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에 대하여!
17세기 중반 ‘취미’라는 용어는 그라시안(1601~1658, 스페인의 대표적 철학자이자 작가)의 책이 번역되면서 유럽의 모든 나라로 전파된다. 하지만 그라시안이 ‘취미’라는 단어를 문학예술에 한정해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취미란 세상 모든 것에서 섬세함과 세련됨을 알아보는 능력이었다.
작가이자 비평가였던 샤를 드 생테브레몽은 세련된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성향으로서 ‘취미’의 개념을 사용했다. 17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취미’는 새로이 ‘느낌’, 즉 프랑스인들이 ‘상티망’sentiment이라 부르는 어떤 막연한 느낌과 연결되기 시작한다.
이 미각의 은유는 프랑스에서 유럽의 모든 나라로 확산된다. 영국 미학이 취미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데에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이는 조셉 애디슨(1672~1719)이었다. 취미에 관한 최초의 글에서 그는 그라시안을 언급한다.
“그라시안은 매우 자주 훌륭한 인간의 궁극적인 완성으로서 섬세한 취미를 권한다. 에디슨이 그라시안이 말한 ‘섬세한 취미를 ’글쓰기에서 가장 은밀한 결점과 가장 완전한 장점을 식별해내는 정신의 능력”으로 규정하며 이를 차(茶 )맛을 감별하는 능력에 비유한다.
미감과 도덕감
취미를 ‘감각’이라고 부른 최초의 인물은 ‘섀프츠베리 백작’이라 불리는 앤서니 쿠퍼(1671~1713)였다. 섀프츠베리는 인간에게 ‘사물 속에서 숭고와 미를 보는 공통적이며 자연적인 감각“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인간은 그 공통의 자연적 감각으로 미(와 숭고)만을 감지하지는 않는다. 자연에 미beauty가 있다면 인간에게는 덕virtue이 있다. 이 둘은 모두 신적 조화에서 나오므로, 미와 선은 사실 “하나의 동일한 것”이다.
흔히 선악을 판단하는 기관을 도덕감moral sense, 미추를 판단하는 기관을 미감aesthetie sense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현명한 신이 똑같은 일을 하는 기관을 굳이 두 개나 만들었을 리는 없다.
미감은 오감과는 성격이 다르다. 대상이 외감으로 지각된다면, 그것의 미는 내감으로 판정된다. 취미판단은 외감으로 들어온 감각인상을 조화에 대한 선험적 관념과 비교하여 그 일치 여부를 판정하는 활동이다.
판단의 준거로 미의 이데아, 즉 조화의 선험적 관념이 개입된다는 점에서 감각과는 구별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취미판단은 감각적이라기보다 직관적이다.
미의 판단은 외감이 아니라 내감으로 하며, 내감으로 지각하는 미는 소리∙색채∙질감 같은 감각적 특질이 아니라 무언가 초월적인 것이다.
섀프츠베리는 이 초월적인 미에서 오는 쾌는 사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다고 말한다. 이는 미가 일체의 관심에서 자유롭다는 칸트의 무관심성(無關心性)개념을 선취한 것이다. 하지만 섀프츠베리가 칸트처럼 미가 모든 관심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을 것 같지는 않다.
미와 선을 “하나의 동일한 것”으로 여겼던 그에게 도덕적 관심이 결여된 미란 상상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도덕주의자에게 취미의 세련화는 곧 도덕감의 함양을 의미했다.
취미를 ‘감각’이라 불렀지만 그는 미감이든 도덕감이든 내감을 이성의 발밑에 놓았다. 미의 지각은 ‘이성’의 통제 아래 내감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미가 선’이라는 생각은 고대의 ‘선미’개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플라톤에게 선과 미는 그저 진리의 다른 얼굴일 뿐이었다. 플라톤주의를 통해 섀프츠베리에게까지 전해진 셈이다. 미감을 도덕감과 구별되는 별도의 감각으로 상정한 이는 프랜시스 허치슨(1694~1746)이었다.
섀프츠베리가 내감의 종류로 미감과 도덕감을 들었다면, 허치슨은 내감의 종류를넷으로 늘렸다. 도덕감∙미감∙공공감∙명예감이 그것이다. 그는 글자 그대로 별도의 감각으로 분류했다. 그 이유는 내감들이 실제로 여러 측면에서 감각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허치슨은 취미, 즉 미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각의 이 우월한 권능은 마땅히 ‘감각’이라 불릴 만하다. 한 가지 측면에서 다른 감각들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즉 쾌감이 대상의 원리∙미래∙원인 혹은 유용성에 관한 그 어떤 지식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즉각적으로>미의 이념으로 우리를 때리기 때문이다.”
<‘감각의 역사’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진중권교수 지음,창비출판> *진중권 : 서울대 미학과 졸업, 동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을 공부했다. 현재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로 있다.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진중권의 서양미술사>,<이미지 인문학>,<현대 미학 강의>등이 있다.
