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신들의 미래!

[중산] 2011. 6. 3. 17:01

 

R: 종교학도가 되게 했던 개인적인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묻고 싶은데요.

 

E: 우리 집안은 종교적이긴 했지만, 아시다시피 동방교회 전통에서의 종교란 습득된 관습과도 같아서 거의 가르치지를 않습니다. 예컨대 교인들은 교리문답반에 가지 않아요. 중요하게 여기는 건 성찬식, 의례적인 생활, 예배 자체, 회중 찬송, 성례전이에요. 누구나 하듯이 거기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결코 그런 것들이 내 생활의 본질적인 건 아니었습니다. 나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어요. 그때 나는 철학도로서 위대한 철학자들을 공부해갈수록, 어떤 걸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대의 종교적 체험 단계를 알지 못하고서는 인간의 운명과 세계 안에서의 인간의 특정한 존재 양태를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나는 나 자신의 전통 안에서만 기독교의 진정한 의미와 메시지를 발견해 낸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던 것입니다. 그래서 좀 더 깊게 파보려고 한 것이에요. 먼저 구약성서,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지중해 지방, 인도까지 파내려간 것입니다.

 

신들의 미래

R: 종교적 문제에 있어서 그 미래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21세기는 종교적일까, 아닐까?라고 했던 말과 비슷한 생각이십니까?

E: 아무것도 예언할 수는 없지만, 어떤 시원적인 계시들은 사라지지 않으리라고 믿습니다. 아무리 기술 문명의 시대라고 해도 바뀔 수 없는 것이 있잖아요. 낮과 밤, 여름과 겨울이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원하지 않더라도 우주적 리듬에 동화되어 있어요. 빛과 어둠, 밤과 낮처럼. 가장 비종교적인 사람조차도 그 우주적 리듬 안에 존재하고, 그 자신의 고유한 존재 안에서 그걸 찾아내요. 낮 동안의 생활과 잘 동안의 꿈에서요. 그는 항상 꿈을 꾸지요. 물론 우리는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구조에 의해 조건 지어지고, 종교적 체험의 표현도 항상 우리의 언어와 사회, 관심사에 의해 조건 지어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로 여기, 정해진 리듬과 주기가 우리에게 주어진 이 우주 안에서, 인간적 조건을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내가 확신하는 것은, 종교적 체험의 미래 형태는 우리에게 친숙한 기독교나 유대교나 이슬람과 매우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 종교들의 표현은 화석화되었고, 시대에 뒤떨어졌고, 의미가 고갈되었어요. 반드시 새로운 표현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어떤 것들이냐고요?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가장 경이로운 것은 정신의 자유, 그 창조성입니다. <“미로의 시련”에서 극히 일부요약 발췌, 미르체아 엘리아데 지음, 북코리아>

 

저자 미르치아 엘리아데

1907년 3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종교 철학과 종교사 등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부쿠레슈티대학에서 철학을 배웠다. 이후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투치 도서관에서 인도철학자 다스굽타의 『인도 철학사』에 큰 감명을 받게 된 엘리아데는 1928년부터 그 문하에서 3년간 인도철학을 연구하여, 『요가: 불멸성과 자유』 등을 펴냈다. 1933년부터 1940년까지 부쿠레슈티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영국과 포르투갈에서 루마니아 대사관 문화 공보관으로 근무했으며, 1945년부터는 파리 소르본대학의 종교학 객원교수를 비롯하여 유럽의 여러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1956년에는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로 초빙되어 은퇴 후에도 동 대학에서 종교학을 강의했다. 주요 저술로는 『영원회귀의 신화』, 『이미지와 상징』, 『성과 속』, 『신화, 꿈, 신비』, 『샤머니즘』, 『종교적 신앙과 이념의 역사』, 『세계종교사상사』 등이 있는데, 그의 저술은 구미 종교학계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역자 김종서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나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1983년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를 거쳐 1993년부터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미르치아 엘리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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