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퍼드셔 대학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Richard Wiseman 박사는 성공을 거두어 행복한 인생을 보내는 사람과 실패만 반복하는 불행한 사람이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또한 불운한 사람이 자신의 운을 좋게 할 수 있는가 아닌가를 10년에 걸쳐 연구했다. 박사는 운이 좋은지 나쁜지는 단순한 우연의 문제가 아니라고 믿고 있다. 결과는 와이즈먼 박사의 예상대로였다. “똑같은 기회가 와도 그것을 살리는 길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운은 기회 또는 우연의 일치와 거의 관계가 없다는 것이 와이즈먼 박사의 결론이다. 운이 좋은 사람은 삶에서의 기회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알아보고, 행동으로 옮긴다. 직감과 본능적인 감각을 이용하는 것이다. “운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와이즈먼 박사는 말한다. “당신의 미래는 불변이 아니다. 경험하는 행운의 양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당신 스스로 바꿀 수 있다. 많은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제때 제자리에 있을 수 있는 기회를 현격하게 늘릴 수가 있다. 미래의 운은 당신 자신의 손안에 있다.”
크리스 프렌치 교수는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자신의 운을 믿는 사람이 우울증 환자보다 오히려 현실을 보지 않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가 있다고 말한다. “인생이란 실제로 매우 두려운 것이다. 우울증 환자는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우울증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을 우리는‘비현실적인 낙관주의자’라고 부른다. 예컨대 버스에 치이거나 특정한 병에 걸리는 등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묻는 앙케트 조사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고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대답한다. 사실, 그런 사람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우울증 환자의 대답이 훨씬 정확하다. 하지만 자신의 운을 믿으며 살다 보면, 그만큼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게 되므로, 좋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염려만 하고 조심조심 살아가는 사람보다 인생에서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비합리적인 사고가 오히려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예다.”
스튜어트 교수는 사람이 우연의 일치에 놀라는 것은 단지 일어났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그 일이 자신에게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세상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다. 우주가 자신을 선택해준 것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말이다.” 또한, 우연의 일치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의 직관은 백해무익할 뿐이라고 말한다. “평범하지 않은 장소에서 친구들과 마주치면 깜짝 놀란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사건이나 균등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집중해서 일어나면 깜짝 놀라게 되는 것이다. 영국의 복권에서 ‘잘 나오는’숫자의 조합은 5, 14, 27, 36, 39, 45이고, 1, 2, 3, 19, 20, 21은 잘 안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이 두 가지 조합이 맞을 확률은 완전히 똑같아서 13,983,815분의 1이다.”
융이 남긴 가장 유익한 유산은 ‘공시성’이라는 말이다. 이는 우연의 일치라는 제한된 의미뿐 아니라 뜻밖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인간의 주관적인 반응도 나타낸다. 공시성이란 본인에게 의미가 있는 우연의 일치로서, 단순한 확률 이상의 어떤 것을 가리킨다. 의미가 있는지 아닌지는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해석하기 나름이다. 이는 마치, 입자는 입자인가, 아니면 사실은 파동인가, 대체 무슨 원인으로 입자는 형태를 바꾸는가, 하고 머리를 쥐어짜는 현대 원자물리학자의 모습과 유사하다. 1952년 융은 또 한 명의 훌륭한 통찰력의 소유자, 물리학자 볼프랑 파울리와 공동으로 <공시성―비인과적 연관의 원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융은 공시성을 이렇게 정의했다. “인과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같은 의미를 가진 두개 이상의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에서의 우연의 일치.”한 가지 충고할 것이 있다. 외계인으로부터 우주선에 올라타라는 말을 듣더라도 냉정함을 잃지 말고 절대로 거절할 일이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에 대해서는 늘 주의를 기울일 것. 그것은 건전한 일이기 때문이다.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의 이례(異例) 심리학 연구팀의 수장인 크리스 프렌치Chris French 교수는 말한다.
“인간은 사건을 관련짓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종으로서 번영해 왔다. 하지만 그 대가로, 인간은 간혹 실재하지 않는 연결이나 패턴을 찾아내려는 경향도 갖고 말았다.”
따라서 주의를 게을리 하지 말 일이다. 게다가 심리학자가 인간의 또 한 가지 약점이라고 말하는 ‘아포페니아apophenia’에도 주의하자. 이것은 관계없는 현상들에 대해 관련성과 의미가 있다고 자동적으로 생각해 버리는 성향을 말한다. 마음이 혼란스러운 사람은 특히 아포페니아에 빠지기 쉽다. 사실 최근에 와서, 이러한 경험이 마음병의 징후냐, 아니면 원인이냐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우연의 일치, 신의 비밀인가 인간의 확률인가”에서 일부요약 발췌, 마틴 플리머 · 브라이언 킹 지음, 수희재>
<제주도 서귀포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