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네 얼굴 보면
마음이 조금 밝아지고
네 음성 들으면
마음 조금 더 맑아지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이냐
너는 멀리에 있어
얼굴도 볼 수 없고
목소리도 들을 수 없으니
그냥 여기, 나
한 개 돌멩이나 되련다.
- 나태주
카리나에게!
너와 네 오빠의 자기중심적이고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난 지쳐버렸다. 지난 3년 동안 전화 한 번도 없고, 너나 손주들을 보러 오라고 불러주지도 않으니 내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겠구나. 그런데 넌 네 어린 시절이 힘들었다는 얘기를 하는 거니? 아이고, 내 어린 시절에 비하면 네 어린 시절은 소꿉놀이였단다.
넌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적이 없어. 내가 참가하는 운동경기며 학예회에 난 빠짐없이 참석했는데, 이제 와서 엄마와의 관계가 얼마나 스트레스였고 네 결혼생활에 얼마나 악영향을 주었는지 모르겠다는 소리나 듣게 되다니 … . 말도 안 돼. 네 상담사가 뭐라 했는지 모르겠지만, 상담사가 네게 제안한 것이 이 방법이라면 좋은 조언을 한 것 같지 않구나. - 엄마가.
대부분의 자녀 양육은 처음에는 좋은 결정인 것 같아도 나중에는 어리석거나 이기적이거나 해로운 결과로 나타나는 등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부모에게는 이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
하지만 상처를 주는 부모를 직접 대면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카리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녀의 엄마는 양육하는 과정에서 주었던 상처들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 태도가 엄마의 죄책감에서 비롯되었는지 아니면 정말 별다른 생각이 없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카리나는 특히 청소년 시기에 엄마가 끊임없이 질책하고 상처를 주었던 수많은 시간들이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카리나가 성인이 된 후에도 일상생활 속에서 초조함과 불안감의 모습으로 표출되었다. 레셀 뱅크스의 소설<고통>의 클라이맥스에서 학대받던 주인공 아들이 아버지를 죽일 의도로 불을 지른다.
그때 불길 속에서 아버지가 죽기 전에 일어나는 모습은 공포스러울 정도로 큰 힘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이 장면을 통해 자녀가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계속 부모의 지배를 받는 심리 세계를 보여준다. 아들은 아버지를 죽임으로써 아버지로부터 겪은 내재화된 고통이 완전히 끝났음을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관계의 단절은 성인 자녀에게는 계속되는 부모의 구속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려는 시도와 같다. 단절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주도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부모와 관계를 끝내는 것이라고 많은 성인 자녀들이 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화해를 하더라도, 자녀 입장에서는 화해하는 것이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는 판단이 선다면 언제든지 다시 소원해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부모와 관계 단절을 겪고 있는 많은 성인 자녀들은 자신이 부모에게 공감하면 자신들의 목소리가 사라질까 봐 걱정한다. 관계 단절이 얼마나 부모를 가슴 아프게 하는지 한번 이해하고 나면 죄책감을 느끼게 될까 봐 걱정하기도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원해서가 아니라 단지 죄책감 때문에 화해하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다시 부모와 만나기로 동의하면 과거에 상처를 주었던 부모의 행동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부모의 권위에 맞서야 할 때조차도 부모에게 느끼는 죄책감으로 인해 스스로 주저앉게 되지 않을까 염려한다. 카리나는 엄마를 용서할 만한 그릇을 가진 사람이었다. 물론 그녀의 엄마가 성실하게 변화를 시도한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카리나는 엄마에게 애처로움을 느꼈고, 관계 단절에 대해서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서로 감정적으로 손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카리나가 성실하게 상담에 임하겠다며 나에게 연락을 주었기 때문에 나는 가족 상담을 몇 번 해보고자 제안했다. 그리고 화해의 조건으로 엄마에게 여태껏 준 상처에 대한 책임을 요구해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또한 가족 상담을 받기로 했다고 해서 반드시 만남 이상으로 관계를 다시 지속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덧붙여, 상담 이후 과정으로 추가적인 만남이 필요하다면 그에 따른 지침 또한 새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리나의 엄마는 혼란스럽고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라났다. 가끔 그녀의 아버지는 아무 이유 없이 그녀를 때리며 “이렇게 맞아야 그딴 생각을 안 하지.”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로도 그녀의 아버지는 망상형 조현병으로 진단을 받고 42세를 끝으로 자살할 때까지 끊임없이 정신병원을 들락날락했다고 한다.
