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2/한시 및 고전

이태백과 두보가 만나다!

[중산] 2010. 8. 2. 18:06

  

44세의 이백과 33세의 두보(杜甫)는 11살 차이로 낙양에서 천보 3년 5월에 처음 만났다. 두보는 사회적으로 제법 문명(文名)이 났지만, 24세 때 진사에 낙제한 이후 고민에 빠져 누군가 마음 맞는 사람을 찾아 속을 털어놓고 싶어 했을 때 한림 대조 이태백이 은전을 하사받고 귀향하는 길에 낙양을 지나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태백이 낙양 주가(酒家)에 도착했을 때 연회는 막 시작되어 두보는 각건을 쓰고 갈복을 입어 완연한 은사 차림으로 상석에 앉아 있는 이백을 보니 과연 사람들의 말대로 얼굴이 훤하고 정신이 상쾌하며 두 눈은 굶주린 호랑이 눈 같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미간에 비통의 주름이 은은히 잡혀 있고, 표정에도 쓸쓸함이 스며 있었다.

이백은 말석에 쭈그리고 앉아 자기에게 자주 경모의 눈빛을 보내며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사람을 발견하였다. 주인이 술을 권할 때 늘 그를 빠뜨렸으나 그는 오히려 태연자약함을 보았다. 만좌에 앉은 사람 가운데 그만이 얼굴이 말랐고 차림이 소박했지만 시원스럽고 준수하며 속기를 벗어난 느낌을 준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이백은 옆에 앉은 사람에게 그의 이름을 물었다.두이(杜二)라고 내뱉었다.

 

이에 이백은 몸을 일으켜 술병을 쥐고 “오기만 하고 가지 않으니 예가 아니오!”라고 말하며 여러 사람의 술잔에 가득 부은 다음 “꽃을 얻어 부처님께 바치고 싶소.”했다. 바로 이어서 두보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반드시 정상에 올라 뭇 산 작음을 보리라’의 작자 두자미(杜子美)에게 한 잔 바칩니다.”라고 말하였다. 며칠을 이어 두보는 매일 이백과 짝하였다. 이백의 장안 견문을 듣고 또 시와 문장을 담론하였다. 그는 이백에게서 ‘주중팔선’의 모임을 듣고 또 그의 가행(歌行)의 영향을 받아 「음중팔선가(陰中八仙歌)」를 짓고 이백에게 가르침을 청하였다. 이백이 보고 말하였다. “아우의 이 시는 여덟 사람을 살아 있는 듯이 그리면서 한 사람에 두세 구만 썼으니 정말 어려운 일이오. 고개지(顧愷之)의 그림 같소이다!” 두보가 서둘러 말하기를, “칭찬이 지나치십니다. 저는 이 시를 핑계로 형께 배우려는 것뿐입니다. 형의 발꿈치라도 따를 만합니까?” 이백은 고개를 크게 저으며 손을 들어올려 두보의 어깨를 한 번 치고 큰소리로 말하였다. “이태백, 두자미 각각의 작품이 만만년을 누리리라!” 그런 다음 소리내어 크게 웃었다. 두보도 따라서 마음을 크게 여니 여러 날 쌓인 울적함이 깨끗이 씻겨 나갔다. 두 사람은 가을이 지난 뒤 양원에서 다시 만나 함께 도를 찾고 신선이 되기로 약속하였다.

 

知章騎馬似乘船 眼花落井水低眠 汝陽三斗始朝天 道逢麴車口流涎

취한 하지장(賀知章)은 말을 탄 것이 배를 탄 것처럼 흔들리고

눈이 몽롱하여 우물바닥에 떨어져서도 자고

여양왕술을 서말이나 마시고야 조정에 나아갔으며

길에서 누룩차를 보면 입에 침이 흐르고

恨不移逢向酒泉 左相日興費萬錢 飮如長鯨吸百川

주천(酒泉)의 왕으로 봉해지지 않은 것을 한하고...

좌상 이적지(李適之)하루 주연에 만금을 썼고

마시기를 큰고래가 수많은 강물을 마시는듯하고

 

銜盃樂聖稱世賢 宗之瀟灑美少年 擧觴白眼望靑天

술잔물고 성인의 도를 즐기며 세상의 현인이라 한다네

최종지(崔宗之)는 맑고 깨끗한 미소년....

잔들고 청천(靑天)을 바라보며 세상을 백안시(白眼視)하며

皎如玉樹臨風前 蘇晉長齋繡佛前 醉中往往愛逃禪

희고 맑은 모습 바람 앞에 옥(玉)나무같네

소진(蘇晉)은 수놓은 불상 앞에서 오랫동안 재계(齋戒)하면서도

왕왕 취하여 선(禪)으로 도주하는 것을 좋아 했네

 

李白一斗詩百篇 長安市上酒家眠 天子呼來不上船 自稱臣是酒中仙

이백(李白)한 말술에 시(詩)가 백편이 나오고

장안(長安) 거리의 술집에서 잠을 잤으며

천자가 불러도 배에 오르지 못하고

자칭 주중선(酒中仙)이라 했네...

