욕적인 것‘ ’숨겨야 하는 것’ ‘사람들에게 들어내야 하는 것‘ ’자부심의 대상으로’으로서, ‘내 실패를 정당화하는 핑계’로서 등등)을 나 자신이 선택한다는 뜻이다.”라고 말한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자신의 장애를 두고 인생을 불행하게 만든 화근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기로 선택한 일이므로, 그 생각에는 자신이 홀로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사람에게는 자신의 장애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선택할 자유가 있다. 이를테면 장애인 육상 선수로 승리하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고, 축구를 하면서 보내던 시간에 책을 쓰거나 기금을 모금할 수도 있다.
영화 ‘슈퍼맨’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한 크리스토퍼 리브는 1995년 말을 타다가 목 아래가 전부 마비되는 사고를 당했다. 리브는 슈퍼맨다운 인물로서 간단없는 의지를 발휘하여 전신마비가 자기 인생을 망가뜨리는 일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리브는 장애에 굴하지않고 사고를 당하기 전처럼 능동적이고 활동적인 자세로 장애인의 권리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마비 치료 연구를 위해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기금을 모았다. 물론 리브는 전신마비의 합병증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시기가 다를 뿐 누구나 죽게 마련이니까. 중요한 것은 리브가 어떻게 살았느냐다. 리브는 이렇게 말했다.
“도전 과제를 정하는 일은 동기를 부여하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많은 장애인들이 그저 가만히 앉아 장애가 자기 인생을 지배하는 요소가 되도록 내버려둡니다. 나는 장애로 인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결정되도록 내버려두는 일을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나는 리브가 실존주의를 공부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리브는 분명 실존주의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이다.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자신을 끊임없이 일으켜 세우기를 선택하고 최선을 다하는 다친 슈퍼맨
인가, 언제나 제일 쉬운 일만 선택하고 입에 단 음식을 우겨넣으며 남 탓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려는 뚱보들인가? 진정한 의미에서 장애인은 자신을 무능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장애인은 자신의장애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실존주의식으로 주장하는 일은 분명 비정하고 강경한 사고방식이다. 개인의 책임을 묻지 않고 주위환경과 사실성에 책임을 전가하기 좋아하는 문화에서 어쩌면 이런 주장은 너무나 모질고 정치적으로 불온한 발언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장애인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그들에게 힘을 주는 사고방식으로, 정치적으로도 아주 온당한 발언으로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우리가 ‘장애인’에게 자신의 장애에 책임져야 한다고 실존주의식으로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을 모욕하는 일이 아니며, 말하는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무정한 놈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도 아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오히려 상대방을 고무하는 일이며, 상대의 장애가 치료 불가능한 경우 상대에게 유일한 현실적인 희망을 제시하는 일이기도 하다.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는 장애인은 -사르트르라면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겠지만-필시 자신의 장애에 대한 사르트르의 설명을 기꺼이 받아드릴 것이다. ‘휠체어를 탄 사지 마비 환자’로, ‘목발 짚은 뇌성마비 환자’로 여겨지고 싶어 하는 장애인은 없다. 사르트르는 장애인이 누구인지는 그 사람의 장애로 판단할 수 없으며, 그 장애를 어떻게 대하는지 자유롭게 선택한 태도, 장애에 대한 초월로 판단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실존주의에서는 장애인이 이용하기 불편한 허다한 공공시설과 달리 항상 장애인에게 필요한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동시에 실존주의에서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어떤 특권도 제공하지 않는다.<“실존주의자로 사는법”에서 극히 일부요약 발췌, 게리 콕스지음, 지여울님 옮김,황소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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