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호프는 1902년 뉴욕에서 독일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어머니와 계단에 같이 굴러 떨어져 어머니는 회복되지 못하고 2년 뒤 결국 돌아갔으며 그는 후유증으로 7세에 시력을 잃었다. 15세에 시력이 회복되어 또 다시 실명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독서에 몰입하게 되였다. 18세에 아버지마저 돌아가고 로스엔젤레스로 건너가 떠돌이 노동자 생활을 하였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죽을 때까지 매일 일하러 가야한다는 생각에 28세 나이에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그 후 10년 동안 방랑자의 삶을 살았다. 자살에 실패한 뒤 조그만 보따리를 어깨에 메고 로스엔젤레스를 떠날 때 마음이 가벼웠고 사방이 탁 트인 시골로 나왔을 때는 두려움마저 없었고 집으로 돌아온 것처럼 편안했다.
떠돌이 노동자로서의 삶과 광적인 독서량 그리고 깊은 사색을 통해 얻어진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과 사회에 대한 냉철한 인식은 전후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83년 사망하였으며 그 해 미국 대통령의 자유훈장을 수여하였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는 독학한 가구 제조공이었는데, 영어와 독일어로 된 철학, 수학, 식물학, 화학, 음악, 여행분야의 책을 100권 정도 가지고 있었다. 그 때 에릭호프는 그 책들을 크기와 두께, 표지 색깔 별로 분류하는 일에 흠뻑 빠져들기도 했다. 아마 어릴 때부터 이런 것을 보면서 꼼꼼하게 정리해나가는 학습습관을 익힌 것 같다. 또한 언어나 식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탁월한 재능을 보인 것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재능보다는 자기인생을 개척한 사람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대공황을 겪으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는데 생계를 위해 태평양전쟁에 자원하였지만 신체결함으로 거절당하고 정처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과일장사, 농장 보조일, 사금수집일과 잡역부 등으로 전전하면서 25년간 부두노동자로 일하였다.
흔히들 밑바닥인생에서 허덕이다 보면 원망과 한탄의 생활로 술이나 담배에 찌들려 낙오자의 삶을 살게 되는데, 에릭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기혐오로 자신을 학대하지 않고 오히려 긍적적으로 받아들이며 매사를 즐긴 듯한 인상마저 준다. 사화적으로 최 약자이지만 이를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놀라운 잠재력을 지닌 사람이다. 일을 마치고 나면 지칠 수도 있을 터인데 도서관을 찾았고 사색을 병행하면서 책을 늘 가까이 했다. 그의 철학적 견해들을 테마별로 한번 들어보자!
“한평생 나는 모든 사색을 분주히 돌아다니면서 해 왔습니다. 번쩍이는 모든 생각들은 일을 하던 중에 떠오른 것들입니다. 나는 따분하고 반복적인 일터에서 일하는 경험을 즐기곤 했지요. 파트너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머리 뒤쪽에서 문장을 짜 맞추었던 거지요. 그러다가 은퇴하고 나서 나는 세상의 모든 시간을 내가 다 차지했어도 뭘 할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교육의 주요 역할은 배우려는 의욕과 능력을 몸에 심어 주는 데 있다. ‘배운 인간’이 아닌
계속 배워 나가는 인간을 배출해야 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란 조부모도, 부모도, 아이도 모두 배우는 사회이다.“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책상위의 한구석으로 밀쳐 두지요. 소설로부터 나 자신을 끌어내 글을 쓰게 하려고 말입니다. 내게 글쓰기는 육체적으로 꼭 필요한 일입니다. 나는 좋아지는 것을 느끼기 위해 글을 써야 합니다. 그건 많은 사람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노인과 젊은이 사이에는 항상 심리적인 세대 차가 존재합니다. 물론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세대 차라고 부르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어른들의 포기에 의해, 곧 기선을 제압당하고 용기에서 졌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물론 젊은이들은 오늘날 우리의 머리를 겨눌 수 있는 뮈를 갖고 있지요. 자기 자신의 파괴라는 무기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두렵기 때문에 그들에게 양보하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것만 있으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은 불행의 원인이 불완전하고 오염된 자아에 있다는 인식을 억누르는 것이 된다. 따라서 과도한 욕망은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느낌을 억누르는 수단이 된다.”
“절대 권력은 선의의 목적으로 행사될 때에도 부패한다. 백성들의 목자를 자처하는 자비로운 군주는 그럼에도 백성들에게 양과 같은 복종을 요구한다.“
“오늘날 철학의 주제는 이미 인간이 아니다. 특히 신화나 이데올로기를 철저히 배제하고 과학적 엄밀성을 추구한다는 논리실증주의가 철학의 주류가 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신화와 이데올로기가 배제된 인간의 생이란 컴퓨터의 시스템공학에 의해 지배되는 소외된 노동의 세계일 것이다. 논리실증주의의 과학적 엄밀성이라는 것이 인간과 세계를 더욱 황폐하고 살벌하게 만드는 또 다른 형태의 신화와 이데올로기가 되고 있는 것은 미국의 현실에서 목격되고 있다.“
“ 돈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상투어를 만들어 낸 사람은 악의 본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며, 인간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게 없다.”
“인간은 스스로 어떤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지 못할 경우, 자유는 성가신 부담이 된다.,...우리는 개인적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젊은 나치의 말 그대로 ‘자유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대중운동에 가담한다.~”
“인간은 자신의 우월성을 주장할 근거가 약할수록 자신의 국가나 종교, 인종의 우월성을 내세우게 된다.”
“종교는 신이나 교회, 성스러운 동기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엑세서리에 지나지 않는다. 종교적 몰입의 근원은 자아에, 아니 그보다 오히려 자아의 거부에 있다. 헌신은 자아 거부의 앞면이다. 종교적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왜냐하면 몽테뉴도 지적했듯이 ‘자기를 증오하고 경멸하는 것은 다른 피조물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에 국한된 병’이기 때문이다.”<“길 위의 철학자“에서 극히 일부 요약발췌, 에릭호프, 이다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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