張旭三盃草聖傳 脫帽露頂王公前 揮毫落紙如雲煙

장욱(張旭)은 삼배(三盃)를 해야 붓을 든 초서(草書)의 성인이라 전해지는데

술에 취하면 예를 잃어 왕공 앞에서도 모자를 벗고 정수리를 보였네..

붓을 휘두르면 종이에 구름이 일듯 꿈틀꿈틀 글씨가 쓰여졌다네

焦遂五斗方卓然 高談雄辯驚四筵

초수(焦遂)닷말 술에 말소리 또렷해지고

고담웅변으로 좌중을 놀라게 한다. 「음중팔선가(陰中八仙歌)」

 

당서(唐書) “이백전(李白傳)에 이백(李白), 하지장(賀知章), 이적지(李適之), 여양왕(汝陽王) 진(璡), 최종지(崔宗之) 소진(蘇晉), 장욱(張旭), 초수(焦遂)의 여덟 사람을 주중팔선(酒中八仙)이라한다”라고 했다.

이 사람들은 비슷한 시기의 사람이기는 하나 여덟 사람이 함께 교유하지는 않았다.

이 시는 모두다 사실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 술꾼들은 술에 대한 태도가 항상 같았다는데서 좋게 보면 개성있고 절조를 지킨 것이고 요즘 시각으로 보면 거의 폐인에 가깝다.

 

한편 참고적으로 48세에 술로 건강을 해쳐 술의 심오한 뜻을 전달하고 타계하신 조지훈 시인님의 주도유단을 보면 다음과 같다.

“술을 마시면 누구나 다 기고만장하여 영웅호걸이 되고 偉人 賢士도 안중에 없는 법이다. 그래서, 주정만 하면 다 주정이 되는 줄 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주정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酒歷을 당장 알아낼 수 있다. 주정도 교양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다 교양이 높은 것이 아니듯이 많이 마시고 많이 떠드는 것만으로 酒格은 높아지지 않는다. 酒道에도 엄연히 段이 있다는 말이다.

 

첫째, 술을 마신 연륜이 문제요, 둘째 같이 술을 마신 친구가 문제요, 셋째는 마신 기회가 문제며, 넷째 술을 마신 동기, 다섯째 술 버릇,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그 段의 높이가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음주에는 무릇 열여덟의 계단이 있다.

 

1. 불주(不酒):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9급).

2 외주(畏酒):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3 민주(憫酒):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4 은주(隱酒):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 상주(商酒):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6. 색주(色酒):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7. 수주(睡酒):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8. 반주(飯酒):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

 

9. 학주(學酒): 술의 진경眞境을 배우는 사람: 酒卒(초급).

 

10. 애주(愛酒):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 酒徒.(1단)

 

11. 기주(嗜酒):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 酒客.(2단)

 

12. 탐주(耽酒): 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 酒豪.(3단)

 

13. 폭주(暴酒): 주도酒道를 수련하는 사람: 酒狂.(4단)

 

14. 장주(長酒): 주도 삼매에 든 사람: 酒仙.(5단)

 

15. 석주(惜酒):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酒賢.(6단)

 

16. 낙주(樂酒):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 酒聖.(7단)

 

17. 관주(觀酒):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사람 ☞ 酒宗.(8단)

 

18. 폐주(廢酒)·열반주(涅磐酒):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9단, 名人

 

불주·외주·민주·은주는 술의 眞境·진미를 모르는 사람들이요,

 

상주·색주·수주·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眞諦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학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酒道 初級을 주고 酒卒이란 칭호를 줄 수 있다. 반주는 2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불주가 9급이니 그 이하는 斥酒 反酒黨들이다.

 

 

애주·기주·탐주·폭주는 술의 진미·진경을 悟達한 사람이요,

 

장주·석주·낙주·관주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 번 넘어서 任運自適하는 사람들이다. 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酒道의 초단을 주고 酒徒란 칭호를 줄 수 있다. 기주가 2단이요, 차례로 올라가서 涅磐酒가 9단으로 名人級이다. 그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니 段을 매길 수 없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는 삼불문(三不問)도 알아야 한다.

삼불문(三不問)이란 다름아닌 성현불문(聖賢不問) 원근불문(遠近不問) 유무불문(有無不問)이다.

 

성현불문(聖賢不問)은 술에 있어서 성(聖)이란 청주(淸酒)를 말함이요 현(賢)이란 탁주(濁酒)를 말함이다. 즉 주종(酒種)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곧 청탁불문(淸濁不問)이라고도 한다.

 

원근불문(遠近不問)은 술이 있다면 거리를 묻지 않는다는 말이다.

유무불문(有無不問)은 술이 있다면 술값이 있고 없고를 묻지 않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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