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52세에 쓴 소설<핏빛 수채물감>에 나오는 말입니다.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는 일은 물론 가능합니다.” 사강은 말합니다. ‘사랑의 다른 방법으로’ 각각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다만 이 경우, 적어도 둘 중 하나에게 더욱 강렬한 사랑을 받아야만 합니다.
애정이 많은 사람은 자신에게, 또 타인에게 충분한 애정을 쏟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가중독을 일으키기 때문이죠. 그리고 때때로 타인은 여러 명이 되기도 합니다.
열애란, 평온한 행복감과는 거리가 멉니다.
사강은 웃으며 연애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면 전화 한 통에 얽매이죠. 전화에 매달리고 절망하고 …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평온함은 다 끝나는 거예요!”
열애란 평온한 행복감과는 거리가 멉니다. 사강은 말합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상대의 감정에 완전한 자신감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이에 대해 마르셀 프루스트가 남긴 좋은 글이 있다며 작가의 문장을 인용합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어도 사랑한다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불쾌함, 안타까움을 느꼈다.”
곁에 있어도 마음이 놓이지 않고 안타깝기에 연애는 불안정하고 모호한 것입니다. 그런 감정의 골을 경쾌하고 예리하게 밝혀내는 것이 사강의 소설입니다.
끝이 보인다는 예감
“두 사람의 관계가 끝이라고 느낄 때는 지루해지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너무 지루해서 몸이 배배 꼬일 지경이 되면 도망치는 게 낫습니다.”
이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사강에게 최악의 사태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식사 시간’ 같은 것이었습니다.
연애에서 지루함이란, 상대가 재미없어지는 일이며 상대에 대한 흥미가 사라지는 일을 의미합니다. 연애나 그 밖의 일들에서도 인생의 지루함을 그냥 두는 사람들을 두고 사강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그야말로 ‘지루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이상적인 결혼
“결국 좋은 배우자란 법률상으로도 이어져 있는 좋은 애인입니다. 남편과 애인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일 같은 집에 살며 같은 침대에서 자면 자극이 없어져서 위험한 ‘지루함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습관에 애착을 느끼는 습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싫은 사람은 결혼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사강은 말합니다.
“이상적인 결혼이란, 아침저녁으로 함께 사는 상대가 누구보다 좋다는 걸 뜻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이야기입니다. 사강은 자기감정을 죽이면서까지 지속하는 관계에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연애건 결혼이건, 감정을 오래 지속하는 비결은 알지 못하고, 알아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합니다.” “저는 지금 마흔세 살이지만 아직 파리에 저를 사랑하는 남자가 두세 명은 있고, 결혼도 한두 번 더 하고 싶어요.”
늙음에 대하여
50대에 접어들면 인간은 이렇게 살기 쉽고, 안정과 안이함을 선택합니다. 이제 와서 상처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게 나이를 먹으면 진정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 사강은 50대에 접어들어서도 안심과 안정이 싫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지루했기 때문입니다.
“ 나이가 드는 건 두렵지 않습니다. 다만 외출을 하더라도 아무도 제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 일이 두렵습니다. 아무도 자신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고 믿는 순간, 사람은 늙습니다.”
연애에 대한 흥미, 호기심, 기대감을 꾸준히 가지고 있는가. 감정에 윤기가 흐르고 있는가. 의식이 말라버린 것이 아닌가. 이것이 나이에 대한 사강의 기준이며, 어쩔 수 없는 사강의 세계관입니다.<'사강의 말에서'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야마구치 마치코 지음,정수윤님 옮김, 해냄출판>
* 프랑수아즈 사강 : 1935년 프랑스 남서부 카자르크에서 태어났다. 2004년, 69세에 병으로 세상을 떠남. 돈에 집착하지 않고,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줘버리는 사강. 그녀는 인기 작가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사회 현상이 되었다. 평생 써 내려간 소설의 테마는 ‘고독’과 ‘사랑’이었다. 굉장한 미인은 아니었지만 만난 적 없는 독자들까지도 그녀의 강한 매력에 이끌렸다. 그녀를 말할 때 ‘지성’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내면에 존재하는 세 가지 목소리
걱정하는 목소리 : 직원 미팅에서 발표해야 된다는 걸 알게 됐어. 눈앞이 캄캄해.
거짓 위안의 목소리 : 다음 주에 하는 거잖아, 맞지? 준비할 시간이 많아, 틀림없이 잘 할 거야.
지혜로운 마음의 목소리 : 불편한 감정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그런 감정들을 예상하고 수용하고 허용하는 일이 더 쉬워. 너그러운 시선으로 관찰하는 쪽으로 옮겨보면 어떨까? 그러면 의심이 여전히 존재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야.
