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나 조부모 세대에는 배우자가 자기 역할에만 충실하면 거의 만족하고 살았다. 이를 ‘역할을 나누는 관계’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자기의 진짜 모습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관계를 통해 정서적 충만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이를 ‘마음을 나누는 관계’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는 새로운 욕구의 기대를 충족시켜 사랑과 열정을 오래 유지하는 방법을 배우는 동시에, 현대의 스트레스가 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로 줄이는 법도 배워야 한다.
맞벌이 가정에서는 일과 육아의 책임을 함께 나눈다. 그 밖에도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인의 삶에는 온갖 스트레스 요인이 도사린다.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서로를 지지하고 스스로 힘을 낼 방법을 배워야 한다.
남자든 여자든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개인 생활에 에너지를 쏟을 여력이 없다. 독립심도 커지고 직장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커지면서,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고립감에 사로잡히거나 녹초가 된다.
화성인과 금성인 성향을 이해하는 데는 한 가지 정답이 없다. 남자든 여자든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해할 뿐이다. 배우자와 감정을 나누면서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여자도 있고, 독립적이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여자도 있다.
독립성이 강한 남자가 있는가 하면, 배우자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남자도 있다. 다만 차이를 알고 호르몬 욕구를 이해한다면, 남녀가 직장에서 수행하는 역할의 변화와 무관하게 각자의 삶에서 더 많이 지지받고 배우자에게 가장 필요한 지지를 보내줄 수 있다.
오늘날 남자들은 아버지 세대보다 배우자를 더 많이 사랑하고 지지해주며 여성성을 더 많이 표현한다. 남편이 직장에서 일하고 돌아온 아내를 지지해주면 아내는 일하며 받은 중압감과 압박감을 떨쳐낼 수 있다. 그런데 집에서 남편의 이런 배려는 부부뿐 아니라 자녀에게도 값지고 소중한 시간을 선사하지만 정작 남편의 테스토스테론 수준은 떨어진다.
요즘처럼 남자든 여자든 남성성과 여성성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시대에는, 여자들은 남성성으로 치우치기 쉽고 남자들은 여성성으로 치우치기 쉬워서 결국 남녀 모두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여자든 남자든 왜 점점 서로 멀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계속 멀어지기만 할 수 있다.
결혼한 남자들도 아내를 기쁘게 해주려고 남성적 자질을 억누른다. 당장은 좋아도 세월이 지나면 서서히 활력을 잃고 아내에 대한 열정도 식는다. 열정을 지속하려면 남자든 여자든 자기만의 고유한 남성성과 여성성의 균형을 자각하고 표현해야 한다.
남자든 여자든 직장에서 남성성을 표출하면서 일하다가 집에 돌아오면 남자는 테스토스테론을 회복해서 남성성을 잃지 않을 방법을 모색해야 하고 여자는 여성성을 되찾아 에스트로겐을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생에서 남자가 에스트로겐을 더 많이 생성하고 여자가 테스토스테론을 더 많이 생성하는 시기에 이르면, 남성성과 여성성을 결합해 고차원적 사랑으로 넘어가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사춘기 이후로 남자의 테스토스테론은 평생에 걸쳐 여자보다 열 배 이상 높다. 중년을 지나면서 에스트로겐이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각자에 맞게 남성적 자질을 개발하지 않으면 에스트로겐이 상승해 테스토스테론을 억압하기 시작한다. 남자들은 은퇴하면 대개 테스토스테론 수준이 급격히 떨어진다. 남자가 온종일 일만하고 쉬면서 균형을 회복하지 않으면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한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을 다 쓰지 않고 그냥 쉬면 몸에서 테스토스테론을 더 생성하지 않는다. 행동과 휴식이 필요하다.
마사는 국제적인 의류 업체의 CEO다. 오늘날 많은 여자들처럼 하루 종일 남성성을 발산하며 일한다. 경제적으로는 크게 성공했지만 집에서도 잘 쉬지 못하고 인생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즐기기 못한다.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성욕을 느끼지 못하고, 처방받은 수면제를 먹고 잠든다. 마사는 상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면 저는 화성에서 온 것 같아요. 부부 사이에서 여자들이 말을 많이 한다면서요. 저는 집에서도 일을 많이 해요. 감정을 나눌 시간도 없고, 또 그러고 싶지도 않아요.”
마사는 오늘날의 여느 여자처럼 집에서도 남성성을 지나치게 표출하여 계속 스트레스에 시달릴 뿐 아니라, 남편에게 매력을 느끼지도 못하고 주지도 못한다. 스스로 여성성을 발견하고 표현하여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면 여성 호르몬이 분비되고 결혼 생활의 열정을 되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잠 못 이루게 만드는 스트레스 호르몬도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마사가 감정을 나누거나 연약해지는 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녀는 평생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신만만하고 독립적인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껴왔다. 이런 마사에게 감정을 나누거나 도움을 구하는 것은 나약함의 신호였다.
마사의 남편 톰은 부동산 중개인이다. 마사가 하는 일만큼 업무 부담이 크지도 않고 돈도 많이 벌지 못한다. 그래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가사의 부담을 더 많이 진다.
마사는 집에 들어오면 남편이 자기에게 시간을 더 많이 내주지 않아서 불만이다. 마사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우리 집 가장 노릇을 하는데 일하고 집에 와보면 남편이 놀러 나가고 없어서 화가 나요.”
