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부모들이 무리하게 형편을 무시하고 자녀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물건들을 마련해주는 경향이 종종 있다. 혹시라도 남들보다 자녀들에게 못해주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온갖 잡동사니, 말하는 인형, 디즈니 그림이 그려진 책가방, 비디오 게임, 나이키 제품 일체를 사준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학우들에 비해 불이익을 당한다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런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면, 옆 사람이 가진 것은 무엇이든 갖고 싶어 하는 마음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스스로를 전혀 억제할 줄 모른다. 출생에서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시장이 제공하는 모든 것에 푹 파묻혀 지낸 아이들에게 최악의 경우에는 언젠가 결핍이 혹독한 체험일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가장 가련한 아이는 억만장자 아드난 카쇼기의 막내아들 알리 카쇼였다. 마르벨라 위쪽의 산속에 위치한 카쇼기 궁전의 아이 방은 보통 체육관만큼이나 컸으며, 장난감도 전부 초대형 사이즈였다. 그 가운데는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어린이용 페라리와 롤스로이스도 있었다.
형제들을 괴롭히고, 절대로 혼자 뭔가에 열중하지 못하고, 변덕스럽게 금방 지루해하거나 짜증을 부려 참아주기 힘든 심통꾸러기. 아이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오후에 어릿광대를 집으로 불렀지만, 나는 그 아이가 웃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나중에 그 아이가 뉴욕의 어느 학교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었다.
아마 드와이트, 스펜스 아니면 세인트 앤에 들어갔을 것이다. 스펜스는 열한 살짜리 여자아이가 프라다 핸드백을 메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고, 세인트 앤은 학생들의 알코올 섭취와 마약 복용으로 이름이 높다. 그 아이들이 도대체 무엇에서 기쁨을 느끼겠는가? 어린 시절의 지나친 풍족함을 보상하기 위해서, 히피가 되어 떠돌거나 마약중독자 신세로 배회하는 길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인간은 포기를 할 줄 알아야만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철학자 아널드 겔렌은 인간이 절박한 욕구 충족 이상의 것을 원하도록 촉구하는 압박에 끊임없이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항상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것을 겔렌은 ‘과잉 충동’이라고 불렀다.
한편으로는 이 과잉 충동이 없었더라면 인간은 절대로 현재만큼 문명을 이룩하지 못했을 것이며, 지구는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더 많은 것, 더 나은 것, 더 새로운 것을 향한 충동은 우리 본성의 일부이다.
타고난 본성을 거스르며 살수는 없기 때문에 이것에 저항하는 사람은 불행해진다. 깊은 만족의 비결은 자신의 욕망을 인식하고 - 금욕주의자처럼 억누르거나 부정하려고 하는 대신 - 알맞게 제한하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에게 절제는 원칙적으로 지켜야 하는 기본 도덕 가운데 하나이며, 불교도 절제를 권유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자녀를 키우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바로 이것이다.
매스컴에 의해 조종당하는 어리석고 미성숙한 소비자가 되지 않도록 어떻게 아이들을 지킬 것인가? 또 어떻게 자녀의 자아를 강하게 단련시키고, 다른 사람들이 손을 뻗치며 덤벼드는 곳에서 포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가? 여기에서 중요한 대답은 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타고난 성향을 무조건 부정하려고 전력을 기울이는 것은 치명적인 잘못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히 안다. 그렇게 되면 십중팔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환자들을 심리 치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크리스타 메베스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부모들이 자녀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모든 물질주의와 소유의 요구에서 벗어나라고 가르치는 경우에는, 훗날 탐욕적인 성인이나 병적인 축재자가 되는 사례가 많다고 보고한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 용기를 내 자녀 교육의 한 가지 규칙을 제시하려 한다. 우리는 자녀를 자주적인 인간으로 키우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주적인 인간으로 키우는 것은 자유로운 인간으로 키우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아주 간단하다. 우리 딸은 이를 닦지 않으면 이를 ‘꼭 닦아야’ 하거나 ‘누구나’ 닦기 때문이 아니라 입 안에 박테리아가 우글거리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를 닦는다. 올바르게 행동하기가 더 쉬울수록 더 행복해진다! 물론 이해시키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자주적인 인간으로 키우는 데서도 당연히 적절한 선을 유지해야 하며, 항상 다른 사람들과 다르길 요구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새처럼 무리를 지어 날고 싶어 한다. 어쩌면 맹금에게 물어뜯기고 싶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건전하게 독자적인 태도에 이르기 위한 이상적인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부모들이 열광하는 것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인 듯하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부터 부모에게서 악기를 연주하라는 채근을 받은 아이들은 늦어도 사춘기부터는 음악과 관계있는 것이라면 모조리 거부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법칙을 심사숙고해보면, 부모가 자녀들을 실제로 원하는 방향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자녀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 최상의 전술이지 싶다. 그러나 그것만큼 힘든 일도 없을 것이다.
어느 유복한 부부는 아홉 살과 열한 살의 두 아들이 모든 것을 가졌는데도 끊임없이 싸워 대는 탓에 유심히 관찰해 보았다. 두 아이는 평화롭게 잘 있다가도 어머니가 나타난 즉시 싸움이 벌어졌고 어머니는 당연히 싸움을 말려야 했다.
그들은 아이들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바쁘게 사는 부모들이었다. 아버지가 크게 나무라는 소리에 두 소년은 기가 죽어 멈췄지만, “아이들이 싸우는 것은 부모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가 분명합니다.” 라고 심리 치료사는 말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대신 시간이 많은 부모들만이 자녀들이 원하는 가장 소중한 것을 풍성하게 선물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동네 우체통까지 짧은 모험을 계획하거나 힘을 합해 요리하는 등, 아이와 더불어 일상적인 일을 해결하는 것도 얼마든지 관심의 표현일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자녀들을 자주적으로 사고하는 인간으로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유혹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 곧 깊은 만족을 향한 길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고 , 돈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부유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폰 쇤부르크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을 극히 일부 요약 발췌, 김인순님 옮김, 필로소픽 출판>
*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 독일 최고의 권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베를린판 편집자이자 칼럼니스트로 활약. 독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언론계 구조조정에서 직장을 잃었다. 날벼락 같은 상황 속에서 의연한 대처로 이 책을 탄생시켜 ‘가난해지고’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안겨주었다. 현재 ‘자유 언론인’으로 활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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