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부부)이 병적인데도 그것을 모르는 경우 배우자 중 한 명이나 제3자가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이때 만일 억압이 추가로 더해져 불편함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증상은 병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한다.
겉으로 보기엔 유기적인 것으로 보이는 많은 질병은 대개의 경우 감정의 억압, 혹은 불안이나 공격성의 내재화 때문에 생겨난 정서적인 구성물이다. 그러한 질병은 개인적인 삶의 결정적인 순간에 발병한다. 그러니까 가장 통상적인 삶의 중심인 부부관계의 틀 속에서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들은 심도 있는 정신의학적인 작업을 통해 이해될 수 있는 무의식적인 작업에서 생겨나지만 정체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평생 동안 지속되는 일이 흔하다.
천식, 편두통, 결장염, 비뇨기관이나 산부인과 계통 질환의 재발 등 이외의 다른 많은 장애가 치명적인 병으로 판명되지는 않더라도 삶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정신신체적으로 반응하는 남녀들은 그런 식의 심리적인 구성을 지닌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용도가 변경된’ 육체를 거치게 되고, 이에 따라 그들은 ‘도덕적인 상처, 공격성, 이별 등에 대해 다른 사람보다 더 상처받기 쉽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 부부관계의 요소가 환기되는 경우는 드물다. 배우자에게 너무나 큰 죄의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요인이 존재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그러한 질병의 원인은 커플이 아니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훨씬 더 오래된 무의식적 갈등을 폭로하거나 활성화시키는 요소가 되는 어떤 원인이 커플 내에 있을 것이다. 커플 내에서 만성적으로 긴장이 계속된다면 그 자체로 불행과 질병을 초래하게 된다. 정상적인 감정의 반응이 기능 장애로 바뀌고, 육체 기관의 상해로 발전할 수 있다.
자가 치료
변화를 유도하는 아래 여섯 가지 요소는 끊임없이 재발명될 수 있는 것들이다. 이것들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며, 방법은 수없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공유
평등의 기준이 널리 퍼져있다고는 해도, 공유는 각자의 임무를 불평등하게 만들 수 있으며, 균등하지 않은 사적 영역을 구성할 수 있다. 분할되어 있는 실리적인 영역에서 서로가 배제되지 않고 상대방의 영역을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지켜야 하는 것은 쾌락 원칙이다. 자신에겐 즐거웠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고통이 된다면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
· 애정
문제가 있는 커플의 경우에는 항상 애정이 결여되어 있다. 이미 어머니가 된 여자는 자신의 애정 어린 배려를 남편에게서 거두어들여 자식에게 쏟아붓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남편은 이처럼 너무나 여성스러운 관계양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커플관계의 감정적인 축은 제한 없이 발전되어야 한다. 남자들은 배워야 할 것이 많고 여자들은 표현해야 할 것이 많다. 여자들은 파트너를 향한 애정과 제스처를 자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순종적으로 보일까봐 두려워서 그러기도 하고 때로는 커플 내에서의 경쟁을 제재하기 때문에 그러기도 한다.
· 능동적인 태도
애정의 영역에서 상대방을 향한 능동적인 태도는 잘 표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커플 치료사들은 수동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태도 때문에 정서적인 감정이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반대로 감정이 있으면 상대방에 대한 제스처도 자연히 따라오게 되어 있다. 능동적인 태도와 욕망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능동적인 태도는 흔히 유혹의 적극적인 단계와 이어질 수 있다.
· 놀라움
놀라움을 주는 장치는 열정의 순간을 다시 환기시키고 상대방의 상상적 세계의 기본 요소를 이룬다. 놀라움을 주는 것은 잠들어 있는 커플을 다시 깨어나게 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동반자를 놀라게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에로티시즘
에로티시즘은 성의 인간적인 차원으로서 파트너의 욕망을 자극하고 유지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시각적인 것과 시각적이지 않은 것, 은폐와 폭로, 부끄러움과 연출력 모두를 이용해야 한다. 이번에도 역시 일상과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은 상상력이다. 게다가 에로티시즘은 친밀감의 장에 속한다. 자신의 파트너에게 더 적합해 보이는 친밀감을 활용한다면, 그만큼의 에로티시즘과 욕망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 화해
심각한 문제에 봉착한 커플들에게 가장 결여되어 있는 것은 화해의 수단, 즉 싹트고 있는 갈등을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이다. 그것은 또한 안정을 이루는 커플의 가장 주요한 원천이기도 하다. 커플마다 위기를 넘기기 위한 유화책을 찾아낼 수 있으며, 찾아내야만 한다. 웃음, 유머, 사랑 등은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다. 어떨 때는 말 한마디로 갈등이 진정될 수도 있다. 그것은 사소한 것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유화책은 부부가 이미 화합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고,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기도 한다. 가장 효과 있는 유화책은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개인이 아직 주체가 되지 않았고,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자신의 깊은 욕망을 미처 알아내기도 전에 커플이 이루어지면 커플은 고통을 양산하는 이중 구속적 상황에 내몰리는 모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긴장을 해소하지 않고 커플이 지속되면 반드시 불행과 질병이 도래하게 된다. 하지만 결별과 이혼 또한 외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이혼은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 중에서도 으뜸이다. 물론 어떤 의사들은 반대로 (잘못된) 부부 생활이 건강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심근경색이나 암, 알코올중독 등을 증가시킨다고 말하기도 한다.”
<“커플의 재발견”에서 일부요약 발췌, 필리프 브르노 지음, 이수련옮김, 에코리브르>
▣ 저 자 필리프 브르노
정신과 의사이면서 인류학자. 현재 보르도 1대학에서 인간 생태학에 관한 국제 자격증 담당 부서의 부소장을 맡고 있다. 언어, 육체, 건강에 관한 책을 많이 썼다. 지은 책으로 『천재와 광기』 『성과학(La Sexologie)』 『육체의 언어(Les Mots du Corps』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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