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질문
어느 날, ‘일들을 미리 알 수 있다면 무슨 일을 해도 실패하지 않을 텐데∙∙∙∙’ 이렇게 생각한 왕은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좋은 때가 언제인지, 왕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지 그 방법을 알려 주는 자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고 온 나라에 선포했다!
매우 다양한 학자들의 답변이 쏟아져 나왔지만 어느 말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상을 내리지 않았다. 해답을 찾고 싶었던 왕은 지혜롭다고 널리 알려진 은사를 찾아가 물어보기로 했다.
왕이 은사 가까이에 다가 갔을 때 그는 자신의 오두막 앞에서 밭고랑을 파고 있었다. 왕을 본 은사는 꾸벅 인사를 하고 계속 밭고랑을 파는 이에 열중했다. 바짝 마른 체구의 은사는 가래로 땅을 찍어서 흙덩이를 파 엎기를 반복했다.
은사는 흙덩이를 뒤집을 때마다 숨을 가쁘게 쉬었다. 왕은 은사에게 다가가 말했다. “현명하신 은사님, 저는 세 가지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이렇게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잠자코 왕의 말을 듣고 있던 은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손바닥에 침을 뱉어 바르고는 또 다시 밭고랑을 파기 시작했다. “은사님, 당신은 지치신 것 같습니다.” 왕이 말했다. “가래를 저에게 주십시오.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고맙소이다.”
두 사람은 가래를 번갈아가면서 땅을 계속 팠다. 그리고 왕은 해답을 또 청했지만 은사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숲 뒤쪽으로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했다. 그때, 은사가 말했다. “저기 누군가가 달려오는군. 자, 누구인지 두고 봅시다.” 왕이 뒤를 돌아보았다.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두 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있었는데, 손을 타고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는 들릴 듯 말 듯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기절하듯 쓰러졌다.
왕과 은사가 남자의 옷을 벗겨 보았다. 그랬더니 그의 배에 심한 상처가 나 있는 것이었다. 왕은 남자의 상처를 씻은 다음에 붕대를 다시 감아 주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마침내 피가 멎었다. 의식을 되찾은 남자는 마실 것을 달라고 부탁했다. 왕은 깨끗한 물을 가져와 남자에게 주며 마시게 했다.
이튿날 남자는 잠에서 깨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왕에게 가녀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폐하는 저를 모르실지 모르지만 저는 폐하를 압니다요. 제 형을 처형하고 저의 전 제산을 몰수한 사람이 바로 폐하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페하를 복수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고로 저는 폐하의 적이지요. 저는 폐하께서 혼자 은사를 만나러 간다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폐하가 돌아오는 길에 해하려고 했지요. 그러나 하루가 꼬박 다 지나려고 해도 페하는 돌아오지 않으시는 것이었습니다. 몰래 잠복해 있는 저는 폐하의 호위대를 만났습니다. 그들은 저를 알아보고 없애려고 했습니다. 저는 그들을 피해 달아난 것입니다.
폐하께서 제 상처에 붕대를 감아 주지 않으셨다면 저는 아마 피를 쏟다가 죽었을 것입니다. 저는 폐하를 죽이고 싶었고, 죽이려 했는데, 폐하께서는 저를 살려 주셨습니다. 만약 제가 살아난다면, 그리고 폐하께서 원하신다면 저는 가장 충실한 종이 되어 폐하를 섬길 것입니다. 용서해주십시오. 폐하!“
왕은 이처럼 쉽게 적과 화해하고, 더군다나 그 적을 자기편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매우 흡족했다. 왕은 상처 입은 그 남자와 작별 인사를 하고 은사에게 다가가서 말문을 열었다. “현명하신 은사님, 마지막으로 부탁입니다. 제 질문에 대답을 주십시오.” “나는 이미 대답을 했고, 당신은 이미 벌써 답을 얻었소!”
어제 허약한 나를 가엽게 여겨 나 대신 밭고랑을 파지 않고 그냥 돌아갔다고 생각해보시오. 피를 흘리며 우리에게 온 그 남자는 아마도 당신을 해쳤을 것이오.
가장 중요한 순간은 당신이 고랑을 팠던 때이며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나라고 해답을 주겠소. 고로 나를 위해 선행을 베푼 것이 당신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소.
이후에 부상당한 남자가 우리에게 달려왔을 때 당신이 남자를 돌보았던 때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소. 만약 당신이 그 상처에 붕대를 감아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당신과 화해하지 못하고 죽었을 테지요. 그러므로 그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고, 당신은 가장 중요한 일을 그에게 해 주었다고 할 수 있지요.
기억하시오.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는 사실을 말이오. 왜 지금이 가장 중요하겠소? 우리는 오직 ‘지금’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오. 오직 이 순간만이 우리가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는 말이지요.
또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오. 앞으로 그 어떤 상황에서 그 누구와 자신이 인간관계를 맺을지 모르므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함께 있는 그 사람에게 착한 일을 행하는 것이지요. 그를 위해 이 세상에 인간이 보내졌고, 오직 이를 위해 인간이 이 세상에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세 가지 질문’- 톨스토이 단편선 P182 중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레프 리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장영재님 옮김, 더클래식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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