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혜택은 제일 먼저 도파민계에서 시작된다. 고마움을 느끼면 도파민을 생성하는 뇌간 영역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또 감사가 주는 아주 강력한 효과 중 하나는 세로토닌을 증진한다는 것이다. 감사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내다 보면 자기 삶의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감사는 수면의 질을 높여주기 때문에 상승나선을 가동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감사가 부정성을 무너뜨리는 막강한 해독제인 이유는 삶의 조건에 따라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굶주리는 와중에도 우울증은 사람을 고립시키는 병이다. 운동하기 싫은 사람이 운동하지 않는 상태를 고착시키는 것처럼 고독을 바라는 마음은 우울증을 더 고착 시킨다.
시인 에밀리 디키슨은 ‘ 외로움이 없으면 더 외로울 것이다“라고 썼다. 그녀는 혼자 지낸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러면서도 혼자 있는 것을 늘 두려워했다. 사실 흔히 볼 수 있는 이 명백한 역설은 친밀함을 가장 강렬히 원하는 사람이 대체로 거부에 가장 예민하기 때문에 생긴다. 우울증에 걸렸든 걸리지 않았든 타인은 흔히 스트레스와 불안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걱정도 불안도 이로울 수 있다.
남보다 덜 걱정하거나 덜 불안해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더 나은 것도 아니고 그것이 항상 이로운 것도 아니다. 걱정과 불안이 때로는 유용할 수 있다. 뇌가 이렇게 진화한 이유는 생존하기 위해서 였다. 그러니 불안하다고 자신을 너무 나무라지 말라. 뇌가 우리를 도와주려 하는 거니까. 불안 회로와 걱정 회로의 특정한 성향이 때로 우리를 행복해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는 그 회로들이 너무 자주 활성화되거나 서로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불안과 걱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면 걱정과 불안을 이겨내게 해주는 마음챙김mindfulness과 받아들임을 향해 성큼 다가설 수 있다.
불안의 ABC
제리는 비행기를 타거나 엘리베이터에 들어가거나 높은 빌딩에 올라가면 불안해진다. 애니아는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불편해하고 파티에 가는 것을 싫어한다. 데이나는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때면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린다. 불안의 유형이 다양하다. 사회불안, 수행불안, 심지어 모든 것에 불안을 느끼는 범불안도 있다. 그러나 어떤 불안이든 모두 다 똑 같은 기본 패턴을 따르며 그것은 ABC만큼 외우기 쉽다.
‘A'는 ’경보 Alarm'를 나타낸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들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네’라든가 ‘저 풀 무더기가 수상하게 흔들리는데?’). 경보를 전방대상피질이 전달할 수 있고 편도체, 심지어 해마가 전달할 수도 있다. 우리 뇌는 다음단계로 넘어간다.
‘B'는 '믿음 Belief'을 나타낸다. 경보를 평가하고 방금 자신이 관찰한 현상(’나 심장마비가 오려나 봐‘, ’풀밭에 사자가 있어!‘)을 믿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믿음은 대개 무의식 수준에 있어서 본인조차 의식하지 못한다.
‘C'는 ’대처Coping'를 나타낸다. 대처는 믿음이 생긴 후 하는 모든 행동이다. 심호흡을 하고 다 잘될 거라고 스스로 다독이는가? 아니면 흥분해서 날뛰는가? 그렇다. 흥분해서 날 뛰는 것도 일종의 대처다. 운동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차분히 호흡하는 것이 더 생산적인 대처법이다. 그러나 이런 생산적인 대처법들이 이미 습관 회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면 애초에 불안과 관련된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재앙적 사고를 피하라. 불안은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함으로써, 즉 ‘재앙적 사고’라고 알려진 과정으로 악화된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전화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는데 곧바로 전화가 오지 않으면 이제 나를 싫어하게 된 거라고 결론 내리는 식이다.
처음 ‘경보’를 알아차리는 것까지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 경보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줄일 수 있다. 첫째, 더 큰 가능성이 큰, 그리고 더 나은 결과를 떠올린다(‘친구가 지금 바쁜가 봐’), 둘째,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든 없든, 그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 계획을 세운다. (‘친구가 사흘 동안 전화를 안 걸면, 그때 가서 내가 또 걸지 뭐’, ‘그 친구가 내가 싫어졌다고 하면 다른 친구랑 어울리면 되지’).
스트레스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계획을 세우면 전전두 영역에 노르에피네프린이 증가하고 변연계가 차분해지기 때문에 상황을 더욱 잘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울할 땐 뇌 과학’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앨릭스 코브 지음, 정지인님 옮김, 심심출판>
* 앨릭스 코브 :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우울증 전문가. 브라운대학교에서 뇌 과학을 전공, UCLA에서 뇌 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울증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으며 현재 UCLA정신의학과에서 연구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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