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새해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열도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던 도쿄에도 예전에 없던 한파가 몰아쳤다. 그런 한파 속에서도 이케부쿠로의 한 공원에는 400명 남짓의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자원봉사 단체가 노숙자들에게 나눠주는 무료 급식을 받으려는 사람들이었다.
“연금을 못 받고 아이들 집에서 같이 살고 있습니다. 이 나이에 자식에게 폐를 끼치는 게 미안해서 조금이나마 생활비를 내려고 일하고 있습니다.”(65세, 남성)
“아이들은 모두 독립해서 집을 떠났어요. 그럴 때에 남편까지 저 세상으로 가서 갑자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생활보호 혜택을 받으려면 집을 팔아야 하는데, 낡은 집이지만 추억이 가득 담긴 집만은 팔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을 할 수밖에 없어요.”(79세, 여성)
“연금을 못 받으니 어쨌든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3회 공원 청소만으로는 안심할 수가 없어서 다른 날은 빌딩을 청소하는 회사에서 일합니다. 이 나이에 하나도 아닌 둘씩이나 일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70세, 남성)
국제기독교대학 교수 야시로 나오히로 씨는 워킹푸어가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장기간에 걸친 경기 침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거품 경제가 붕괴되고 약 15년이 지났지만 디플레이션 현상이 계속 되었기 때문에 개인의 자금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이렇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고용 기회가 적어진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경제성장을 실현하여 고용 기회를 늘려야 합니다. 이것이 워킹푸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워킹푸어가 된 원인을 한번 살펴보자. 모자가정의 어머니는 남편과 이혼을 했고, 스물 셋의 한 여성은 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도시의 전문학교에 가는 것을 단념했다. 고령자의 경우는 그야말로 ‘늙는 것’ 자체가 원인이었다.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들이 원인이 되어 워킹푸어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전에 염두에 두고 치밀한 대책을 세운다면 워킹푸어가 되는 일은 피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운이 나빴다는 말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워킹푸어 문제 혹은 빈부격차 문제는 과거 고이즈미 정권이 추진한 구조 개혁, 규제 완화 정책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 지적에 대해 야시로 씨에게 질문하자 . “애초부터 침체가 장기화된 배경에는 중국 등 아시아 각국의 급속한 추격에 있습니다. 중국과 동일한 물건을 만들어봤자 경쟁에서 이길 수 없으므로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구조 개혁이 요구되는 것이죠. 특히 서비스 업계의 구조 개혁을 했더니 워킹푸어가 늘었다는 의견도 있지만 정 반대입니다. 즉 고이즈미 정권 이전의 역대 정권은 과거의 높은 경제성장의 성공체험을 지나치게 의존하여 경제사회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충분한 개혁을 실시하지 않고 방치해왔습니다. 이것이 사태를 심각하게 만든 원인입니다.”
구조 개혁을 진행하는 것이 워킹푸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견해다. 이 점에 대해서는 토의가 있었지만 야시로 씨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워킹푸어 문제가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는 일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진학의 기회를 잃는 아이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 또한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는 사회가 되어서도 안 된다. 이것은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때를 놓친다. 더 이상 문제의 해결을 나중으로 미룰 수는 없다. <“워킹푸어“에서 일부 발췌, NHK스페셜 취재팀 지음, 열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