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어때!’하며 더 큰 나를 부르자
문득 내 존재가
먼지만큼 작게 느껴지는 순간
벽에 붙여놓은 세계지도가 눈에 꽂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거야
한 점으로도 보이지 않는 거야
나도
모오든 사람들도
망연히 지도를 바라보다
뭐 어때,
먼지만한 내가 한 눈에 세계를 보고 있잖아
(너만 알고 있어. 내 자동차면허증은 1종 보통이야. 여차하면 트럭집을 끌고 다니며 살 것이거든. 물론 그 여자, 한 점으로도 보이지 않겠지만)
입가에 웃음을 지으니
세계지도 양쪽이 살짝 들리며
날 따라서 웃데
- 안오일, <세계지도와 나>
어느덧 너무나 작아져 보이지도 않는 존재가 되어버렸던 삶! 물론 태어날 때부터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는 일이 균등화 규격화 표준화되는 일이었습니다. 그 평균율 속에서만 역할이 주어집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자신이 너무 하찮게 느껴질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느낌이지요. 그때 우연찮게 세계지도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지도와 나! 지금의 나는 세계지도에서도 아시아, 아시아에서도 대한민국, 그것도 어디어디에 있을 것입니다. 보이지도 않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더 기막힌 것은 나의 존재감조차 빼앗아 갔던 일 또한 그 세계지도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이 너무나 사소해집니다. 기가 막힙니다. 그래서 망연히 지도를 봅니다. 정말 한껏 작아지는 순간입니다. 여기서 ‘환멸’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환멸의 끝에서 뭔지 모르지만 뜻하지 않은 주체가, 바로 “먼지만한 내가 한 눈에 세계를 보고 있잖아“라는 주체가 온 것입니다. 갑자기 텅빈 백지 상태에서 내가 우뚝 서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뭐 어때!’라는 말이 튀어나온 것입니다.
뭐 어때! 라는 말은 스스로를 일으키는 보이지 않는 스스로의 밧줄입니다. “입가에 웃음을 지으니/ 세계지도 양쪽이 살짝 들리며/ 날 따라서 웃데” 내 마음이 이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일체유심조입니다.
“물론 그 여자, 한 점으로도 보이지 않겠지만” 이 말의 함의는 이렇게 저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사람이 새롭게 피어납니다. 다시 새롭게 삶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무엇엔가 붙들려 있는 상태를 바꾸자는 의미의 상태 전환이지, 주관으로 세상을 거꾸로 세우자는 것이 절대 아님을 말합니다.
<‘시로 읽는 니체’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오철수시인 지음, 갈무리출판>
*오철수 : 1958년 인천 생. 시를 쓰며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민의>,<아버지의 손>, ,아주 오래된 사랑>,<아름다운 변명>, <조치원역> 등의 시집이 있으며, <시쓰기 워크숍1,2,3권>,<시로 가는 표현>, <풍경을 시로 쓰기>, <현실주의 시창작의 길잡이> 등의 이론서가 있다. 제3회 전태일 문학상 수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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