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이건 다 부모님 탓이야!

[중산] 2013. 3. 14. 12:43

 

“이건 다 부모님 탓이야“라는 말을 자주하는 사람이라면 상처받은 소년이 등장하는 플로베르의 슬픈 이야기를 듣기 전에 모든 일을 부모님 탓으로 돌리는 낡은 편견을 한층 더 확신할 것이다.

 

대다수 어리석은 부모와 달리 플로베르의 부모는 아이를 잘못 키우는 바람에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이를 문학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작가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보바리 부인’을 쓴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20대 초반 인생의 향방을 완전히 바꾸는 일을 겪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외할머니는 귀스타브의 어머니 카롤린을 낳다가 목숨을 잃었다.

 

어머니를 죽였다는 카롤린의 죄책감은 열 살 때 슬픔에 젖어 괴로워하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한층 더 무거워졌다. 카롤린의 아버지는 계속 살아갈 힘을 얻을 만큼 딸을 사랑하지 않았다. 카롤린은 아버지를 부활시켜 죄책감을 덜어내려는 마음으로 아버지의 복사판이라 할 수 있는 아실러 클레오파와 결혼했다. 클레오파는 카롤린의 아버지처럼 엄격하고 지배적인 성격에, 의사로서 성공적인 활동을 벌이던 남자다. 결혼생활은 행복했다. 카롤린은 남편을 맹목적으로 사랑했고, 곧 아들이 태어났다.

 

손자인 내(귀스타브)가 태어날 무렵 어머니 카롤린은 아이를 여러 명 잃었고, 아버지 아실러는 여러 정부와 바람피우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신의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상해줄 딸을 바랐기에 귀스타브의 탄생은 큰 실망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귀스타브 바로 위의 두 형제가 오래 살지 못했기 때문에 귀스타브 또한 오래 살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갓난아기는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고 애정을 느낄 수 없는 보살핌을 받으면서 자랐다.

귀스타브는 일곱 살이 되어서도 글을 읽지 못했다. 가족들은 귀스타브를 ‘백치’라고 여기면서 귀스타브가 소극적인 아이가 된 가장 큰 이유인 낮은 자존감을 한층 강화했다.

귀스타브에게는 자기의견을 말할 기회, 자신이 의미있는 존재라고 생각할 기회, 어머니가 분칠하고 응석을 받아주는 인형보다 나은 존재라고 느낄 기회가 없었다. 아버지에게 받은 대접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애정과 희망은 모두 나중에 아버지처럼 성공한 의사가 되는 귀스타브의 형에게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귀스타브는 그런 형을 질투했다.

 

귀스타브는 결국 지역 성직자에게 글 읽는 법을 배웠다. 평소 행동에는 수동적인 의미가 가시지 않았고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기 좋아하는 성격 탓에 모자란 아이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귀스타브는 자신이 새로운 재능을 단단히 움켜쥐었고 아홉 살에 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귀스타브의 생각은 묻지도 않고 아들이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고 결정을 내렸다. 귀스타브는 평소처럼 수동적인 아버지의 계획에 따랐다. 그동안 귀스타브에게는 심신성 정신장애라는 병이 자라고 있었다.

 

1844년 귀스타브가 간질 발작병인지도 모를 신경발작을 일으켰을 때 그의 인생에 결정적인 순간이 도달했다. 발작으로 움짝달짝 못하는 바람에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선택해준 일을 계속 해낼 수 없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일부러 끌어들인 그 위기는 아버지의 지배에서 풀려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귀스타브의 가족은 병약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환자가 글이나 쓰도록 내버려두었다. 백치가 마침내 천재로 둔갑할 수 있는 자유를 얻은 셈이다.

 

사르트르의 관점에서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겪은 위기는 진정성을 향한 근본적인 전환이었다. 드디어 자신의 수동성, 선택하지 않는 선택, 자기기만을 포기하고 자신을 주장하는 행위다. 비록 겉모습은 정신붕괴의 형태를 띠지만, 실재로는 자유의 능동적인 긍정인 행위를 통해서 플로베르는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하기를 그만두고 자신을 존재하기 시작했다.

<“실존주의자로 사는법”에서 극히 일부 요약발췌, 게리콕스지음, 지여울님 옮김, 황소걸음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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