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마법의 주문!

[중산] 2023. 11. 6. 06:12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아잔 자야사로 스님은 영국인이었지만 어느 나라 말을 사용해도 언변이 뛰어난 분이었지요. “오늘 밤에 여러분에게 마법의 주문을 알려드리고자합니다.” 유창한 태국어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누군가와 맞서게 될 때, 이 주문을 마음속으로 세 번만 되뇐다면, 여러분의 근심은 여름날 아침 풀밭에 맺힌 이슬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다들 숨죽이고 스님의 다음 말을 기다렸지요. 스님은 한 번 더 뜸을 들인 뒤 입을 열었습니다. “자 다들 그 주문이 뭔지 궁금하시죠?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내가 틀리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리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리 수 있습니다!”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저는 그 주문을 들려주던 스님의 목소리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뇌가 분석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진실을 인식하고 반응할 때의 기분을 다들 알 겁니다. 그런 말은 여러분의 몸과 마음에 새겨져 절대 사라지지 않지요.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주문은 제가 가장 필요할 때 퍼뜩 떠올리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단 떠올리면 언제나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지요. 더 겸손하고,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합니다.

 

이 지혜는 시대를 초월하며, 특정한 종교에 한정되지도 않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참으로 단순하고 명쾌한 진실이지만, 우리는 쉽게 잊어버립니다.

 

이 지구상에서 의례적인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내가 틀릴 수 있다’라고 쉽사리 인정하는 자아를 과연 단 한 사람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요!

 

그렇다면 인간인 우리가 더 큰 존재에, 자신이 틀릴 수 도 있다고 항상 인식하는 더 큰 존재에 접근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대다수 사람이 대체로 자기가 틀릴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요? 우리는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800년 전, 페르시아의 이슬람교 신비주의자 시인인 루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악행과 선행이라는 개념 너머에 너른 들판이 있다. 그곳에서 당신을 만날 것이다. ”저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 들판을, 그리고 그곳에서의 그 만남을 고대한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영국의 어느 사원으로 옮겼을 때, 누군가와 사소한 일로 언쟁을 벌였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 훌륭한 수시토 주지 스님이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옳다는 것이 결코 핵심이 아니라네.”

 

저도 그렇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따져야만 하는 것은 제 안에, 우리 안에 거의 본능처럼 깊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지요. 다행히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누구나 시행착오를 거칠 권리가 있어요. 인간은 본래 자신이 더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살아가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틀릴 수 있어. 내가 다 알지는 못해’라는 생각에 익숙해지는 것만큼이나 우리가 확실하게 행복해질 방법은 흔치 않습니다.

 

우리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직감을 현실이라고 믿습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다 간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이 옳은지 그른지,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다고 믿지요.

 

우리는 걸핏하면 삶이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우리가 계획한 방식대로 마땅히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좀처럼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막연한 관념과 의지대로 삶이 이루어지리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입니다. 우리가 극히 무지하다는 것을 이해할 때, 지혜가 싹틉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지음, 박미경님 옮김, 단산초당출판> *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 1961년 스웨덴에서 태어났다. 스톡홀름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재무 전문가로 다국적기업의 에스파냐 지사에 근무, 스웨덴 최대 가스업체였던 AGA 자회사의 역대 최연소 재무담당최고 책임자인 임원으로 지명되었지만 ‘성공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태국 밀림의 숲속 사원에 귀의해 17년간 수행했다. 2018년 루게릭병을 진단받아 2022월 1월,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난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이 책은 30만부 판매되었고 세계25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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