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맛비에 정자에 걸터앉아 친한 벗을 생각하며 읊조리고 싶은 글귀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처마엔 빗물 쓸쓸히 떨어지고
향로엔 가느다랗게 향기 풍기는데
지금 친구 두엇과 함께 소매 걷고
맨발로 방석에 기대앉아서 하얀 연꽃 옆에서
참외를 쪼개 먹으며 번우한 생각들을 씻고 있네.
이런 때 우리 벗이 없어서는 안 될 테지.
자네 집 사자 같은 늙은 아내가 반드시 고함을 지르면서
자네 얼굴을 고양이 면상으로 만들 테지만,
늙었다고 해서 두려워하거나 움츠려 들어서는
아니 될 것이야.
종에게 우산을 가지고 대기하도록 해 놓았으니 가랑비쯤이야
족히 피할 수 있으리. 빨리 빨리 오시게나.
모이고 흩어짐이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니,
이런 모임이 어찌 자주 있겠는가.
흩어진 뒤에는 후회해도 돌이킬 수 있겠는가!
與李汝仁 戊申七月
簷雨蕭蕭 爐香細細, 方與二三子袒跣隱囊 雪藕剖瓜 以滌煩慮.
時不可無吾汝仁也 君家老獅必吼 今君作猫面郞 毋爲老瓌畏縮狀
門者持傘 足以避霂霢 亟來亟來, 聚散不常 此會安可數數 後 雖悔不可追
<跋文>
위 글은 1608.7. 교산 허균이 친구인 이재영에게 술 한 잔 하러 오라고 보낸 편지이다.
'취미2 > 한시 및 고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명조식! (0) | 2011.01.18 |
---|---|
이태백과 두보가 만나다! (0) | 2010.08.02 |
혜원작품 감상!! (0) | 2010.03.30 |
맹자의 대장부 문구를 음미하며... (0) | 2010.01.12 |
이해인 - 송년의 시 (0) | 2009.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