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의 의미
R: 선생님께서는 인생, 선생님 본인의 삶을 ‘미로’에 자주 비유하셨어요. 그 미로의 의미가 무엇인지 오늘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E: 미로란 ‘중심, 보물, 의미를 지키는 방어 장치’로, 때로는 주술적이기도 합니다. 테세우스 신화에서 알 수 있듯이, 미로에 들어서는 것은 통과의례일 수도 있지요. 이 상징은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 자신의 고유한 중심을 향해, 자아를 향해, 인도 용어를 쓰자면 아트만Atmam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존재의 모델입니다······. 난 내가 미로에서 나왔거나, 출구로 이어진 실을 찾았다는 것을 여러 번 의식했어요. 절망, 억압, 방황도 느꼈지요······. 물론 “나는 미로에서 길을 잃었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마침내 미로에서 빠져 나왔다는 승리감에 젖기도 했어요. 그런 경험은 누구나 하죠. 그러나 인생에 단 하나의 미로만 있는 건 아니라고 말씀드려야겠군요. 새로운 시련이 또 다가옵니다.
R: 선생님은 중심에 도달하셨습니까?
E: 난 중심에 여러 번 이르렀다고 확신하는데, 그렇게 해서 많이 배웠고, 나 자신을 인식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다시 잃어버렸어요. 그게 우리의 상황이에요. 우리는 천사도 아니고 완벽한 영웅도 아니죠. 중심에 한 번 도달하면, 마음은 풍요로워지고, 의식은 더 넓고 깊어져서, 모든 것이 분명하고 의미 있게 됩니다. 하지만 삶은 계속되고, 또 다른 미로, 또 다른 충돌, 또 다른 종류의 시련이 다른 차원에서 나타나지요······. 예를 들어, 우리의 대담도 나에게는 일종의 미로에 뛰어드는 것입니다.
R: 이러한 대담이 총체성을 조망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E: 이 대담을 진행하는 동안, 언어의 장애물뿐 아니라, 내면의 장애물도 있었습니다. 난 예기치 않게, 내 삶의, 내 젊은 시절의 중요한 순간을 되살려 냈어요. 질문을 받고 가끔은 어떤 문제들을 재고해야만 했고요. 어떻게 보면, 질문이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회상하도록 강요한 것이지요. 너무 많이요, 그렇죠?······. 그건 모험이에요······. 자신이 말하는 모든 것을 깊이 파고들 수는 없어요. 아무튼 이 대담을 책으로 읽어보고 싶네요.
<“미로의 시련”에서 극히 일부요약 발췌, 미르체아 엘리아데 지음, 북코리아>
▣ 저자 미르치아 엘리아데
1907년 3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종교 철학과 종교사 등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부쿠레슈티대학에서 철학을 배웠다. 이후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투치 도서관에서 인도철학자 다스굽타의 『인도 철학사』에 큰 감명을 받게 된 엘리아데는 1928년부터 그 문하에서 3년간 인도철학을 연구하여, 『요가: 불멸성과 자유』 등을 펴냈다. 1933년부터 1940년까지 부쿠레슈티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영국과 포르투갈에서 루마니아 대사관 문화 공보관으로 근무했으며, 1945년부터는 파리 소르본대학의 종교학 객원교수를 비롯하여 유럽의 여러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1956년에는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로 초빙되어 은퇴 후에도 동 대학에서 종교학을 강의했다. 주요 저술로는 『영원회귀의 신화』, 『이미지와 상징』, 『성과 속』, 『신화, 꿈, 신비』, 『샤머니즘』, 『종교적 신앙과 이념의 역사』, 『세계종교사상사』 등이 있는데, 그의 저술은 구미 종교학계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 역자 김종서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나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1983년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를 거쳐 1993년부터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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