그러자 톰은 이렇게 대꾸했다. “난 온 종일 장보고, 청소하고, 애들을 태우고 다니잖아. 당신은 온종일 밖에 있고, 당신은 내가 집에서 한 일을 알아주지도 않잖아. 나도 내 시간이 필요해.” 톰이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끼는 이유는 아내보다 수입이 적어 집안일을 많이 떠맡는 여느 남자들처럼 아내가 자신의 노고를 인정해주는 느낌을 받지 못해서다.
마사는 집에 오면 톰이 해놓은 일보다 해야 할 일에 대해서만 따질 때가 많다. 마사는 집에 와서도 여성성을 회복하지 못한 채 톰이 해놓은 일을 고마워하고 칭찬하고 기뻐해주는 여성적인 능력을 끌어내지 못한다.
생물학적 호르몬의 차이로 보면 남자는 여전히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자든 남자든 고유한 호르몬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국 배우자에게 매력을 잃고 열정도 식는다.
남성성이 강한 여자는 직장보다 집에서 말수가 줄어든다. 말을 해봐야 남편이 해결책만 내놓으려 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가 감정을 털어놓고 남편이 귀담아 들어주면 여성호르몬이 원활히 분비되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남성성이 강한 여자는 집에서 말수가 적지만 그렇다고 여성성이 없는 건 아니다. 생물학적으로는 금성인이므로 집에서 감정을 많이 나누는 법을 배우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여성성이 강한 남자는 집에서 말이 많지만 내면에 남성성이 없는 건 아니다. 역시 생물학적으로 화성인이므로 말수를 줄이고 많이 들어주는 법을 배우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여자는 감정을 많이 말하면 여성성을 회복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여성 호르몬을 많이 분비할 수 있다. 반면에 남자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말수를 줄이고 *동굴 시간을 보냄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남성 호르몬을 많이 분비하는 것이다.
오늘날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남자가 배우자와 다투면서 분노를 표출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면 정서에서 안전한 느낌이 사라진다. 신뢰감이나 자신의 연약함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안전한 느낌을 받지 못하면 여자는 마음을 닫고 스스로 더 강해지려 한다.
여자가 관계에서 진정한 자기를 표현하려면 우선 감정을 꺼내도 될 만큼 안전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 남자가 감정적으로 분노를 터뜨리지 않고 무덤덤하게 다스릴 수 있다면, 여자는 관계에서 안심하고 자기가 한 말이나 행동 때문에 남자가 화가 나서 떠나거나 자신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거라 믿을 수 있다.
부부가 각자의 고유하고 상이한 호르몬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면 관계에 대한 열정이 식을 뿐 아니라 사랑을 키우지 못한다. 실망과 물만이 쌓일 뿐 아니라 빠르게 돌아가는 세계에서 각자 큰 난관에 직면한다.
스트레스를 막아주는 여성 호르몬을 자극하려면 인정해줄 뿐만 아니라 존중하고 아껴주고 이해해주어야 한다. 여자의 남성성에는 인정이 필요하지만 여자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선 여성성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자가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는 그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어주고,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그가 배우자의 개인적이고 물질적인 욕구를 채워주려고 애쓴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
남자들이 배우자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지 않는 이유는, 배우자의 요청을 거부해서가 아니라 꼭 해야 할 일들을 위한 활력과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남자가 당장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거나 아내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불평을 다 들어주면 시간이 갈수록 아내와 같이 있을 때 자신감이 떨어지고 능력도 줄어든다.
남자의 남성성은 기본적으로 성공한 느낌과 동일시된다.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데 여자가 불행한 감정을 실어서 불평한다면 남자의 가장 민감한 버튼을 누르는 셈이다.
배우자에 대한 불평을 직접 말하면 효과가 없지만, 불평도 소중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여자가 직장에서 집에 돌아와 감정(배우자에 대한 감정이 아님)을 털어놓는 경우다. 여자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여성성을 되찾아 호르몬의 균형을 이룰 기회를 놓친다. 흔히 경청을 여성적인 행위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남자의 남성성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여자가 여성성을 억압하면 할 일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여자가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라 호르몬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직장에서 부적절하거나 오해를 사거나 거부당할까봐 표현하지 못하고 꽁꽁 숨겨둔 생각과 감정, 정서와 소망, 바람 따위를 배우자에게 털어놓으면 여성성이 회복된다. 그리고 나면 배우자 앞에서 정서적으로 벌거벗은 느낌이 든다. 여자는 더 여성스러워지고 남자는 더 남자다워진다.
스트레스와 당혹감과 실망감이 직장에서 생긴 것이고 배우자를 향한 감정이 아닐 때만 경청의 기법이 효과를 거둔다.
여자가 남자의 지지를 인정해주려면 그 전에 먼저 여성성을 회복하는데 남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중한 업무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여자는 감정을 나눠봐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감정을 나눌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금성인 대화를 나누면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들어주기만 해도 여자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해결된다는 점을 이해하면, 남자는 해결책을 내놓는답시고 말을 끊지 않고 묵묵히 들어 줄 수 있다.
잠깐 시간을 내서 배우자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애쓰면, 남자는 자신의 동굴에 들어가기 전부터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또 아내에게 인정을 받으면, 테스토스테론을 회복하기 위해 동굴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도 줄어든다.~
* 동굴시간 : 테스토스테론을 회복하려면 일시적으로 여성성에서 벗어나 남성성을 회복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시간을 동굴시간이라고 부른다.<‘화성남자와 금성여자를 넘어서’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존 그레이,문희경님 옮김, 김영사 출판>
* 존 그레이 :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선정된<화성에서 온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등 그의 책은 150개국에서 50가지 언어로 번역되어 5천만부 이상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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