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스스로 주인이 되는 길

[중산] 2013. 2. 18. 14:36

존재에 증명은 필요 없다

나의 재능이 아무리 하찮고 보잘것없어도, 나는 지금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스스로 확신을 얻거나 동료들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서 자신에 대해 어떤 부차적인 증명도 할 필요가 없다. 정말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은 일상생활에서나 영적인 삶에서나 똑같이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과 하찮은 것을 구분하는 훌륭한 기준이 되어준다. 세상의 견해를 좇아 사는 것은 쉬운 일이다. 홀로 자신의 생각만을 좇아 사는 것도 쉽다. 그러나 위대한 사람은 군중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더없이 온화하게 독립적이고 우아한 삶을 유지한다.

 

설명이 필요 없는 행위

여러 다양한 행위도 그때그때 정직하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 그 속에서 하나의 동일성이 생겨난다. 모두 다른 것처럼 보여도 각각의 행위들이 동일한 의지에 따라 조화를 이룬다. 조금 거리를 두고 높은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다양성은 보이지 않는다. 더없이 훌륭한 배도 바람에 따라 수없이 방향을 바꾸며 지그재그로 항해한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배의 행로는 대체로 일직선을 그린다. 마찬가지로 진정성이 있으면 우리의 행위는 저절로 설명이 되고, 우리의 다른 행위들도 더불어 설명이 된다. 그러나 영합은 어떤 것도 설명해주지 못한다. 자신의 생각에 따라 행동하라. 그러면 이제까지의 모든 행동들이 이제 우리 자신을 정당화해줄 것이다.

 

그대 자신으로 살아라

나는 부모를 봉양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한 사람의 충실한 남편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이런 역할들에 충실할 것이다. 나는 당신들의 관습에 따르지 않을 것이다. 나 자신이 될 것이다. 당신들을 위해서 더 이상 나 자신을 길들이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도 나를 길들일 수 없다. 당신들이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면 우리는 더욱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해도, 나는 당신들이 마땅히 그렇게 하도록 변함없이 노력할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도 숨기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마음 깊은 곳에 신성이 숨어 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내 안에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있을 때마다, 가슴이 시키는 일이 있을 때마다 그것이 무엇이든 열심히 할 것이다.

 

당신이 고귀하다면 난 당신을 사랑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위선적인 애정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진실하기는 해도 나와 같은 진리를 품고 있지 않다면, 당신 자신의 친구를 찾아가라. 나는 내 친구를 찾을 것이다. 이것은 이기심이 아니라 겸허하고 진실한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아무리 오랫동안 거짓 속에서 살았더라도 당신과 나 그리고 모든 인간의 궁극적인 관심은 진실 속에서 사는 것이다.

 

어디를 가든 내가 나를 따라다닌다

여행은 어리석은 사람의 낙원이다. 한 번이라도 여행을 떠나 보면, 여행지가 생각처럼 신기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집에서 생각할 때는 나폴리나 로마에 가면 그곳의 아름다움에 취해 슬픔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가방을 싸 들고 친구들과 작별의 포옹을 하고 배에 오르지만, 결국 나폴리에서 그 꿈은 깨지고 만다. 바로 옆에 내가 피해온 분명한 사실, 변함없는 슬픈 자아가 그대로 버티고 있다. 바티칸과 궁전들을 찾고, 아름다운 풍경이나 상징에 도취한 척하지만, 실제로는 도취되지 않는다. 내가 어디를 가든 내 안의 거인이 나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주체적인 인격체로 홀로 서라

인내하고, 인내하라. 모든 선한 것, 모든 위대한 것의 그림자를 친구 삼고, 그대 자신의 무한한 생명력에 대한 통찰을 위안 삼아, 우주의 원리를 연구하고 전달하라. 타고난 재능을 발현하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여라. 이 세계에서 하나의 주체적인 인간으로 서지 못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하나의 인격체로 평가받지 못하고, 각자 이루어내야 할 고유한 결실을 맺지 못하고, 몇백 명이나 몇천 명으로 이루어진 어떤 분파나 당의 일원으로서만 인식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북이니 남이니 하는 지리적인 요인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 역자 박윤정님, 끌레마>

 

▣ 저자 랄프 왈도 에머슨

1803년 미국 보스턴 출생으로, 미국의 산문가이자 사상가, 초절주의(超絶主義) 시인이다. 목사 가정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 신학부를 졸업하고, 1829년 유니테리언파 보스턴 제2교회 목사가 되었으나 그의 자유스러움과 교회의 입장이 부딪혀 ‘최후의 만찬’이라는 설교를 끝으로 1832년 사임하였다. 유럽 등지를 다니며 토마스 칼라일을 비롯해 밀, 콜리지, 워즈워드 등 당대의 문호와 친분을 맺었고, 1834년 미국으로 돌아온 뒤 메사추세츠 주 콩코드에 정착하여 저술활동에 전념하는 한편, 초월주의자 클럽을 발족시켜 미국 초월주의 철학사조를 발전시켰다. 1837년 8월, ‘아메리카의 학자’란 주제로 강연을 하였는데, 에머슨의 전기를 쓴 홈스 박사는 이 연설을 미국의 ‘지적 독립 선언문’이라고 일컬었다. 미국 학술원 회원 선출, 하버드 대학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882년 4월 콩코드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

 

에머슨이 없었다면 진정한 의미의 미국 문학은 탄생할 수 없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에머슨은 미국 문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는 또한 미국 사상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특히 그가 제시한 자기신뢰, 민권 개념 등은 지금도 미국 시민들의 의식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문학평론가 로렌스 뷰얼은 자신의 저서 『에머슨』에서 에머슨과 그의 학설을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정신’으로 평가한 바 있고, 링컨은 그를 ‘미국의 아들’이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중세 시대의 종교』, 『자연』, 『대표적 인간들』, 『영국적 기질』, 『삶의 태도』, 『5월제 외』, 『사회와 고독』, 『시집』, 『시선집』, 『신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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