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짐승들이여, 아일랜드의 짐승들이여,
온 세계 방방곡곡의 짐승들이여,
내 기쁜 소식에 귀 기울이라
황금빛 미래를 알리는 이 기쁜 소식에
곧 그날이 오리,
독재자 인간이 쫓겨나고
잉글랜드의 기름진 들판이
짐승들의 것으로 돌아오는 그날이,
우리들의 코에서 코뚜레가 사라지고
우리들의 등짝에서 멍에가 사라지고
재갈과 박차는 영원히 녹슬고
잔혹한 회초리도 없어지리라.
상상조차 못할 부유함
밀과 보리, 귀리와 건초,
크로버와 콩과 사탕무가
모두 우리 것이네, 그날이 오면,
영국의 들판들은 밝게 빛나고
강과 시내는 더 맑아지고
바람은 달콤하게 불어오리라
우리가 해방되는 바로 그날에,
그날을 위해 우리 일하세,
그날이 오기 전에 우리 죽을지라도
암소와 말, 거위와 칠면조,
모두 자유를 위해 일해야 하네.
잉글랜드의 짐승들이여, 아일랜드의 짐승들이여,
온 세계 방방곡곡의 짐승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그리고 전파하라,
미래에 올 그 황금의 날 소식을.
늙은 메이저의 노래에 동물들은 흥분했다. 돼지와 개들처럼 머리 좋은 동물들은 몇 분 안 되어 가사를 몽땅 외웠다.
1월이 되자 식량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옥수수가 분배량은 크게 줄었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감자를 더 나눠준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감자는 구덩이 흙을 충분히 덮질 않아 거의 모두 얼어빠진 상태였다. 동물들은 몇 날 며칠 여물과 사탕무만 먹고 지낼 때도 있었다. 굶주림이 빤히 그들을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농장의 이런 사정은 바깥 세계가 알지 못하게 감출 필요가 있었다. 풍차 붕괴 소식에 힘을 얻은 인간들은 동물농장에 대한 거짓말들을 새로 지어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농장 동물들이 지금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고 싸움질은 그칠 날 없고 서로 잡아먹고 어린 것들을 죽어서 먹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등의 얘기를 지어냈다.
나폴레옹은 거의 텅텅 빈 광의 식량 통들을 모래로 가득 채우고 그 위에 아직 조금 남은 알곡과 옥수수 가루를 살짝 덮어두라고 명령했다. 나폴레옹은 농장의 식량 사정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나쁜 결과가 올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중개인 휨퍼 씨를 이용해서 반대 인상을 퍼뜨리기로 작정했다.
나폴레옹은 적당한 구실로 휨퍼 씨를 광에 데리고 가서 식량이 가득 담긴 통들을 볼 수 있게 했다. 휨퍼 씨는 속아 넘어갔고 동물 농장에 식량 기근 같은 것은 없다고 외부에 계속 알렸다.
그렇지만, 1월 말이 되어가자 곡물을 어디서 더 구입해 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이 무렵 나폴레옹은 공개 석상에는 좀체 나타나지 않고 본체에 틀어박혀 지냈다. 개들은 그를 바싹 에워싸고 호위하면서 누구든 가까이 접근하면 으르렁거렸다.
어느 일요일 아침 스퀼러는 때마침 알을 낳으러 들어 온 암탉들에게 달걀 4백 개씩을 팔기로 계약한 것이다. 그러나 그 발표를 들은 암탉들이 소리를 지르며 대들었다. 암탉들은 봄철의 병아리 부화시기에 맞춰 품을 알들을 이제 막 모으고 있던 참이었다.
존즈를 몰아내고 난 이후 처음으로 농장에는 반란 비슷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들의 저항 방법은 서까래로 날아올라가 거기서 알을 낳는 것이었다. 그러면 알들은 서까래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이 깨어졌다. 나폴레옹은 신속하게, 그리고 이에 사정없이 이에 대응했다. 암탉들에게 옥수수 한 알이라도 주었다가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 선포했다. 개들이 이 명령의 준수 여부를 감시했다. 그 사이 암탉 아홉 마리가 죽었다.
나폴레옹은 동물들의 참다운 행복은 열심히 일하고 근검한 절약 생활을 하는 데 있다고 그는 말했다. 스퀼러가 노상 설명하듯 돼지들에게는 농장을 감독하고 지휘하느라 일이 끝도 없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그 노동은 <서류 파일>이니 <보고서>니 <의사록>이니 <각서>니 하는 신비한 것들을 만드는 일이었다.
