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외도는 아이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어린 아이들은 복잡한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므로 감정적인 혼란을 거의 전적으로 행동으로 드러낸다. 손톱을 물거나 손가락을 빠는 행동, 배변훈련이 끝났는데도 실수를 하는 행동, 부모에게 매달려서 떨어지지 않는 행동,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고 문제행동을 보이고 잔병치레를 자주하고 악몽을 꾸거나 밤에 오줌을 싼다. 좀 더 큰 아이들도 유아처럼 퇴행을 보일 수도 있다. 차이가 있다면 자기감정을 어느 정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부모의 긴장을 이혼의 전조로 인식하며 이혼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될 거라고 상상한 나머지 극도로 움츠러든다. 자신이 얼마나 화가 나고 무서운지를 말하는 아이, 온갖 방식으로 불안을 드러내서 부모가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훔치거나 부수거나 싸우거나, 최악의 경우 자살의 위험도 있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특히 부모의 외도에 힘들어하는데, 이 시기에는 좀 더 큰 그림을 바라보는 능력이 생기기 시작하고 세상을 비판적인 눈으로 보기 시작하기 때문에 ‘위선’에 민감하다. 또한 성문제를 예리하게 인식하는 시기이다. 한순간은 주체할 수 없이 성에 끌리다가도 다음순간 불쾌해하기도 한다. 이들은 부모가 안정된 부부 관계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정돈된 세상을 갈구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부모의 문제로 인한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외도 사실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 30∼40년씩 같이 산 부부가 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장성한 자녀들에게도 큰 충격이 된다. 자신들의 인생이 부모의 외도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조각을 맞추다 보면, 어느 지점에선가 부모와 대면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이럴 때 부모가 장성한 자녀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고 인정해준다면, 뒤늦게나마 회복과 치유가 시작될 수 있다.
어린 자녀에게 부모의 외도 사실을 알리지는 않아도 “엄마와 아빠는 말다툼을 하고 있지만, 이것은 엄마 아빠의 프라이버시의 문제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해주는 정도는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경계’의 문제와 관련이 많은 이야기지만 어른이 아이를 보호하는 책임을 지고 경계를 정해주는 일에 속한다. 그렇게 보호받는 공간에서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만일 부모가 배우자의 외도와 관련한 정보를 이용해서 자녀를 ‘자기 편’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이는 “경계”를 위반하는 동시에 프라이버시를 비밀로 만드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위기를 무난하게 넘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 사이에 문제가 있다. 적어도 지금은 엄마 아빠 사이의 문제이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녀에게 부모의 외도 사실을 굳이 알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가끔은 자녀에게 알릴 수밖에 없을 때도 있다. 두 사람의 싸우는 소리를 듣거나 주변에 소문을 아이가 알게 되거나, 관계를 정리했음에도 스토킹 때문에 알게 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진실을 알아야 한다면, 부모에게 직접 듣는 것이 좋다. 만일 이혼하고 애인과 합칠 생각이라면, 그 이야기 역시 다른 사람이 아닌 부모에게 직접 듣는 편이 낫다.
<“외도, 그 후…”에서 일부 요약 발췌, 돈 데이비드 러스터먼 지음, 노혜숙 옮김, 푸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