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일째 이야기, 영혼의 위대성에 대하여
프리올리 지방에 있는 우디네라는 조그만 도시에 디아노라라는 아름다운 귀부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질베르토라는 매우 대범한 대부호의 부인이었는데, 안살도 그라덴세라는, 지위도 높고 무예와 예의범절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남작에게서 열렬한 연모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인은 기사의 사랑을 거절할 방법을 찾다가 그와 가능성이 없는 약속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1월의 정원을 5월과 같이 푸르고 싱싱한 꽃과 나무들로 아름답게 꾸며 주면 그가 원하는 대로 들어주겠으나, 그렇지 않으면 기사의 행동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사는 부인의 요구를 전해 듣고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여러 지방과 다른 나라에 사람을 보내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충분한 보수를 준다면 요술로 그 일을 해 보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드디어 1월이 오자 요술사는 도시 근처의 목장에 요술을 걸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본 부인은 경탄한 다음 자신이 한 약속을 생각하고, 상심하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부인의 기죽은 모습을 보고 남편이 그 이유를 묻자, 부인은 하는 수 없이 모든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질베르토는 처음에는 분개했으나, 부인의 마음이 순수했다는 것을 알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 마음의 결백을 알고 있으니, 당신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허락하겠소. 어서 안살도 씨에게 가 가능한 한 당신의 정조를 지키면서 그의 요구를 받아 주시오. 정 그것이 어렵다면 이번만은 몸을 허락하되 마음까지 허락해서는 안 되오.”
남편의 말을 들은 부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럴 수는 없다고 했으나, 질베르토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마음도 편하다며 그녀를 다음 날 아침 안살도 씨에게 보냈습니다. 안살도는 부인이 이렇게 아침 일찍 찾아온 것에 놀라 그 까닭을 물었고, 부인은 남편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는 부인의 말을 듣고 질베르토의 관용에 감동하여 정열이 동정으로 변했습니다. “나의 사랑을 동정해주는 사람의 명예를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부인은 나의 누이로서 여기에 머무르다 돌아가 주십시오.”
부인은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감사한다는 말과 함께 남편 곁으로 돌아왔고, 이 일로 질베르토와 안살도 사이에는 친밀한 우정이 맺어졌습니다. 한편 요술사는 안살도가 약속한 보수를 주려 하자, 안살도에 대한 질베르토의 관용과 부인에 대한 안살도의 관대함에 감동하여, “질베르토 씨가 자신의 명예에 대해, 또한 당신께서 자신의 사랑에 대해 관용을 보이신 이상, 저 역시 보수에 대해 관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하면서 보수를 받지 않고 떠났습니다. 그 후 남작은 부인에 대한 연모의 마음을 씻고, 참다운 친애의 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데카메론, 보카치오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