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행복전도사 최윤희(63세)님 부부가 동반 자살한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3년전 앙드레 고르 부부의 소식과 현재 최윤희님 부부의 죽음 그리고 잇따른 자살들을 소위 말하는 베르테르의 효과라고 해야 할지...
700여 가지 통증 때문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다 자살을 결심하였다고 하지만 앙드레 고르 부부와의 죽음이 유사하여 한번 되뇌어 본다. 공통점은 불치의 병을 앓은 아내이고 두 부부의 사랑이 너무 돈독하였다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팔순 노부부에 비해 너무 일찍 천국으로 갔다는 것이다. 사랑과 행복을 앗아가는 질병을 사전에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지...!!
“당신은 곧 여든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2007년 9월 24일 프랑스 파리 동쪽 시골 마을 보농. 앙드레 고르와 도린 고르. 두 사람은 독극물 주사를 맞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 조문과 ‘르몽드’, ‘르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은 고르 부부의 죽음을 연일 대서특필했고 동반 자살 동기에 주목했다. 그리고 한 권의 책에 관심이 집중된다. 바로 이 책 『D에게 보낸 편지』다. 책은 앙드레 고르가 죽기 한 해 전인 2006년 3월부터 3개월에 걸쳐 쓴 한 통의 편지다. 한 살 아래인 아내 도린(Dorine)에게 보낸 공개 편지였다.
아내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 고백으로 말문을 연 앙드레는 두 사람이 함께 걸어온 사랑의 역사를 다정한 목소리로 되짚는다. 두 사람은 1947년 스위스 로잔에서 처음 만났다. 숫기 없는 앙드레가 주춤거리며 “춤추러 갈래요?”라고 묻자 도린은 “좋아요(why not)” 담백하게 대답한다. 눈 내리는 날의 첫 데이트였다. 여든셋의 앙드레는 낡은 소파 위에서 도린을 처음 안았던 순간도 생생히 떠올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당신의 옷을 벗겼습니다. 그러자 현실과 상상이 기적처럼 맞아 떨어져 나는 살아 있는 밀로의 비너스상을 마주하게 됐습니다…쾌락은 자신을 내어주면서 또 상대가 자신을 내어주게 만드는 것이더군요. 우리는 서로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었습니다.”
‘무일푼의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인’ 앙드레와 ‘빛나는 영국 아가씨’도린은 매일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이로 발전하고 49년 초가을 결혼한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도린은 철학자 앙드레 고르가 사유하는 세계의 중심에 선다. 앙드레의 토론상대가 돼주었고, 넘어지고 좌절하는 그를 일으켜 세우고 독려했다. 일생동안 수입이 일정치 못했던 그를 대신해 생계를 유지한 것도 아내 도린이었다. 따뜻한 사랑의 내조 덕분에 앙드레 고르는 수많은 저작물을 내고 시사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를 창간하는 등 시대의 지성으로 우뚝 선다.
D에게 보낸 편지』에서 앙드레는 아내에 대한 죄책감을 토로한다. 사르트르가 서문을 써 유명해진 자신의 첫 작품 『배반자』(1958년) 때문이다. 이 책에서 그는 아내에 대해 ‘아는 사람 하나 없고 프랑스어는 한마디도 못하는 가여운 처녀, 내가 떠나 보냈더라면 어떻게든 망가져 버렸을 여자’라고 묘사한다. 단 여섯 줄의 문장이었지만 그는 평생을 두고 이를 후회한다. 그 미안함을 담아 생애 마지막 작품을 아내에게 바친 것이다.
83년 도린은 ‘거미막염’이라는 불치병에 걸린다. 8년 전 허리디스크 수술 때 엑스레이 촬영을 위해 투여한 혈관 조영제 ‘리피오돌’의 부작용 때문에 발병한 것이다. 이때부터 앙드레는 모든 공적인 활동을 접고 아내 곁에 머문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도린을 보면서 그는 “우리 둘은 모든 것을 공유한다고 믿고 싶었는데 당신만 혼자 그런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라며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2006년 도린의 병세가 심각해지자 두 사람은 동반 자살을 감행한다. 책의 마지막 장은 그들의 죽음을 예고한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D에게 보낸 편지,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왕 고들빼기 새순과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