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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니 변했다!

[중산] 2019. 4. 11. 09:25

결혼하니 변했다!

관계가 삐거덕거리는 신혼부부가 많다. 데이터와 결혼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사랑은 환상에 의한 결합(fantasy union)이다. 로맨틱 러브는 언제나 현실이 아닌 환상을 기반으로 한 관계(fantasy relation)다. 판타지는 결핍에서 생긴다.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심리적인 결핍, 돈이 부족해서 경험한 생활의 결핍, 형제가 없어서 외로웠던 친밀감의 결핍 등이 생긴다. 부모도 인간인지라 다 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면서 갖지 못했던 것, 부족했던 것을 찾아서 사랑에 빠진다. 청춘 남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영화관, 고급레스토랑, 멋진 직원들의 서빙 덕분에 데이터를 할 때는 판타지가 현실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결혼하면 이 시스템 일부가 없어진다. 리얼리티가 생긴다.


결혼하면 무엇보다 멋지고 예쁜 모습이 아닌 흐트러진 모습도 많이 보인다.

삶의 많은 부분은 일상이지 판타지가 아니다. 결핍 때문에 생겼던 판타지보다 그동안 내가 익숙하게 살아왔던 내 삶의 스타일이 훨씬 비중이 커지고, 상대에게도 그걸 요구하게 된다. “결혼하니 변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결혼하면 판타지를 이상이나 꿈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연애할 때는 여행도 자주 다니고 근사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조건이 될 때 그렇게 하자. 프렌치 레스토랑은 우리 두 사람의 생일에, 해외여행은 전세자금을 다 갚은 후에 가자. 지금은 그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 이렇게 정해놓으면, 결혼 생활이 판타지와는 거리가 있어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 이런 생각을 부부가 공유하면서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판타지를 이상으로 바꾸는 노력이다.


판타지는 결혼 후 1~3년이면 모두 깨진다. 왜 싸우는지 이해도 못한 채 싸움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많은 부부가 판타지를 유지하기 위해 싸운다. 이 과정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데, 이 상처가 치유되지 않으면 결혼 생활은 불행해진다. 여기에 위기의 사건이 더해지면 이혼으로 이어진다. 현실에 부딪혀 신혼에 판타지가 깨지는 것은 당연하다. 결혼 후 서로가 변했다며 싸우는데,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것만 알아도 부부싸움이 줄어들고, 신혼 이혼도 막을 수 있다.



선순환 부부 관계를 만들기 위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부부가 같이 이 단계를 밟으면 이상적이나 보통은 한 사람이 먼저 성장한다. 한 사람만 먼저 성장해도  부부 관계는 악순환으로 가지는 않는다. 성장한 배우자를 보며 상대도 자극을 받아 변화가 시작된다. 함께 성장하면 부부는 선순환으로 들어간다. 남편과 아내 어느 쪽이든 먼저 다음의 과정을 거치며 자기 초월에 도전해보자.


선순환으로 가는 7단계

선순환의 삶은 자기중심성을 조절하는 특별한 훈련을 필요로 한다.

모든 노력은 영성과 직결된다. 보통 영성을 종교적으로만 이해하는데, 영성은 인간의 고귀한 특성 중 하나로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을 조절하고 통제하면서 삶의 방향과 목적을 찾는 모든 노력을 의미한다.


영적인 노력이 없으면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선순환으로 만들기가 어렵다. 선순환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기중심성과 심리적 결핍을 뛰어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이것을 초월이라고 한다. 인간관계를 선순환으로 만들고 싶다면 자신을 넘어서는 초월적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타인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초월이다.


1단계: 상대가 홧김에 한 말을 곱씹는다.

화가 나서 하는 얘기와 술 마시고 하는 얘기는 대채로 진심이다. ‘저 사람이 왜 나한테 저런 얘기를 하지? 그 말이 무슨 뜻이지?’ 생각하며 내용을 곱씹어야 한다. 곱씹는 행위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마음과는 정반대다. 자연스러운 마음은 자신을 곱씹는 대신 상대방을 씹고 싶다.


자신을 거스르는 노력이 없으면 자기를 안 보고 상대방 쪽으로 자꾸 시선이 향한다. “내가 잘못했나 땨져보자” 이렇게 하면 악순환이 된다. ‘아. 저 사람 말이 그 말이었구나. 그 때 내가 잘못했구나. 참 어리석었구나.’ 이렇게 자기를 객관적으로 보며 반성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을 거스러는 작업을 계속해야 성숙한다. 자신과 씨름하는 마음이 영성이다.


2단계: 나를 돌이킨다.

빚보증 사건 이후 아내는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질렀다.

“당신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나가.” 싸움 후 남편은 3일 째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위기에 처한 관계를 선순환으로 돌이키려면 권력자 아내는 남편의 말을 묵상해야 한다. “나도 남자야. 애까지 나처럼 아내한테 휘둘리면서 살게 하고 싶지 않아”라는 남편의 말은 그동안 아내가 자신을 남자로, 남편으로 취급하지 않았어도 지은 죄가 있어 참았다는 말이다.


