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죽음을 생각해야 삶의 주인이 된다.

[중산] 2021. 3. 9. 11:21

죽음을 생각해야 삶의 주인이 된다.

 

2세기 그리스의 풍자 작가 루키아노스는 대화편 ⌜카론⌟에서 인간의 존재를 애처롭게 묘사합니다. 주인공 카론은 죽은 자를 저승인 하데스로 실어 나르는 뱃사공입니다. 카론은 사람들을 관찰하다가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부유한 자든 가난한 자든 삶이 고통으로 가득하다는 것이지요. 카론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지상에서 잠시 머물다가 삶이라는 꿈에서 깨어나면 다시 모든 것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이해한다면, 사람들은 더 현명하게 살면서 죽음을 그다지 걱정하지 않을 텐데.”

소크라테스와 루키아노스, 스토아학파 철학자, 몽테뉴를 관통하는 하나의 생각은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삶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덴마크의 유명한 라이프 코치인 소피아 매닝은 형제를 잃은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 상실로 인해 살아 있는 시간을 더 귀하게 여기게 됐다고 말합니다. 철학적 삶의 초점은 우리가 가진 꿈이나 욕망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니라, 그 꿈이 우리의 짧은 삶에 비추었을 때 과연 추구할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사업가가 <<뉴욕타임스>>에 쓴 ⌜더 행복해지려면 죽음을 더 많이 생각하라⌟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저라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네요. “아니에요. 우리가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 건 그런 이유가 아니라고요. 죽음을 생각해야하는 이유는 그것이 삶의 의미를 형성하는 토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죽음을 생각해서 행복해진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하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은 그런 생각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요.”

 

우리는 대개 죽음을 한계로 생각합니다. 우리가 삶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능력과 기회를 제한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몽테뉴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우리가 죽음을 올바로 이해할 때에만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거지요. 그는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잊는다"라는 것입니다.

 

죽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지 않고 그 의미도 인식하지 못하면, 우리는 삶이 짧고 유한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중요하지 않은 일로 시간을 낭비할지 모릅니다. 아무렇게나 스쳐 지나가는 욕망과 충동의 노예가 되며, 삶의 보편적인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하게 됩니다.

 

몽테뉴를 포함한 많은 철학자는 우리가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 올바르게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실존적인 자유로 가는 길을 안내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그 자체로 우리가 의지해야 할 삶의 관점은 아니지만, 다른 관점들이 존재하기 위한 필수적인 토대가 되는 거지요.

 

 

덴마크 시인 톰센은 죽음의 중요성에 대해, 살아 있는 내내 우리와 함께하는 죽음에 대해 말합니다. 삶이 끝나서도 멈추지 않는 하나의 과정인 것입니다.

 

 

아마 어느 삼월 밤

 

한 순간이 지날 때마다

나는 조금 죽는다.

살아가는 내내

나는 죽음을 안고 다닌다.

비가 내리고 날씨가 풀리는 따뜻한

어느 밤, 아마 삼월에

나는 어둠 속으로 들어서고

죽어 감을 멈출 것이다.

 

<‘철학이 필요한 순간’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님 옮김, 다산초당출판>

* 스벤 브링크만 :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철학과 심리학 전공했고 현재 알보그대학교 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 몽테뉴 : 1571~1592, 프랑스 보르도의 귀족, 38세에 공직을 떠나 10년간 성의 탑에 은둔하며 유명한 <수상록>을 집필 함. 수상록 출판 후 보르도 시장역임. 유럽 곳곳을 여행. 수상록 19번 에세이 제목은 "철학을 공부하는 일은 죽기를 배우는 일이다."

대천사 저수지
하늘을 품은 냇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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