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실행! “점심은 직접 차려 드세요!”
그날 이후의 점심 풍경
“내일부터 점심은 본인이 직접 차려 먹고 설거지도 하세요.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해요, 가르쳐 줄 테니. 요리는 마음만 먹으면 금방 배울 수 있으니까”라고 명령한 것은 아저씨가 은퇴한 첫날이었다. 그로부터 6년. 어느 날의 우리 집 점심 풍경이다. 오전 11시 45분. 아저씨는 작은 냄비를 꺼내 계량컵으로 정확히 물 분량을 잰다. 눈대중으로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냄비를 가스레인지에 올리더니 냉장고에서 양배추를 꺼낸다. 건더기로 채소를 꼭 넣으라는 내 가르침을 잘 지킨다.
“오~ 냄새 죽이는데!” 아저씨는 기쁨의 감탄사를 연발하며 수저를 든다. 정확히 정오를 30분쯤 지난 시각. 약간 늦게 나의 건어물정식이 완성된다. 한 식탁에 마주앉아 각자 자신이 준비한 점심을 먹는다. “저기 공원 앞에 공터가 있지? 거기에 또 아파트가 들어설 모양이야.” “이 근처도 인구가 점점 늘어나네.” 이렇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는다. 다 먹으면 아저씨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고무장갑을 끼고 인스턴트 라면을 만들기 위해 썼던 작은 냄비, 채, 대접 등을 씻는다. 이어서 내 차례가 오면 밥그릇과 접시 등을 씻는다. 우리 집의 ‘점심은 직접 차려 먹고 설거지도 한다’는 규칙이 확실히 정착했다.
무관심한 남편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방법!
칭찬으로 키운다
무슨 일이든 익숙해진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아저씨는 일주일쯤 지나자 설거지하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다. “이제는 능숙하네요. 바쁜 아침에는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아낌없이 칭찬했다. 바로바로 감사의 말을 건넸다
부부만의 단출한 생활은 불화의 화근!
가정의 평화를 위해 외출을!
부부끼리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을 줄이려면 뭐니 뭐니 해도 외출이 최고! 그것도 정기적인 외출이라면 금상첨화다. 이런 선택을 한 아내도 있다. 치히로 씨는 전업주부였다. 작년에 은퇴한 60세의 남편은 원예나 경작이 취미. 좁은 마당의 텃밭을 일궈서 한쪽에는 채소를, 다른 한쪽에는 꽃을 심고 만족스럽게 바라본다. 대부분 마당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그래도 온종일 집안에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므로 부부가 끊임없이 얼굴을 마주한다. 전업주부이기에 아침에 남편과 아이들이 나가면 혼자 해방감을 만끽했던 치히로 씨. 집에만 붙어 있는 남편 때문에 그녀가 느끼는 음울한 기분은 상상 이상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더 이상 일할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취미활동 없는 남편을 의욕적으로 만드는 필살법!
취미활동 없이 못 견디는 은퇴 후 생활
은퇴한 뒤 남편들이 남아돌 만큼 손에 쥐는 것은 돈이 아니라(드물게 그런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자유로운 시간이다. 물론 자유를 만끽하면서 무위도식하는 길을 선택해도 좋다. 온종일 텔레비전 앞에서 뒹굴뒹굴하며 한가롭게 세월을 보내는 것도 본인의 자유다. 하지만 건강한데도 빈둥거리면서 허송세월하는 남편을 곱게 봐줄 아내가 과연 있을까. 대개의 아내는 적당한 시기를 봐서 남편에게 “슬슬 뭔가 시작해 보지 그래요?”라며 밖으로 나가기를 권한다. 남편 자신도 무료한 생활에 염증을 느껴서 변화에 대한 호기심이 차츰 고개를 들므로 대개는 아내의 말에 수긍한다. 대략 은퇴하고 2, 3개월쯤부터다.
그때부터가 중요하다. 남편에게 외부로 나가서 즐기는 취미활동을 적극 추천하자. 남편이 집에서 통신 강좌를 듣고자 한다면 물론 그것도 응원하라. 아울러 “그것과는 별개로 사회복지관의 강좌도 괜찮잖아요”라며 집 밖에서 하는 활동을 적극 추천하자. 은퇴한 남편에게 부족하기 쉬운 것은 외부세계의 자극이기 때문이다.
두 달에 한 번은 단둘이 외출하라!
