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재능에는 항상 단점이 따르게 마련이다. 삶의 저주라고도 할 수 있는 다티니의 개인 문제는 바로 물건의 가치를 너무나 정확하게 알기에 아무것도,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놓치지 않는 피곤한 성격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러한 성격 때문에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다 수집해놓은 덕분에 후세에 우리들은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14만 통이 넘는 편지, 넘쳐나는 메모장, 그리고 500장 이상이나 되는 계산서들이 우리 시대까지 전해 내려왔다는 것을 우연이라 보기엔 집착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다티니의 성격에서의 특징은 바로 불안이었다. 그 불안의 대부분은 자신의 재산을 다시 잃어버리지 않을까, 다시 아무것도 없었던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아가 공포심으로까지 연결됐고 결국 그를 인색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피렌체에서, 아니 유럽에서,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부자였던 그가 포도주스를 담은 단지 하나가 엎질러졌다는 것 때문에 몇 주일 내내 호통을 칠 정도로 그를 소심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불안은 그가 죽은 후까지도 지속되는 힘을 가졌던 것 같다.
그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이것은 정말 비참한 개만도 못한 생활이었다. 걱정과 우울함에 시달리지 않고는 하루도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었다. 도대체 왜 그럴까? 그의 주장은 바로 사람들이 악하다는 것이었다. 62세가 되는 해에 나이 든 그 상인은 한 젊은 고용인에게 이런 글을 썼다.
“너는 아직 젊지만 언젠가 내 나이가 되고 나처럼 많은 사람들과 거래를 하고 나면 그제야 알게 될 것이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를 말이다.” 이 편지에는 훈훈한 노년의 지혜가 아니라 지혜의 나무에 쓰디쓴 열매가 비춰지는 듯 하다.
<“탐욕의 지배”에서 일부 발췌, 폴커 라인하르트 지음, 말글빛냄 >
▣ 저자 폴커 라인하르트 Volker Reinhardt
1954년 생으로 프리브르대학에서 일반 근대 역사와 스위스 역사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이탈리아의 역사 Geschichte Italiens』, 『스위스의 역사 Geschichte der Schweiz』, 『교활한 교황 Der unheimliche Papst』과 최신작으로는 『폭정의 미덕 - 제네바의 칼뱅과 개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