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불을 붙여주는 게 후배의 도리라면, 후배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주는 배려 역시 선배의 도리다. 타인에 대한 배려 중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나이 든 사람들은 걸핏하면 자기 자랑만 늘어놓고 싶어한다. 하지만 자랑은 한 푼도 득이 되지 않고, 그 자리의 분위기만 흐릴 뿐이다. 남의 자랑을 들어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랑보다는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는 편이 훨씬 좋다.
요리사를 만나면 요리에 대해, 운전사를 만나면 차에 대해, 스님을 만나면 그 세계에 대해, 뭐든 아는 척하지 말고 순수한 기분으로 물어보라. 자랑 따위를 하는 것보다 훨씬 화젯거리가 풍부해지고, 무엇보다 그 자리가 즐거워진다. 초밥을 먹을 때는 흰살 생선부터 먹는다든가, 밥이 아니라 생선살에 간장을 찍는다든가 하는 방식이 있긴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아무렇게나 먹어도 상관없다. “잘 먹었습니다. 오늘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하고 인사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이 초밥집에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예법이라고 생각한다. 노인과 차를 마실 때 “할아버지, 이 찻잔은 재료가 뭐예요?” 하고 물으면 뭐라고든 대답이 돌아온다. “줄곧 이 찻잔을 써오셨군요”라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한 시간은 이야기할 수 있다. 계기를 만들기만 하면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다. 상대는 기분이 좋아지고, 이쪽은 몰랐던 것을 알게 된다.
노인과의 대화가 시시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노인의 지식을 이끌어낼 능력이 자신에게 없는 것이다. 세대가 다르면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단정 짓는 것은 착각이다.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사람이 바보일 뿐이다.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 노트, 기타노 다케시 지음, 북스코프>
▣ 저자 기타노 다케시
1947년 도쿄에서 페인트공의 사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익살스러운 끼를 발휘했으며 스포츠에 재능이 있었다. 1965년 메이지 대학교 공학부에 입학했으나 중퇴했다. 그 후 다방보이, 백화점 점원, 택시기사 등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비트 다케시’라는 예명으로 1974년에 데뷔했다. 신랄한 독설과 풍자로 인기를 얻은 ‘투 비트’는 1980년 후지TV에 출연하며 명성을 쌓았다. 2003년 <자토이치>로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2006년 영화 제작을 통한 국제적인 예술 활동을 평가받아 제10회 갈릴레오 2000상 문화특별상을 수상했다. 영화배우이자 영화감독, 방송인, 작가로서 전방위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며, 도쿄예술대학 대학원 영상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쇠비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