함께 놀 시간을 만들어라
은퇴한 뒤에 부부가 평온하게 지내는 비결은 얼굴 맞대고 찰싹 붙어 있지 않는 것이다. 그러려면 누차 이야기했다시피 각자 다른 취미활동을 갖고 가급적 따로 외출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체험에서 얻은 지론이다. 그러나 항상 따로따로 시간을 보내면 머지않아 마음까지 엇갈리고 만다. 따로 보내기도 하고 함께하는 시간도 갖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때로는 부부로서의 친목을 다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바로 공동의 놀이 시간이다. 함께 배우는 시간도 좋지만, 친목을 다지기에는 역시 놀이 계통의 취미활동이 훨씬 편하고 좋은 것 같다. 우리 집에서는 둘이서 영화를 보러 간다. 저녁식사 때 신문이나 잡지에서 화제가 된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 주에 보러갈까?” “그래, 가자!” 하는 식이다.
병이 났을 때일수록 위로가 부족하지 않게!
위로가 부족하면 후환이 두렵다
누구나 컨디션이 나빠서 병이 났을 때는 불안하다. 그런 때일수록 배려하고 위로해 주길 바란다.
공격만 하지 말고 칭찬도 아낌없이!
칭찬은 면전에서 후하게 하라
나는 아저씨에게 무엇을 해달라는 말도 곧잘 하지만,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다 늙은 남편을 칭찬한다고?” 하며 의아해 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좋은 부분’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면 하루에 두 가지 정도는 눈에 띄기 마련이다. 가령 한 대분밖에 비어 있지 않은 슈퍼마켓 주차장. 아저씨가 쓱쓱 후진해서 들어간다. “우와, 잘한다! 나라면 20분은 걸릴걸.” 아저씨가 텔레비전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의 노래에 맞춰 노래한다. “어머, 아저씨 실력이 백배는 나은데! 춤 잘 추지, 노래 잘하지. 실버 호스트 클럽이란 것이 생겨서 호스트를 모집하면 꼭 응모해요.” 한 건도 발견 못한 날은 “아저씨는 어깨 결림도 없고, 건강해서 정말 든든해”라고 칭찬한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일을!
취미활동을 직업으로 만들자
“꿈을 향해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이루어집니다!”라고 말하며 만면에 온화한 미소를 지은 사람은 야리타 마사카즈 씨이다. 야리타 씨는 2005년 봄에 은퇴하고 3개월 후에 메밀국수 집을 열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원래 메밀국수와 우동 뽑는 것이 취미활동이었다. 휴일에는 친구들을 불러 직접 뽑은 메밀국수를 대접했는데, 친구들의 “맛있다, 정말 끝내줘!”라는 칭찬이 조금씩 자신감을 키워주었다. ‘은퇴 후에 내가 뽑은 메밀국수를 먹으러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면 가슴이 벅찰 거야. 가게를 해볼까?’
무신경한 남편으로 만들지 말라!
은퇴 후 리모델링으로 산뜻한 생활을 하자
잡동사니가 곳곳에 흩어져 있고, 벽지가 벗겨지거나 떨어져 나간 너저분한 집에서 살면 정신 상태도 해이해져 나태해지기 쉽다. 남편의 은퇴를 계기로 집도 점검해 보기 바란다. 개축, 리모델링, 혹은 이사 등이다. 남편의 은퇴와 동시에 같은 장소에 개축을 한 A 씨의 말이다. “아이들은 독립하고 부부끼리 단출하게 삽니다. 이제 넓은 집은 필요 없으니 관리하기 쉬운 작고 아담한 집에 살자고 남편과 의논했습니다. 건축업자들과 교섭하는 것도, 서류 수속도 두 내외가 기운 있을 때 해야겠다 싶어서 말 나온 김에 해치웠습니다.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방범과 거실의 채광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날씨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잖아요.” 또 어떤 부부는 어머니를 간호했던 경험을 거울 삼아 차 없이는 병원 가기 불편했던 집을 처분하고 시내의 맨션으로 이사했다. 병원과도 가깝고,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도록 문턱이 없어 노부부가 살기에도 편했다.
유사시에 대비해 통장을 가져라!
자기 명의의 통장을 갖고 있는가
친구의 남편은 내년에 은퇴를 맞는다 .이 연배치고는 드물게 남편과 금실이 좋다. 진즉에 알았지만 그녀는 자기 명의의 통장을 갖고 있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도 오래 했으면서 여태 네 이름으로 된 통장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돼? 겁주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은퇴한 뒤 남편과 죽는 날까지 금실이 좋으리란 보장은 없다. 지금까지는 남편이 돈 가지고 쫀쫀하게 굴지 않았더라도 퇴직하고 연금이 만기지급되기 전까지 “앞으로 통장은 내가 관리할게”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비상금마저 없으면 앞으로 얼마나 구차하고 치사할지 생각해 보았는가. “남편이 은퇴하더라도 행여 아르바이트 관둘 생각 마. 한 치 앞도 모르는 거니까. 일할 수 있는 동안은 일해서 조금이나마 통장 잔고를 늘려둬. 앞으로 일어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서.”....--- 오가와 유리 지음, 나무생각 출판내용 일부 발췌 및 요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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