모든 관계가 좋아지고 선순환으로 가는 데는 돌이키는 과정이 있다. 회개가 있다. 상대방 얘기를 듣고 섭섭해 하고 화만 내면, 돌이키지 못한다. ‘아. 마음이 저랬구나’라고 이해하는 사람은 돌이킨다.

우리는 살면서 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관철하며 가정을 전쟁터로 만들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관계가 선순환으로, 악순환으로 갈 수도 있다.


3단계: 사과는 ‘미안하다’라는 말로 표현한다.

관계가 선순환으로 가려면 자신을 곱씹고 돌이키면서 느꼈던 미안함을 “미안하다”는 말로 꼭 표현해줘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미안하다.고맙다”는 얘기를 오히려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마음은 가족이라도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사과 받고 싶다.


4단계: 반성한 내용을 말하며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준다.

부부는 화가 가라앉고 나면 상대방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서로 안다. 여자들은 언어 센스가 발달해서 남편에게 기가 막히게 비수를 날린다. 비수를 날려놓고는 자기 마음을 알아달라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안 하면 대범하지 못하다, 남자답지 못하다고 비난까지 한다.


비수를 날렸으면 뽑아주고 상처에 약도 발라줘야 나아서 공감을 해줄 수 있는데, 그러기는커녕 남자답지 못하다는 낙인까지 씌워서 더 기분 나쁘게 만든다. 사과 할 사람은 없고 사과를 받을 사람만 있다. 살다가 일이 생기면 또 싸운다. 억울하고 분했던 파일들이 쌓여간다. 서로의 마음을 알면서도 안다고 얘기를 해주지 않아서 그렇다. 파일로 저장하기 전에 상대의 마음을 알아주는 말을 하면 관계가 선순환으로 간다.


5단계: 수시로 상대의 의견을 묻는다.

평소에 쌓아두고 있다가 싸울 때 폭발하듯 얘기하는 것에서 벗어나려면, 수시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상대방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좋다.


6단계: 솔직하게 속마음을 얘기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얘기할 때 이미지 관리하지 말고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라고 얘기하고, 남편도 사실과 다르게 높이 보이려고 하거나 아내에게 부담을 주면서 생색을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남자나 여자나 체면 때문에 마음과 다른 말이나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나면 부부싸움으로 연결되기 쉽다. 

 

7단계: ‘내 주제’를 찾는다.

선순환으로 가기 위해 솔직하게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라고 했는데, 쉬운 사람도 있고 어려운 사람도 있다. 어렵다면 내 삶의 역사에서 그렇게 형성된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내 심리적인 주제이고, 자기 주제다. 자기 주제는 전문가를 찾으면 좋겠지만 상태가 심하지 않다면, 자신이 한 말을 녹음 후 들어보길 권하다.


그리고 감정 일지를 쓰면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나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나’의 주제를 아는데 도움이 된다.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나의 주제’를 찾아 이를 해소하려고 할 때 진정한 성장이 일어난다.


부부는 다투더라도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소중한 가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런 마음이 동력이 되어 어려운 성장의 과정을 견뎌낸다. 물론 본인들이 원하는 만큼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성장은 성장이다. 상대방이 아닌 자신에게 원인이 있음을 보는 것, 그것이 성장의 시작이다.


싸우는 것도 귀하다.

철학적으로 연결하면 모든 생명체는 싸우고 다툰다고 할 수 있다.싸움이란 살아 있다는 표시고 너와 내가 다르다는 표시다. 너와 내가 성별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히스토리도 다르고 힘도 다르다는 얘기다.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면 사람들은 싸우면서 수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면 상대를 잘 알 수 있게 된다.


싸울 때는 하는 말은 대채로 진심이다. “너랑 살기 싫어”. 그 말 진심이다. 그런데 너무 상처받지 않아도 된다. 부부가 살다 보면 때로는 같이 살기 싫을 때도 있다. 사람 안에는 늘 모순되는 마음이 공존한다. 사람은 유기체적 존재고 생명체기 때문에 같이 살고 싶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더 예쁜 여자 또는 더 멋있는 남자하고 살고 싶기도 하지만 너하고 살고 싶기도 하다. 네 입장에서는 맞고 내 입장에서는 틀린다. “인간은 모순되고 부분적이고 작은 존재다”라는 말을 그래서 한다. 이 부분이 성장점(growing point)이 된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해야 성장포인트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사람이 모순적인 것을 인정해줘야 한다. 많은 부부가 ‘지난번에 그렇게 말 안 했잖아. 왜 말을 바꾸는 거야?“라며 싸우는데 인간이란 존재가 원래 그렇다. 그러니까 이럴 때는 ”그래, 나 모순적이야. 지난번에는 그렇게 말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어. 나 모순 맞아“ 이렇게 모순됨을 시인하면 상대는 할 말이 없어진다. 그것을 서로 수용해주면 성장하게 된다.

인간에 대한 이런 근본적인 이해를 위해 선순환 대화 방법을 활용한다면 같이 사는 게 기적인 부부가 일상이 기적이 되는 삶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부부 같이 사는 게 기적입니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김용태님 지음, Denstory출판>

* 김용태 : 상담치료 최고 권위자, 철학박사,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