타라 웨스트오버는 <배움의 발견>이라는 회고록에서 엄마가 그녀를 방치했다는 것을 인정하게 하는 힘에 대해 설명한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이것이다. 잘하려고 했지만 결국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엄마가 말했을 때, 그때 그녀는 처음으로 내게 엄마가 되었다.”
이처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은 대부분의 부모들에게 어렵다. “그래, 내가 잘못했다. 내가 너에게 상처를 주고 실망시켰구나.”라고 말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우선 부모가 첫발을 내디뎌야 한다. 자녀에게 관계 단절이 필요했던 이유에 대해 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리고 관계 단절이 가져온 고통, 슬픔, 죄책감을 참아내야 한다.
거대한 진실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것에라도 공감하고, 비춰보고, 찾아봐야 한다. 이때 부모가 자기방어를 하거나, 이유를 설명하거나, 합리화하거나, 자녀를 비난하거나, 누구든 비난하는 것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 상담사의 역할이다.
화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부모에게 요구하는 것들
• 자녀의 부정적인 성향이나 불평, 비판, 거절 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
• 자녀의 가치관을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동의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
• 자녀가 부모와 분리되어 자신만의 삶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능력. 따라서, 자녀가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것.
• 어느 정도 자기반성을 할 수 있는 능력
•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유발하지 않고 비판적이지 않는 방법으로 서로의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능력
• 자신의 어린 시절에 겪은 고통이나 삶의 상처, 실망들로부터 충분히 거리를 둘 수 잇는 능력
자녀에게 요구되는 것들
• 부모에게 눈치를 보지 않고 불만을 말하거나 느낀 점을 알려줄 수 있는 능력
• 부모인 동시에 한 인간으로서 부모의 한계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 부모와의 관계에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부모와 가깝게 지낼 수 잇는 능력 . 이를 위해서는 부모의 바람에 지나치게 영향받지 않으면서 부모의 생각이나 감정, 필요를 알아챌 수 있는 역량이 필요.
• 어느 정도 자기반성을 할 수 있는 능력
• 자녀가 원하거나 필요한 것을 제공해줄 수 없는 것은 부모의 결핍 때문이지, 부모가 자녀에게 고통을 주고 싶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
<‘자녀는 왜 부모를 거부하는가’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조슈아 콜먼지음, 정보경님 옮김, 리스컴출판> * 조슈아 콜먼 박사 : 가족관계, 부부관계, 자녀양육 분야의 전문가로 유명하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라이트심리학대학원, 샌프란시스코 심리치료연구소의 임상교수로 활동했으며,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인 진료상담을 하면서 현대가족위원회 선임연구원을 겸임하고 있다. <부모가 상처를 받았을 때>, <결혼, 불완전한 조화 속에서 행복 찾기>,<남성이 육아와 가사를 더 많이 하게 하는 방법> 등의 저서가 있다.
