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이른 봄!

[중산] 2023. 2. 19. 05:16

이른 봄

         - 톨스토이

 

 

이른 봄

풀은 겨우 고개를 내밀고

시냇물과 햇빛은 약하게 흐르고

숲의 초록색은 투명하다.

 

아직 목동의 피리 소리는 아침마다

울려 퍼지지 않고

숲의 작은 고사리도

아직은 잎을 돌돌 말고 있다.

 

이른 봄

자작나무 아래서

미소를 머금은 채 눈을 내리깔고

내 앞에 너는 서 있었다.

 

내 사랑에게 보내는 응답으로

살며시 눈을 내리깔았던 너.

생명이여, 숲이여, 햇빛이여!

청춘이여, 꿈이여!

 

사랑스런 네 얼굴을 보며

나는 울었노라.

 

 

청매화 꽃

 

어부는 물고기의 어떤 재주도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정복을 꾀할 뿐이다. 어부는 약탈자다 그는 언제나 대량 포획을 목표로 한다. 하나의 표본을 쫓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예외가 있다면 그건 <모비 딕>의 에이헵 선장일 것이다. 어부는 포획물을 어깨에 걸머지지도 않는다. 어부는 사냥꾼과 정반대다.

 

그가 야생 염소 사냥을 그만두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멋진 야생염소 한 마리를 겨냥해 방아쇠를 당겼을 때 그는 염소가 암컷이었다는 것도, 새끼 한 마리가 바로 곁에 있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냥꾼이 죽어 있는 어미를 찾아냈을 때 새끼 염소도 그곳에 있었다. 그가 산짐승도둑이라는 자신의 별명을 생각해낸 것은 바로 그때였다. 세상의 주인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크고 고요하고 슬픔에 잠긴 눈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짐승들에게도 배울 점이 있었다. 돌이킬 수 있는 일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포기할 수 있을 뿐이다. 그가 저지를 실수를 배상할 길이 없었다. 그만둘 수는 있었다. 야생 염소하고는 약속이 가능했다. 그는 앞으로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누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들을 두고 맹세할 수는 없었다. 그 끔찍한 일들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늙어간다는 것, 발걸음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 나무 한 그루에도, 누군가의 어깨에도 몸을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

 

해마다 겨울이면 똑 같은 양의 장작을 잘라내야 한다. 숲의 정상에서 살아가는 고충 중에 하나는 장작을 운반해 와야 한다는 것이다. 허리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장작의 무게를 줄이고 몇 번이고 더 오르락내리락했다.

 

한 남자가 가만히 구름을 바라보면서 목격하는 것은 그를 앞지르며 흘러가는 시간, 그를 추월하는 바람이다. 그건 도망가는 시간을 다시 따라잡기 위해 일어서야 한다는 신호다. 그는 몸을 일으키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오두막으로 돌아온 그는 불을 지펴 원기를 되찾고 하루를 마감하기 위한 침착함을 회복했다. 어둑어둑한 새벽에 일어나 시작했던 미완의 작품을 저녁에 완성시킨다. 손으로 만든 하루를 마지막 사포질로 다듬어 내는 것이다.

 

그의 인생은 계절의 운율을 타고 세상을 향해 흘러갔다. 끊임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구축해온 인생이었지만, 그러나 그것도 온전히 그의 것은 아니었다. 되돌려주어야 할 물건이었다.

 

다 쓰고 낡아서 너덜너덜해진 인생이었지만 이제 되돌려주어야 했다. 그 얼마나 넓은 아량을 가진 채권자란 말인가. 새것을 빌려주었다가 버려도 아깝지 않을 만큼 헌 상태로 되돌려 받는 그분은.

 

인간은 조물주 없이 번창해왔다. 그는 혼자만의 힘으로 선과 악을 구별하는 법을 배웠다. 모든 것을 다스리는 주인이란 불가능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불가능한 존재가 그에게는 친구가 되어주었다.

 

저녁이 되어 땅으로 내려앉은 하늘을 바라보며 그 전능한 건축가에게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를 전한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양말을 벗고 불가의 온기로 발을 녹였다. 발들에게는 우선권이 있었다. 불꽃이 방바닥의 돌판 위로 불똥을 튀기면서 장작과 손을 잡고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었다.

 

벽난로 위의 뻐꾸기시계가 그에게는 봄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진짜 뻐꾸기의 소리를 들으려면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매시간 울어대는 가짜 뻐꾸기 소리도 그럴싸했다. ~

 

<‘나무의 무게’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에리 데 루카 소설, 윤병언님 옮김, 문예중앙 출판>

* 에리 데 루카 : 1950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태어났다. 열여덟 살에 로마로 이주하여 기계공, 트럭운전사, 미장이로 일했다. 유고슬라비아 전쟁 당시 보급단의 운전기사로 참전했다. 스무 살에 쓴 소설<지금, 이곳은 아닌>을 1989년 마흔 살의 나이에 출간했을 때 그는 여전히 미장이었다. 현재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작가의 한 사람이며 등반가이고 , 주요 일간지<레푸블리카>의 고문이다. <나비의 무게>는 이탈리아에서 50만부 이상 판매되었고, 2010년 ‘패트라르카문학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행복한 하루 전날>,<식초의 무지개>,<신의 산>,<1의 반대말>등이 있다.

 

 

산수유 꽃

 

 

행복해진다는 것

-헤르만 헤세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그런데도

그 온갖 도덕, 온갖 계명을 갖고서도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네.

그것은 사람들 스스로 행복을 만들지 않는 까닭.

 

사랑하는 동안에는 누구나 행복에 이르지.

스스로 행복하고 마음속에서 조화를 찾는 한,

그러니까 사랑을 하는 한.

 

모든 인간에게 세상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의 가장 깊은 곳

그의 영혼

그의 사랑하는 능력이라네.

 

보리죽을 떠먹든, 맛있는 빵을 먹든

누더기를 걸치든, 보석을 휘감든

사랑하는 능력이 살아 있는 한

세상은 순수한 영혼의 화음을 울렸고

언제나 좋은 세상

옳은 세상이었다네.

 

 

홍매화 꽃

'독서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를 보다  (34) 2023.02.26
도덕의 필요성!  (27) 2023.02.22
시, 작가와의 대화!  (46) 2023.02.15
7일간의 수행, 깨달음!  (13) 2023.02.09
오늘!  (43) 2023.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