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육각형 인간!

[중산] 2024. 2. 20. 11:50

 

홍매화

 

 

 

요즘 사람들,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은 이 육각형의 완벽을 추구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는 이처럼 외모 ∙ 집안 ∙ 직업 ∙ 자산 ∙ 학력 ∙ 성격 ∙ 특기 등(여섯 가지가 넘을 수도 있다), 모든 측면에서 완벽하기를 선망하는 경향성을 일컬어 ‘육각형인간’이라 이름을 붙이고자 한다.

 

 

 

 

육가형인간의 등장배경

 

심리학자 토머스 커런 박사팀이 미,영,캐나다 등 약 4만 명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남들에게 완벽함을 보여줘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타인을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사회적 완벽주의’가 일반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각형을 꿈꾸는 사람들

 

1. 담쌓기 : 아무나 육각형인간이 될 순 없어

한때 미국에서는 ‘아무 노력 없이도 완벽한’이라는 표현이 유행했다. 듀크대학교에서 처음 만들어진 이 표현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데, 똑똑하고, 성적 잘 나오고, 몸매 좋고, 아름다운 데다가 인기까지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의 강박증을 지칭했다.

 

지금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된다. 겉으로 보기에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완벽해 보이는 육각형인간으로 인정하고 또 선망한다.

 

2. 타고난 집안

‘집안’은 육각형인간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대표적인 덕목이다. 예전 어른들이 어려운 집안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한 ‘자수성가형 부자’를 높이 평가했다면, 요즘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부유한 ‘금수저형 부자’를 선망한다. 연예인 팬덤도 그렇다.

 

3. 타고난 외모

네이버 카페 ‘디젤매니아’에서 ‘외모 vs. 능력’으로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절반이 넘는 52.1%의 응답자가 ‘외모’를 선택했다. 과거에는 ‘남자에게 외모는 잠깐이고 능력은 영원하다‘는 생각이 우선시 됐다면, 요즘 사람들은 “공부를 잘하는 것 보다 빼어난 외모를 갖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외모는 유전적인 속성이다. 성형이나 화장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는 있지만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38%가 1센티미터당 1천만원, 29%가 1~5천만 원의 가치에 해당한다고 답했고, 심지어 1억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20%나 됐다. 미국오하이오주립대의 연구에 따르면 10~13센티미터의신체 차이마다연봉이 최대15%차이난다는 발표도 있었다.

 

프랑스와 한국의 중산층 기준

프랑스 한국
1. 1개 이상 자유롭게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을 것 1.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2. 직접 즐길 수 있는 스포츠 하나가 있을 것 2. 월 급여 500만원 이상
3. 다룰 줄 아는 악기 한 가지가 있을 것 3. 2,000cc급 중형차 이상 소유
4. 남들과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 하나가 있을 것 4. 통장 잔고 1억 이상 보유
5. 공분에 의연히 참여할 것 5. 해외여행 1년에 1회 이상 다니는 정도
6. 약자를 도우며 봉사를 꾸준히 할 것  

☞ 출처 : 임의진, <숫자사회>, 웨일북, 2023

 

과거 부모님 세대와 비교하면 지금의 청년들은 훨씬 높은 경제적 수준을 누리며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함에서 하나라도 부족하면 힘들어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육각형놀이에 몰두하는 이유

자아와 현실을 가장해 가며 ‘육각형 놀이’에 몰두하는 이유는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나’와 충돌을 막는 일종의 방어기제이기도 하다. 심리학자이자 컬럼비아대 교수인 에드워드 토리 히긴스는 자기 불일치 이론에서 사람이 인식하는 자기개념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1) 내가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실제적 자기, 2) 개인이 소유하기를 희망하는 이상적 자기, 3) 그리고 반드시 가져야 할 책임이 있는 의무적 자기이다.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이러한 자기개념 사이에 격차가 없을 때 조화로운 상태에 이른다.

 

반대로 자기 인식 간에 격차가 벌어지면 부정적 심리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가령 실제적 자기와 이상적 자기가 불일치할 때, 실망 ∙ 불만족 ∙ 슬픔과 관련된 정서에 취약하다. 실제적 자기와 의무적 자기와 불일치할 때는 두려움 ∙ 긴장감 같은 정서에 취약하다.

 

비싼 가방, 비싼 식사 등의 행복한 순간을 소셜미디어에서 과시하는 행위는 남들에게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멀티 페르소나’를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삶의 모든 순간이 SNS 속 사진처럼 행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다운 것이 행복한 것이다.

 

육각형 인간의 모습은 내가 꿈꾸는 이상적 모습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제시하는 이상향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육각형인간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어디일까? 아마도 서울 강남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강남을 오랫동안 분석한 정신의학과 의사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28년째 강남에서 정신과 의원을 운영 중인 김정일 박사가 펴낸 책의 제목은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이다.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과도한 경쟁에 따른 열등감, 배금주의, 계급의식, 비정상적인 교육열 등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강남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강남 지역이 유독 문제라는 말이 아니다.

 

타인들이 육각형일 것이라고 선망하는 대표적인 곳조차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아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과도한 비교와 줄 세우기가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본연의 자신을 찾고 타인의 시선과 욕망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교에서는 ‘못생긴 셀카 올리기 켐페인ugly selfies'을 시행하고 있다. 소설미디어에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모습만 올리는 세태를 풍자해 더 솔직하게 있는 모습 그대로 드러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캠페인이다.

 

사람들이 육각형인간을 부러워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육각형인간이 되면 행복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 가장 행복할까? 상투적이지만 가장 나다울 때 행복한 것이 아닐까? 비록 그것이 육각형의 완벽한 모습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트렌드 코리아’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김난도교수, 전미영연구위원외 9명 공동 지음, 미래의 창 출판> * 김난도교수 :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유트 채널 ‘트렌드 코리아 TV'를 진행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시리즈를 2008년부터 매년 출간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외식업 트렌드 Vol.1>,<더현대 서울 인사이트>,< 마켓컬리 인사이트>. <럭셔리 코리아> 등의 책을 썼다.

 

 

 

청매화

 

통도사 홍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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