* 본 블로그에서 '해로운 가족', '다툼과 사과', '상처받은 사람들'을 추가로 조회해보시면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 회고
잘사는 인생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인생
하지만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
제멋대로 아무렇게나 되는 것은 없는 것
무언가 소중한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을 때만 가능하다
나로서 우선은 자동차 갖기
좋은 집에서 살기
좋은 음식 먹기
좋은 옷 입기를 포기하고
남 앞에서 떵떵거리며 잘난 체하기 같은 것들도 포기해야 했다
그런 다음에야 내가 갖고 싶은 것들을 가질 수 있었다
조용히 혼자 앉아서 구름 보며 생각하기
아내와 손잡고 동네 골목길 산책하기
종이에 연필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음악 듣기
여름날 삼베옷 입고 모자 쓰고 가방 메고 자전거 타고
공주 제민천 길 달리기
그늘이 그리운 날 루치아의 뜰 찻집에 들러 홍차 마시기
햇빛이 그리운 날 눈썹달 찻집에 들러 커피 라떼 서서 마시기
가끔은 아이맘 사진관에 들러 사진 인화하기
공주 거리의 조그만 갤러리에 그림 구경하러 다니기
어렵게 얻은 자발적 고독
그렇게 사는 것만이 정말로 내가 잘 사는 인생이었다.
- 나태주
새장 속 앵무새가 다리는 하늘을 향했고 몸은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사냥꾼은 죽은 앵무새를 새장에서 꺼내 장작더미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앵무새는 숲으로 날아갔다.
사냥꾼은 놀라 말했다. “뭐야? 난 네가 죽은 줄 알았어. 나를 속였구나!” “친구가 제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그 친구는 새장에서 벗어나려면 살아 있으면서 죽어야 한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준 거예요.”
이 세상이 전부 새장이라는 걸 당신은 알고 있는가? 그렇다면 새장을 어떻게 하면 빠져 나와야할까? 이야기 속 앵무새처럼 살아있는 동시에 죽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러니 먼저 경험해도 괜찮지 않을까?
몸을 떠나 죽은 자신의 모습을 보되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마치 꿈을 꾼 것처럼 이런 모습들을 돌아보는 순간, 형상이 없는 다차원적인 존재를 경험하는 순간 그 동안 매달려왔던 모든 일이 환상이었음을 알게 된다.
고통은 육신이 쇠락해지는 데서 비롯되므로 형상을 벗어나면 고통이 줄어든다. 우리는 몸이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있으며 그런 경험을 실제로 했다. 삶을 돌아보며 얼마나 어리석게 집착했는지 알았다.
이 세상에 있는 동안, 살아 있는 동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멀어지려고 노력하라. 필요한 건 이미 전부 가지고 있다. 그런 필요를 좇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을 때 엄청난 만족감을 느끼며 깜짝 놀랄 것이다.
명상을 훈련하고 높은 정신세계에 이르면 자신의 죽음을 경험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자신의 죽음이 어떤 모습인지 보고 느낄 수 있다.
즉 뭔가를 가져야 한다거나 그것이 나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간도 육신도 사라지고 세상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죽음의 관점에서 볼 때는 어리석기 그지없다.
어느 철학자의 이야기다. 사람들이 철학자에게로 와서 신이 있는지, 사후세계를 믿는지 물었다. 철하자가 말했다. “저는 사후 세계를 믿지 않아요. 하지만 생각은 결코 죽일 수 없다는 걸 알죠. 그 무엇도 정신은 죽일 수 없어요. 정신은 영원하고 우주가 영원하듯 사람도 영원합니다.”
모든 고통은 육신이 쇠락하는 데서 나온다. 그러나 생각에는 고통이 따르지 않는다. 삶을 돌아보는 새로운 관점, 즉 우리의 인간성 또는 신성은 소유물에 있는 게 아님을 기억하라.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들어 있다.
<‘마음의 연금술’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웨인 다이어 지음, 도지영님옮김, 비즈니스북스 출판> * 웨인 다이어 :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심리학자다. 1940년 미국 미시간주에 태어났다. 뉴욕 세인트존스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하며 강연, 집필 활동을 펼쳤다. <행복한 이기주의자>를 펴내 ‘동기부여의 아버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높은 명성을 얻었다. <인생의 태도>, 오래된 나를 떠나라> 등 40여권의 책을 펴냈으며 2015년 세상을 떠났다.
키스
눈을 뜨고
내 눈을 좀 보아라
싫어요
눈을 감고도
다 보는 걸요.
-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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