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헤르만 헤세의 '작은 기쁨'!

[중산] 2014. 7. 20. 17:13

 

 

 

 

오늘날 우리 생활에 깃든 조급함이 최초의 교육이 시작된 때부터 우리를 공격해 왔으며, 나쁜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슬프지만 필요한 현상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대 생활의 성급함이 오래 전부터 우리의 얼마 안 되는 한가한 틈마저 점령해 버렸다. 우리가 즐기는 방법도 우리 노동의 활기찬 움직임과 거의 마찬가지로 신경을 자극하고 정력을 소모시킨다. ‘가능한 한 많이,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라는 것이 구호이다.~

 

 

 

부유한 사람도 이러한 불행을 모면하지 못하고 있다. 모면할 수도 있을텐데 그럴 수가 없다. 삶들은 모든 일에 한 덩어리가 되어 현상을 잘 알아야 하고, 그 꼭대기 자리를 유지해야만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이 세계적인 피해에 대한 처방을 별로 알지 못하고 있다. 다만 나는 유감스럽게도 아주 비현대적인 옛날의 사사로운 방법을 회상시켜주고자 한다. 즉, 중용을 지키는 것이 향락(즐거움)을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그마한 기쁨을 결코 무시하지 마라. 중용을 지켜라!

 

 

‘작은 기쁨’에 대한 향락 능력이란, 중용을 지키는 습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본래부터 모든 인간이 타고난 이 능력이란, 현대의 일상 생활에 있어서 다방면으로 저지당하고 사라져 버린 일들, 즉 쾌활함과 사랑과 시에 대한 일정한 도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런 작은 기쁨은 전혀 눈에 뜨이지도 않고 일상 생활 속에 수없이 흩어져 있으므로 수많은 노동자들의 둔탁한 감각은 그로 인해 거의 감동되지 않는다. (이상야릇하게도 가난한 사람들까지도 가장 아름다운 기쁨이란, 언제나 돈이 들지 않는 기쁨이란 점을 모르고 있다.)

 

이러한 기쁨들 중에서 매일매일 자연과 접촉함으로써 생겨나는 기쁨이 최상의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눈은, 즉 남용되고 초긴장된 현대 인간의 눈은 원하기만 한다면 완전히 지칠줄 모르는 향락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아침에 일터로 갈 때면 나와 같이, 또는 나와 반대로 매일매일 수많은 노동자들이 성급히 걸어간다. 그들은 방금 잠에서 깨어나 침대에서 기어 나왔으며, 바삐 그리고 몸을 움츠리고 거리를 지나간다. 대개의 사람들은 재빨리 걸어가며 눈은 길 위나, 아니면 기껏해야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과 얼굴을 향하고 있다. 고개를 높이 쳐들어라.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한 번 그렇게 해 보아라.~

 

 

한 그루의 나무나, 최소한 한 조각의 하늘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철두철미 파란 하늘일 필요는 없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햇빛은 언제나 느껴지고 있다. 매일 아침 한순간이라도 하늘을 쳐다보는 습관을 길러라. 그러면 갑자기 너희 주위에 있는 대기를 느끼고, 수면과 노동 사이에 너희에게 주어지는 신선한 아침의 숨결을 느끼게 될 것이다. 너희는 매일매일 지붕 꼭대기가 모두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모습을 지니고 특별한 광채를 지닌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약간이나마 그것에 주의를 기울여라. 그러면 너희는 하루 종일 만족감의 여운과 자연과의 조그마한 공동 생활을 가지게 될 것이다.

 

점차적으로 눈은 스스로가 힘들이지 않고 여러 가지 조그마한 매력의 중매자가 되고, 자연과 거리를 관찰하며 조그만 생활의 무진장한 웃음거리를 파악하도록 길들여진다. 여기서부터, 예술적으로 길들여진 관찰에 이르기까지는 보다 짧은 절반의 길이 남아 있다. 중요한 것은 시작, 즉 눈을 뜨는 것이다.

 

한 조각의 하늘, 푸른 가지가 드리워진 정월 달, 예쁜 개, 어린아이들의 무리, 이 모든 것을 도둑질당하지 않도록 하자. 일단 시작한 사람은 한 거리에서도 단1분의 시간이라도 잃지 않고 유쾌한 것들을 볼 수 있다. 이 때에 보는 것은 결코 피로하지 않고, 우리를 강하게 하고 생기를 북돋워 준다. 모든 사물은 관조적인 면을 지니고, 또한 관심이 없거나 추악한 면도 지닌다. 우리는 그저 보려고 해야 할 따름이다.

그러면 보는 것 과 더불어 쾌활함과 사랑과 시가 생겨나는 것이다. 처음으로 조그마한 꽃을 꺾어서, 일하는 동안에 자기 옆에 꽂아 놓는 사람은 싦의 기쁨에 있어서 일보 전진한 것이다.

 

내가 오랫동안 일을 했던 집 맞은편에 여학교가 있었다. 열 살짜리 소녀들의 놀이터가 이 쪽에 있었다. 나는 열심히 일을 해야만 했고, 때때로 놀고 있는 소녀들의 소음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했지만, 이 놀이터를 단 한 번 바라보는 것이 내게 얼마나 큰 기쁨과 생활의 재미를 부여해 주었는가는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 화려한 옷들, 그 활기 있고 즐거운 눈망울, 그리고 그 날씬하고 힘찬 율동들이 내 마음 속에서 생명에 대한 욕망을 고조시켜 주었다. 승마 학교나 양계장이라도 내게 그와 비슷한 작용을 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집의 벽과 같은 단색의 평면위에 비친 빛의 작용을 한 번이라도 관찰해 본 사람은 눈이 얼마나 분수에 알맞게 향락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

 

이러한 예로써 만족하도록 하자. 틀림없이 많은 독자에게는 다른 여러 가지의 기쁨이 생각났을 것이다....이를테면 꽃이나 과일의 냄새를 맡는 기쁨,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훌륭한 기쁨 말이다. 하나의 멜로디를 흥얼거리거나 휘파람을 부는 것도 여기에 속하고,

일련의 밝고 작은 즐거움을 자기생활 속에 짜 넣을 수 있는 수천 가지의 다른 사소한 일도 여기에 속한다.

 

매일 가능한 한 조그마한 기쁨을 많이 체험하고, 보다 크고 긴장감을 주는 향락을 절약하였다가 휴가 동안이나 행복스런 시기에 즐기도록 분배하는 것, 이것이 내가 시간의 결핍과 불만족으로 괴로워하는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기분 전환을 하고, 매일매일의 구원과 균형을 위해서 우리에게 커다란 기쁨이 아니라, 작은 기쁨들이 주어진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작은 기쁨” 중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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