걱정하는 목소리와 거짓위안 사이의 대화는 오래 머물수록 불안이 더 심해지고 지속되게 만든다. 이때 둘 사이의 대화에서 벗어나는 길은 지혜로운 마음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강박장애 전문가인 마이클 그린버그는 걱정하는 목소리와 거짓 위안을 검사와 변호인 사이의 법정 다툼처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걱정하는 목소리는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 모든 위협의 가능성을 확실히 다루고 심지어 과장하는 검사와 같다.
이에 반해 거짓위안은 검사가 퍼붓는 어떤 혐의도 축소하고자 변론한다. 판사와 배심원은 지혜로운 마음의 역할에 해당된다. 지혜로운 마음은 마음의 논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상황을 바라본다.
불안을 일으키는 상상 속 이야기로 인해 ‘만약에 ~하면‘이라는 생각이 증폭되고 자기도 모르게 그런 상상에 반응할 때, 이런 반응을 알아채는 일에서 회복은 시작된다.
치유를 향한 사고방식으로 전환하기
치유를 향한 사고방식으로 전환하기는 예기불안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전환의 세 가지 필수 요소는 ‘예상’하고, ‘수용’하고, ‘허용‘ 한다. 이다
‘예상’은 우리가 두려움이 솟구치거나 상상에 사로잡힐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수용’하는 일은 자신이 예기불안으로 인해 회피하고 싶어질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며, 그런 감정을 후회, 원망, 부끄러움, 분노, 비난하는 마음 없이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허용’하는 것은 행동하기를 지양하고 치유를 위해 내려놓음을 실천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회복을 위한 관점과 사고방식의 전환
관점의 전환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1. 거리를 두고 자신의 정서적 삶을 관찰하는 접근
2. 현재를 소중히 여기는 것
사고방식의 전환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1. 판단하지 않고 자신을 너그럽게 바라보는 자세
2. 기꺼이 임하는 마음 : 불안을 일으키는 경험을 멀리하지 않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태도
3. 치유를 향한 내려놓음
어떠한 거짓 위안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이 불안한 이유를 파고들어서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음 챙김의 자세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섬세하고 주의 깊게 알아차리는 메타인지적 전환이 변화의 전제 조건이지만, 그 자체만으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혐오감이 느껴져’. ‘부끄럽게 느껴져’같이 자신의 감정을 단순히 관찰하는 데 그쳐야 한다. ‘마음 챙김의 자세로’ 생각하고, 곱씹고, 반박하고, ‘묵상하고’, 그 밖에 어떠한 방법으로든 탐색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를 소중하게 여길 것
불안이란 미래에 사는 일이다. 이상한 감각, 두려운 생각, 무서운 기억, 그 가운데 어느 것이나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 사실 누구도 완벽하게 현재의 순간에만 살 수는 없다.
모든 문제는 상상력으로 인해 일어나는 두려운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더 간단히 말하면, 예기불안은 생각이 지나쳐서 생기는 문제다. 그리고 지나친 생각을 더 많이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기꺼이 임하는 마음
이 마음은 불안을 유발하는 사건이나 결정을 피하는 대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태도를 말한다. 이러한 태도는 고통과 불안한 감정이 진짜 위험이 아니며 그런 감정을 통과해 나갈 때 예기 불안에서 회복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이 마음은 몸과 마음이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단기적인 안도감이 아닌 장기적인 이득을 얻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치유를 향한 내려놓음
이것은 불안과의 싸움을 그만두는 것을 의미한다. 치유를 향한 내려놓음은 지혜로운 마음 가까이에 머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태도를 가지면 파국적 사고와 상상 속의 위험에 휘말리지 않으며, 의심이 들 때 이를 사실이나 예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는 일에 전념하기가 더 쉬워진다.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자신의 뇌와 몸을 훈련시키는 경험을 시작하게 해준다.
DANCE :치유를 향한 내려놓음의 다섯 가지 원리
D discern - 파악하기 : 자신의 예기불안이 상상, 기억, 감각, 기분 가운데 무엇과 관련된 것인지 파악한다. 그리고 그것과 자신을 분리한다.
A accept - 수용하기 : 의심과불안의 감정을 기꺼이 수용한다.
N no - 거부하기 : 싸움이나 회피, 안심시키기, 너무 많은 생각을 거부한다.
C commit - 전념하기 : 행동이나 선택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 전념한다.
E embrace - 끌어안기 : 현재를 있는 그대로 끌어안고 그저 시간이 흐르도록 내버려둔다.
춤을 어떻게 추는지에 대한 설명을 읽기만하고 연습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배울 수 없다. 생활 속에서 매일 다섯 가지 원리들을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연습해야 한다.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과 뇌에서 새로운 회로가 생성되는 것을 도와줄 모든 기회를 붙잡고 받아들이는 데 전념해야 한다.
<‘오늘도 망설이다 하루가 다갔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샐리 M. 윈스턴․마틴N.세이프지음, 박이봄님 옮김> * 윈스턴 : 심리학자. 코넬대학교와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불안․ 우울증협회의 초대 의료 이사를 역임. / 세이프 : 심리학자. 강박장애∙․불안장애 전문가 인지행동심리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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