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을
출근했어?
요즘 밥은 잘 먹고
잠은 잘 자는지?
이제 천천히 가을이야
그쪽도 이제 천천히 일어나
가을을 보기 바래
가을을 받아들이고
가을이 되기 바래
그대 마음속 샘물에
철렁 물이 고이기 바래.
- 나태주
화해하려면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
오늘날 정치는 다른 어떤 때보다도 가족 구성원에게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의견 불일치의 소재다. 다른 관계 단절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성인 자녀가 가진 다양한 불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거나 축약한 것이다.
미국의 한 정치과학자는 “부모의 지시를 받으며 부모와 연대하고 있다고 느끼는 자녀가 그렇지 않은 자녀에 비해 부모의 신념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라고 주장한다.
성적 취향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신념 역시 가치관이나 정체성 면에서 미세한 갈등을 빚어낸다. 정치적으로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자녀의 경멸과 분노를 견뎌야 하고, 반대로 자녀가 부모로부터 그런 시선을 받기도 한다.
부모가 어떻게 자신의 생각과 이상을 고수하면서 자녀와 화해할 수 있을까? 결혼생활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부부상담가인 존 고트먼은 “배우자의 결정이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근본 가치에 깊이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하면 결혼생활에서 흔히 발생하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생기는 갈등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모가 성인 자녀와 갈등을 다룰 때도 도움이 된다. 부모와 자녀는 정치적인 차이뿐만 아니라 밑바닥에 숨겨진 다른 불만까지 모두 열어놓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자녀의 의견에 동의를 하지 않더라도 자녀가 부모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왜 그렇게 괴로워하는지 이해하고, 그의 견해에 공감을 표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맞다 틀리다 식의 논쟁에 휘말려서는 안 되며, 어떤 논쟁이든 하지 않는 게 좋다.
상담자 중 빅과 로라 부부는 이런 조언을 염두에 두면서 아들에게 접근했다. ‘아들은 부모의 정치성향뿐만 아니라 자기보다 형을 부모가 늘 편애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털어놓았다.
이들 부부는 자기보다 형을 더 편애했다는 아들의 생각(사실 그렇지 않았다)과 방치되었다고 느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아들을 안심시키거나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대신,
그들은 내 조언을 받아들여서 아들이 어릴 때와 성인일 때 느꼈던 점들에 대해 공감해주었다. 아들 데일은 경계를 풀기 시작했고 화해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라도 정치적인 논쟁은 앞으로 피하기로 하였다.
부모의 검증되지 않은 편견과 즉흥적인 의견, 그리고 강한 어조의 견해로 인해 자녀나 자녀와의 관계를 해칠 수 있다. 물론 마찬가지로 자녀도 부모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자녀와 친밀한 관계를 갖는 것이 목표라면, 잠시라도 우리는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아야 하고 그들의 입장이 되어서 살아야 하며 그들이 실존하듯 존재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혼은 변화하는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맞추어 가기 위한 지속적인 리듬을 필요로 한다. 성인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변화한다. 그리고 우리도 변화한다. 우리가 그들에게서 마땅치 않은 부분이 있듯이 그들도 그러하다.
부모는 자신의 사랑과 지지가 관계를 맺기 위한 등대 불빛처럼 자녀를 안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부모와 성인 자녀의 관계 영역에서는, 친밀함을 늘리고 상처는 줄이기 위해 소통하는 길을 밝혀주고, 자녀와 부모 모두 인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
<‘자녀는 왜 부모를 거부하는가’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조슈아 콜먼지음, 정보경님 옮김, 리스컴출판> * 조슈아 콜먼 박사 : 가족관계, 부부관계, 자녀양육 분야의 전문가로 유명하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라이트심리학대학원, 샌프란시스코 심리치료연구소의 임상교수로 활동했으며,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인 진료상담을 하면서 현대가족위원회 선임연구원을 겸임하고 있다. <부모가 상처를 받았을 때>, <결혼, 불완전한 조화 속에서 행복 찾기>,<남성이 육아와 가사를 더 많이 하게 하는 방법> 등의 저서가 있다.
사드 후작의 글쓰기 방식
사드에 있어서의 글쓰기는 진지합니다. “~ 내가 말을 건네는 대상은 여러분의 감수성도 마음도 아닌, 여러분의 이성, 오직 이성입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하나의 근본적인 진실, 악덕이 늘 보상을 받고 미덕은 늘 벌을 받는다는 진실을 증명하고 싶어서요,”
사드의 <쥐스턴과 쥘리에트>에서, 쥘리에트가 자신의 친구들 중 한 여성, 이미 상당히 타락했지만 아직 타락하지 않은 한 여성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쥘리에트는 이 친구에게 마지막 가르침, 곧 타락의 마지막 관문을 넘어서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합니다.
