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한 뙤기
- 권정생
사람들은 참 아무것도 모른다.
밭 한 뙤기
논 한 뙤기
그걸 모두 ‘내’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것이 없다.
하느님도
‘내’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쥐의 것도 되고
한 마리 메뚜기의 것도 되고
밭 한 뙤기
돌멩이 하나라도
그건 ‘내’ 것이 아니다.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천양희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산 넘어버렸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강 건너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집까지 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그땐 그걸 위해 다른 것 다 버렸지요.
그땐 슬픔도 힘이 되었지요.
그 시간은 저 혼자 가버렸지요.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었지요.
<'매일 시 한잔'에서 발췌, 북로그컴퍼니출판>
우연
- 중산
포근해진 날씨에
모처럼 아침 산행 나섰지.
안 입던 봄 잠바 꺼내어 걸쳤더니
안주머니에 이상한 느낌.
뭘까?∙∙∙∙∙∙
꼬깃꼬깃 일만 칠천 원
이런 싱크로니시티(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가
나에게도 일어날 줄이야.
우연이 욕망을 일깨워 자극한다.
혀끝, 심장과 영혼까지 한바탕 훑는다.
쾌락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텁텁한 흔적들.
아이스크림, 생 탁, 커피, 과자 부스러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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