다른 동물들의 삶은, 언제나 그 모양, 그 꼴이었다. 그들은 늘 배가 고팠고 잠은 지푸라기 위에서 자고 물은 웅덩이 물을 마시고 눈만 뜨면 밭에 나가 일을 해야 했다.
무슨 일이 성공적으로 완수되거나 운수 좋게 잘 풀리면 농장에서는 이를테면 암탉이 “우리의 지도자 나폴레옹 동무의 지도 아래 난 6일 동안 알 다섯 개를 낳았지 뭔가”란다거나 암 소 두 마리가 웅덩이에서 물을 마시다가 “나폴레옹 동무의 영도의 덕분에 물맛이 그저 그만이군 그랴!”라고 말하는 소리를 종종 들을 수 있었다.
미니무스가 지은 ‘나폴레옹 동무’라는 시는 농장의 이런 느낌을 잘 표현해 주고 있었다.
아비 없는 것들의 친구이시며
행복의 샘이시고
마실것의 주인이신 그대여! 오, 내 영혼은
불붙도다, 침착하고 위엄에 넘친
하늘의 태양 같은 당신의 눈을 볼 때마다
아아 나폴레옹 동무시여!
당신은 당신의 모든 동물들이
좋아하는 것을 주시는 분,
모두 하루 두 번 배불리 먹고 깨끗한 짚단에서 뒹구네.
크고 작은 모든 짐승들이
우리에서 편안히 잠드네.
우리 모두를 지켜주시는
나폴레옹 동무시여!
내게 젖 빠는 새끼가 있다면
녀석이 한 홉들이 맥주잔만큼 키가 자라기도 전에
밀대만해지기도 전에, 배우리라
배우리라, 그대에게 충성하고
그대에게 진실해지는 법을.
그가 맨 처음 외치는 말은
<나폴레옹 동무>일지니.
나폴레옹은 이 시를 승인했을 뿐 아니라 헛간벽의 <일곱 계명>반대 쪽 끝에 그걸 써놓도록 지시했다. 그 시 위에는 스퀼러가 흰 페인트로 나폴레옹의 옆모습 초상화를 그려놓았다.~
잉글랜드 짐승들 : 인터내셔널
메이저 : 마르크스
존즈 : 러시아 황제 니콜라스 2세
나폴레옹 : 스탈린
개 : 비밀경찰
돼지 : 볼셰비키
스퀼러 :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
풍차 : 소비에트의 5개년 계획들
동물반란 : 러시아 혁명
농장 본체 : 크렘린
미니무스 : 마야코프스키
<‘동물 농장’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오지오웰 지음, 도정일님 옮김,민음사출판>
* 조지 오웰 : 1903년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의 뱅골주에서 태어났다. 두 살 되던 해에 어머니와 함께 영국으로 돌아왔고, 이튼 학교를 장학생으로 졸업했다. 버마에서 경찰로 오 년간 근무 하였다. 식민 관료 생활을 하면서 인간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것에 강한 혐오감을 느끼게 한다.
역사적 정치풍자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동물농장>은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스탈린 시대 이르기까지의 소련에서의 정치 상황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니콜라스 2세의 차르 정권을 뒤엎고 권력을 장악한 볼셰비키 혁명은 역사상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이다. 볼셰비키는 착취 계급의 제거를 통한 평등의 실현, 프롤레타리아트에 의한 지배, 생산수단의 공유화, 상속제 폐지 등 새로운 사회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출발했다.
<동물농장>이 나왔을 당시 독자들에게 <인간>에게 착취당하던 <동물>들이 인간을 내쫓고 <동물농장>을 세운다는 이 이야기에서 인간이 누구이고 동물이 누구인지, 돼지들이 누구를 가리킨 것인지 등을 판별하는 일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러시아 사회주의는 독재와 전체주의로 타락했고, 그 타락을 막지 못한 체제로부터 사회주의는 다시는 회생할 수 없다”는 것이 오웰의 논리였다. 정치권력을 부패시키는 근본적 위험과 모순에 대한 빼어난 우화이며 문학의 사회 비판적 역할에 대한 고민이 담긴 기념비적 풍자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