“우선 보름동안 음탕한 짓을 하지 말아 봐요. 즐거운 일도 하고 재미있는 일도 하지만, 여하튼 보름이 될 때까지는 음탕한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아 봐요. 그리고 보름이 지나면 혼자 자 봐요. 조용하게, 침묵 속에서, 그리고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말이에요.
그리고 이제 당신이 이 보름 동안 물리쳤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 봐요. 그 다음엔, 점차로 강도를 높여 가면서, 당신의 상상력에 다양한 종류의 일탈 행위들을 허락하는 자유를 주세요. 이런 상상력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연속적으로 자세하게 그려 봐요.
이 세상 전체가 당신의 것이고, 모든 존재들을 당신 마음대로 바꾸고 잘라내고 뒤엎을 수 있는 권리가 당신에게 있다고 믿어 봐요. 어떤 것도 억제하지 말고요. 그게 누구든 전혀 신경 쓰지 말고요. 스스로를 어떤 구속도 어떤 속박도 없는 상태가 되도록 해 봐요.
서두르지 말아야 해요. 당신의 손이 관능적 욕구가 아닌 온전히 당신의 머리를 따르도록 해 봐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은 당신 앞을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들 중 어떤 하나가 강력하게 당신을 흥분시킨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될 거예요.
광적인 흥분이 당신의 감각을 사로잡고, 이미 절정에 다다른 당신은 ‘음탕한 년’처럼 오르가즘을 느끼게 될 거예요. 일단 이렇게 되면, 촛불을 켜고 당신이 불태웠던 일탈을, 빼놓지 않도록 유의 하면서 탁자 위에서 세세히 옮겨 적어 봐요.
그리고 이 일을 하다가 잠드는 거예요. 다음날 일어나서 그 글을 다시 읽어 봐요. 그리고 당신의 정액을 흘리게 만든 그 생각에 대해 약간은 무감각해진 당신의 상상력을 다시 자극시킬 수 있는 모든 걸 덧붙여 보면서, 당신의 작업을 다시 시작 해봐요.
이제 생각을 구체화해 보면서, 머리가 이끄는 대로 여러 에피소드를 마음대로 덧붙여 봐요. 일단 직접 해보면, 당신은 어떤 방식이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거리두기의 방식인지를 알게 될 거에요.“
이 텍스터의 관건은 자위를 하는 하나의 전형적인 절차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첫 번째 희열을 느끼고, 글을 쓰고, 잠이 들고 그리고 그것을 다시 읽고, 상상력을 새롭게 발동시키고, 글쓰기를 통해, 마치 요리법과 같은 방식을 따라, 세련되게 만들어 봅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당신의 감각이나 상상력 혹은 마음을 향해서가 아니라, 오직 당신의 머리를 향해서 말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당신을 설득하기 위해서입니다.”
글쓰기는 보편적 합리성의 도구가 전혀 아니며, 개인적 몽상revorie의 도구,보조물, 순수하고도 단순한 수단으로 드러납니다.
글쓰기는 에로틱한 꿈을 성적 실천과 이어 주는 하나의 특정한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 텍스트는 각자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말로서 이것이 순수하게 개인적인 방식의 문제라는 것을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따라서 몽환fantasmagorie의 구축, 성적 실천의 구축 안에 존재하는 하나의 단계, 몽상으로부터 실행으로 나아가는 순수하고도 단순한 하나의 단계입니다.
<‘거대한 낯섦-문학에 대하여’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미셀 푸코 지음, 허경님 옮김, 그린비 출판> * 미셀 푸코 : 1926 프랑스푸아티에에서 태어났다. 파리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박사학위 논문인 <광기의 역사>로 학자의 인생을 시작했다. <말과 사물>로 대대적 명성을 떨치게 된다. 1970년부터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를 역임했다. 반독재 투쟁과 68혁명을 목도한 뒤부터는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했다. <광기의 역사>,<임상의학의 탄생>,<말과 사물>,<레몽 루셀>,<담론의 질서>, <감시와 처벌>등의 저서가 있다.
**사드 후작(1740-1814), 프로방스 지방에서 명성 있는 귀족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로 태어났다.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백작이었다. 직업 : 군인, 작가, 소설가, 철학가, 정치인. 본명 : 도나시앵 알퐁스 프랑수아 사드, 신분은 귀족이며 종교는 무신론, 사드 후작은 방탕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 작가, 사상가이다.
푸코에 따르면, 우리가 사드를 독해할 때 피해야만 할 잘못된 방식은 사드의 사유는 ‘진실에 맞추어 욕망을 다시금 정돈하려는’ 프로이트적 사유의 대척점에 위치하는 것이다.
사드의 담론은 ‘이제까지 내가 죄책감을 갖고 해왔던 것을 이제 나는 어떤 죄의식도 없이 행복하게 행한다’라는 형식을 갖는 마르쿠제의 담론과도 다르다. 사드에 있어서의 욕망과 진실의 관계는 ‘연이어 일어나는 범죄와 영원한 무질서 안에서만’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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