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대문을 활짝 열어젖힌
추어탕을 펄펄 끓는 가마솥 곁에서
플라스틱 수조 얕은 물을 튀기며
미꾸라지들이 아주 순하게 놀고 있다.
- 이시영 <삶>에서
삶이 죽음과 함께하지만 서로를 알지 못한다!
삶이 죽음 옆에 있습니다. 죽음 옆에 있으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모르거나 무관심한 것으로 있습니다. 시인은 우리의 생과 죽음이 별개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이라는 하나의 형식으로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한 문장’으로 형상화합니다.
이 시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죽음이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그 죽음이 삶을 침해하지 않고 삶도 죽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간이 죽음을 알고 죽음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면 어찌 생이 생답다고 하겠습니까?
니체도 이런 현상을 반가워하며 말합니다.
“… 얼마나 많은 향락과 초조와 갈망이, 얼마나 많은 목마름 삶과 인생의 도취가 매 순간 생겨나고 있는가! 하지만 이 모든 소란을 일으킨 사람들, 살아 있는 사람들, 삶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이제 곧 정적이 찾아올 것이다. (…)
그러나 죽음과 죽음의 정적만이 이 미래에서 유일하게 확실하고, 모두에게 공통된 것이다! 이 유일한 확실성과 공통성이 인간에게 아무런 힘도 미치지 못하고, 조금도 죽음의 형제로서 느끼게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 얼마나 기이한 일인가! 인간이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으려는 것을 보면 나는 행복을 느낀다! (…)“
- 니체, <즐거운 학문>에서
생명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함께하라!
늘 지나는 길 옆
나뭇잎이 어른 손바닥 셋은 되는 나무가 있다
잎이 커선지 가지는 많지 않지만
기품이 있다
바람에 출렁이는 모습이 마치
느릿느릿 걷는 초록호랑이 등이다 (…)
저 나뭇잎들이 순간
회복된 야성으로 덮칠 것 같다
하지만 똑바로 쳐다보면
정중하다 오- 초록눈이여(…)
그 자리를 떠나면서 생각했다
저 큰 나뭇잎이 폭풍 속에 들 때를 상상하지 않겠노라고
존중하는 자에 대한 나의 예절이다
- 오철수, <초록 호랑이>
내가 생명력이 넘칠 때 그에 호응하는 것을 붙잡는 것입니다. 생명력이 넘칠 때 생명감정을 고양시키는 그리고 생명력을 부과할 수 있는 것들이 다가옵니다. 그도 나의 생명력에 호응하는 것입니다.
“쾌감의 상태에서의 확장! 포옹하는 것, 뛰는 것, 춤추는 것, 웃는 것, 환호하는 것, 노래 부르는 것 -나는 자신을 발산하려고 하는 넘치는 힘을 본다. (…) 쾌감을 느낄 때와 분노할 때는 따뜻해진다.” -니체, <니체전집16. 유고>
결점 때문에 비난받아야 한다는 것은 자연에 대한 모욕입니다. 나는//그 자리를 떠나면서 생각했다/ 저 큰 나뭇잎이 폭풍 속에 들 때를 상상하지 않겠노라고/ 존중하는 자에 대한 나의 예절이다“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명력과 차오르는 생명감정과 함께하려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이 더한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겨먹었든지 간에 또 가장 나쁜 상황에서도 강한 생명감정은 늘 ‘더한 삶’만을 향하니 우리 역시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로 읽는 니체’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오철수시인 지음, 갈무리출판>
*오철수 : 1958년 인천 생. 시를 쓰며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민의>,<아버지의 손>, ,아주 오래된 사랑>,<아름다운 변명>, <조치원역> 등의 시집이 있으며, <시쓰기 워크숍1,2,3권>,시로 가는 표현>, ,풍경을 시로 쓰기>, <현실주의 시창작의 길잡이> 등의 이론서가 있다. 제3회 전태일 문학상 수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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