요즘 남편으로 살아가기
요즘 신랑감 고르기 기준의 1순위는 외모고, 2순위가 경제력이죠.(신붓감 본인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고 능력이 되잖아요. 심지어 “제가 능력이 있으니 벌어서 먹여 살려도 돼요.”라고 하시는 그런 분도 있어요. - 결혼 정보 업체 회원관리부 팀장
배우자를 찾을 때 “남성은 경제력, 여성은 외모가 중요하다”는 오랜 통념이 깨지고 있다. 여성들의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이제 여성도 남성의 외모를 중요시한다. 만남의 과정도 바뀌었다.
소개팅 후 ‘애프터 신청’이나 데이트 코스 제안을 여성이 먼저 하기도 하고, 집은 본인이 장만해뒀으니 결혼 상대만 있으면 된다는 여성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배우자에게 바라는 것은 매력적인 외모만이 아니다. 2순위로 언급된 경제력은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경제력이란 안정적인 직업, 부모님의 노후 대비 여부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모님의 노후 자금이 연금인지 부동산으로 얻는 월세 수익까지 꼼꼼히 체크하기도 한다.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고려도 철저하다. 결혼 식, 자녀 계획도 결혼 전 확인해야 하는 사항이 됐다.
부부가 취미 생활을 함께 즐기는 결혼생활을 꿈꾸는지, 혹은 일명 ‘파이어족(경제적 자립을 통해 조기 은퇴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꿈꾸며 저축과 투자에 힘쓸 것인지도 고려한다. 누나가 많은지, 명절에 제사를 지내는 문화인지도 탐색 대상이 된다.
물론 신부를 고르는 작업도 까다롭기는 매한가지이다. 결혼 정보 업체의 매너저에 따르면 “둘째 딸보다 외동딸을 선호하는 남성이 있을 정도”로 배우자 탐색과정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일반 직장인이 혼자서 집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라는 공식은 옛말이 됐고 대신 신랑 신부가 반씩 주택비용을 마련하는 ‘반반 결혼‘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결혼정보 업체 듀오에서 최근 2년내 결혼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결혼 비용 부담 비율은 남성이 60%(1억7,272만 원), 여성이 40%(1억1,467만 원)정도이며 전체 결혼 비용의 84%가 신혼집 마련에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중요해지고 있는 또 하나는 ‘프러포즈’다. 결혼식 날이 잡혀있는 사이라도 남성이 여성에게 ‘정식’ 프러포즈를 하는 것이 중요한 의례로 여겨지고 있다. 새로운 프러포즈 문화는 ‘예랑이(예비 신랑)’가 가장 긴장하는 지점 중 하나다.
요즘남편의 필수 덕목 : 눈치력
맞벌이인 요즘 남편에게 가사 분담은 돕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결혼한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할 때 자주 듣는 말인 “눈치껏 해야 한다”도 그런 예다. 가사 육아에서 ‘시키면 잘할 수 있다’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능동적이며 재빠른 판단을 통한 협조적 자세가 결혼 생활의 성공 요인이라는 것이다.
소위 ‘패밀리지(패밀리+마일리지)’를 쌓는 것은 눈치력의 정수라 할 수 있다. 부부간, 혹은 부모와 자식 간에 점수를 많이 따두면 마일리지처럼 써먹을 찬스가 생긴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남편이 혼자서 장인 장모를 모시고 흔쾌히 주말을 보냈다면, 다음 친구 모임에 나갈 때나 사고 싶은 물건이 생겼을 때 눈치보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패밀리지’가 주어지는 식이다.
돈을 잘 벌어다주는 남편보다 더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내 기를 살려주는’남편이다. 유튜브 채널 ‘취미로 요리하는 남자’는 집에서 수준급의 요리를 선보이는 영상으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단순히 요리를 잘하는 남자에게 열광하는 것이 아니다. 이 동영상은 ‘아내의 직장 동료들이 집에 방문하면 벌어지는 일’이나 ‘요리하는 남자가 처가댁에 놀러 가면 벌어지는 일’처럼 가족과 지인을 위해 요리를 하는 내용이다.
집에서의 요리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아내를 위해 솜씨를 발휘하는 로맨스의 발현이라는 느낌을 선사한다. 영상 댓글을 보면 “아내분 기 살려주는 내조왕이다”라며 부러움과 칭찬 일색이다.
<‘트렌드 코리아’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김난도교수, 전미영연구위원외 9명 공동 지음, 미래의 창 출판> * 김난도교수 :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유트 채널 ‘트렌드 코리아 TV'를 진행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시리즈를 2008년부터 매년 출간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외식업 트렌드 Vol.1>,<더현대 서울 인사이트>,< 마켓컬리 인사이트>. <럭셔리 코리아> 등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