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곳, 강인한 사람들
배런 랜드(Barren Land)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일교차가 매우 크고 몸을 숨길 만한 은신처도 거의 없다. 지구상에서 겨울이 가장 길고, 춥고, 어두운 곳이 바로 배런 랜드이다. 큰 강은 얼음이 2.5미터 두께로 얼어서 8월까지 녹지 않기도 한다. 여름은 짧은 대신 매우 강렬하고, 백야 현상이 나타난다. 다른 어느 곳보다 물이 풍부한 곳인데도 연 강수량은 2백 밀리미터 정도 수준이어서 우리는 이곳을 차가운 사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년 중 가장 쾌적하다는 7월이라도 낮 기온이 38도까지 치솟았다가 밤에는 10도까지 급격하게 떨어진다. 여름에는 구름 한 점 없는 날씨가 몇 주 동안이나 이어질 때도 있다.
배런 랜드의 여름은 뜨거운 열기, 작열하는 태양, 성가신 벌레, 이따금 찾아오는 폭풍우, 순식간에 주변을 써늘하게 만드는 강풍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런 것들만 보면 좋은 점이라고는 하나 없어 보이는 섬이지만 신기하게도 직접 경험해보면 에덴으로 변한다. 이보다 아름다운 곳이 없고, 이만큼 가고 싶은 곳이 없을 정도로.
배런 랜드는 그 어느 곳보다 짧은 시간에 자기 자신을 제대로 깨닫게 해주는 곳이다. 진정으로 고민거리가 있으면 툰드라로 여행을 떠나보라.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면 파트너와 함께 떠나보라. 우정이나 부부 관계, 무엇이든 배런 랜드가 시험 장소가 되어줄 것이다. 단둘이서 야생으로 여행을 떠나면 다투지 않고 서로 조화를 이루기가 정말 쉽지 않다. 진정한 파트너십이 없으면 여행은 불가능하다. 1973년에 나는 데니스 보이트와 11주간 배런 랜드를 지나는 카누 여행을 했다.
당시 우리는 다툼을 피하기 위해 철저하게 약속을 지키기로 미리 합의했다. 어떤 경우든 더 신중한 의견을 따르고 그것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언쟁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은 카누를 타고 급류를 지나가고 싶어 하고 또 한 사람은 육로로 가자고 한다면, 더 논쟁할 것도 없이 육로를 선택하는 식이었다. 일주일에 하루는 꼭 휴식하기로 한 약속도 꽤 유익했다. 고된 여행 중의 달콤한 휴식은 체력 보충에도 꼭 필요하다. 배런 랜드에서 카누 여행을 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모두가 지구라는 이 땅에 대해 겸손과 경외 같은 감정을 더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정신 건강에도 아주 좋다. 회색곰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곳에서 무기 하나 없이 여행하다보면, 물론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자신을 처참하게 죽일 수 있는 동물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기 자신에 대해 매우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된다. 회색곰의 존재는 모든 감각을 더 예민하게 하고 주위 환경을 더욱 경계하게 한다. 포식자들에게 둘러싸여 살아가는 야생동물의 생활 방식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나에게 배런 랜드는 지구상에 남아 있는 곳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흥미진진한 곳이다. 야생의 생명력이 넘치는 상태일 때 이곳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 나는 무한한 축복이라 생각한다. 배런 랜드는 마치 매혹적인 여인처럼, 내게 사랑하는 법과 미워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겨울 내내 배런 랜드를 생각하지 않는 날은 하루도 없다. 그리고 매년 봄 그곳으로 돌아가면 마치 고향에 온 듯하다. 배런 랜드는 나의 종교, 나의 교회가 되었다. 그곳은 성스러운 땅이다. 나는 배런 랜드는 숭배하며, 내 영혼은 그곳에 있다고 믿기에 언젠가 죽어서도 내 뼈를 그곳에 묻고 싶다. 내 육신이 배런 랜드에 영원히 남을 수 있도록.
<“세상의 끝에서 에덴을 발견하다”에서 일부 요약발췌, 알렉스 홀 지음, 눈과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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